‘소득주도성장’이 ‘불로소득주도성장’이 된 까닭은

[뉴스케이프 공희준 기자] 공희준(이하 공) : 김헌동 전 본부장님께서는 문재인 정부 들어와 천문학적 액수인 물경 1천조 원의 불로소득이 강남 집값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발생했다고 줄곧 이야기해오셨습니다. 솔직히 1천조 원은 좀체 실감이 나지 않는 엄청난 금액입니다. 본부장님께서는 어떠한 근거와 관련 자료를 갖고서 그와 같은 분석을 하시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저축은 50조인데 불로소득은 무려 1천조

김헌동 전 경실련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장 겸 국책사업 감시단장은 문재인 정부 집권 1년 반 동안 전국 부동산에서 발생한 불로소득의 규모와 내역을 조목조목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김헌동(이하 김) : 서울특별시에는 현재 1천만 명 정도의 시민들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안의 주택숫자는 대략 3백만 채 가량 됩니다. 그중 절반인 150만 채가 아파트입니다. 이 150만 채에 이르는 아파트들이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서 1채당 평균 2억 원쯤 올랐습니다. 서울에 있는 아파트들의 가격을 모두 합산하면 3백조 원이 뛴 겁니다. 이게 전부냐? 물론 아닙니다. 서울에 자리한 아파트 이외의 단독주택, 상가, 빌딩 등이 통틀어 오른 금액이 또 3백조 원입니다. 서울에서만 6백조 원의 땅값이 치솟았습니다.

삼성전자의 2017년 매출총액은 239조 6천억 원이었다. 삼성전자가 1개도 아니고 4개가 1년 내내 열심히 공장을 돌리고 부지런히 영업에 나서야 거둘 수 있는 매출액에 상당하는 불로소득이 문재인 정부 들어와 발생한 셈이다. 굳이 자영업 대란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문재인 정권의 국정운영 동력이 떨어지려야 떨어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김 : 서울에서 발생한 6백조 원에 경기도와 인천 등의 수도권 지역과 나머지 전국 모든 지역에서 생겨난 금액을 더하면 1천조 원이 훌쩍 넘을 겁니다. 1천조 원이 넘는 이 부동산 기반의 불로소득이 주도하는 성장을 어떻게 건전하고 정상적인 경제성장이라고 규정할 수가 있겠습니까?

공 : 문재인 정부가 애지중지해온 ‘소득주도성장’은 소득주도성장은 소득주도성장이되, 불로소득이 주도하는 ‘불로소득주도성장’이라고 불러야 알맞은 표현일 것으로 보입니다.

김 : 우리나라 국민들이 1년 동안 저축하는 액수가 50조 원이 채 안 됩니다. 땀 흘려 모을 수 있는 돈이요. 한데 아무런 노력 없이 벌어들이는 불로소득이 1천조 원이 생겨난 겁니다.

공 : 국민들이 20년 동안을 땀 흘려야 모을 수 있는 돈을 문재인 정부가 전국의 지주들과 땅부자들에게 불로소득으로 공짜로 안겨준 형국이네요.

김 : 문재인 정부 집권 18개월 동안 특권적 소수들에게 불로소득을 선물해준 것이죠. 

공 : 저도 제가 왜 힘들게 직접 녹취까지 풀면서 이 엄동설한에 보따리장수 같이 이렇게 인터뷰를 하며 다녀야 하는지 가끔씩 누구처럼 자괴감이 들곤 합니다. 개발정보 하나 어디서 용케 빼내면 등 따시고 배부르게 편히 살 텐데 하면서요. (웃음)

경기도 파주의 출판단지에 입주한 내로라하는 유명 출판사들의 주된 수익구조가 출판사업이 아니라 파주 땅값이 오른 데 따른 불로소득임은 출판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통한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도 네이버처럼 자기 사옥 가지고 있는 회사들은 좀처럼 망하지 않는다. 필자는 이왕 생각난 김에 분당 신도시에 소재한 네이버의 건물값이 얼마나 되는지 검색해보려다가 이내 그만두었다. 막상 확인하고 나면 도저히 일할 맛이 날 것 같지 않은 탓이었다.

미국도 천조국이면 한국도 천조국

공 : 젊은 네티즌들은 미국을 천조국(天祖國)이라고 불러왔습니다. 옛날에 중국을 천자의 나라라는 뜻의 천조국으로 불렀던 것과 비슷한 현상입니다. 일설에 따르면 미국이 1년 국방비로 천조 원을 지출할 수 있다고 하기 때문에 미국을 천조국이라고 호칭한다고도 합니다. 본부장님의 말씀을 들으니 한국도 미국에 뒤이어 천조국의 반열에 등극한 느낌입니다. 불로소득으로 천조 원을 만들어낸다는 의미의 천조국(千兆國)이…. 한국과 미국이 드디어 대등해지기는 대등해졌네요.

김 : 한때는 한국이 미국을 능가할 뻔도 했습니다. 참여정부 당시를 한번 되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참여정부가 출범할 무렵에 대한민국 전체 땅값이 2천 2백조 원 정도로 알려졌습니다. 참여정부의 임기가 막을 내릴 즈음 경실련에서 내부적으로 계산을 해보니까 대한민국의 부동산 총액이 6천 5백조 원으로까지 솟구쳤습니다.

공 : 제가 알기로는 1인당 국내총생산이나 국민소득이 같은 기간에 3배를 오르지는 않았습니다.

김 : 땅값이 4천조 원 넘게 폭등한 겁니다. 그렇다면 전 국토의 지가가 4천조 원이 올라갈 만큼 대한민국 토지의 가치가 본질적으로 상승할 만한 호재가 나라 안팎에 있었느냐면 그것도 아닙니다. 전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공 : 저도 참여정부에서는 우리나라에 특별히 나쁜 일도 없었지만, 특별히 좋은 일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김 : 그냥 무작정 땅값만 올라갔지요.

공 : 그거 허깨비고, 허상 아닌가요? 거품일 수도 있겠고요?

김 : 단순한 허상이고 허깨비이면 좋았겠지요. 2008년에 이명박 정부가 등장한 사건을 계기로 부동산 거품이 걷히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MB 정부에서 전국 땅값이 1천 2백조 원이 내려갔습니다.

역설이었다. 참여정부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했음에도 땅값 상승을 되레 부채질했고, 이와 대조적으로 이명박 정부는 건설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갖은 무리수를 남발했음에도 불구하고 땅값 하락을 오히려 막지 못했다.

김 : 박근혜 정권 들어와 전국 땅값이 추가로 3백조 원이 하락했습니다. 그러다가 박근혜 정부 임기 2년차가 저물 시기인 2014년 말에 여당인 새누리당과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국회에서 한 가지 합의에 도달합니다.

공 : 그게 어떤 합의인가요? 거대 양당이 합의한 정책이나 법률안 치고 나중에 국리민복에 이롭게 작용한 일들이 별로 없거든요.

김 : 당시 지금은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의 박기춘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직을 맡고 있었습니다. 그때 여야가 어떤 합의를 도출했느냐?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는 내용을 포함한 부동산 3법을 상임위원회에서 합의한 다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습니다.

이후 박기춘 전 의원은 분양대행업체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대법원에서 유죄확정 선고를 받았다.

참여정부 시즌 2가 문재인 정부

김 : 분양가상한제의 폐지를 기점으로 삼아 2015년부터 부동산 거품이 다시금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이끄는 새로운 정부가 탄생했음에도 2014년에 여야가 담합해 망가뜨려 고장 난 시스템을 아직도 손보지 않아왔다는 점입니다. 풀린 고삐를 다시 죄어야 마땅한데, 이 당연한 일을 방치해온 겁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습니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8개월 동안 1천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거품이 또 생겨나고 말았습니다. 더 큰 문제는 거품이 부푸는 속도가 참여정부보다도 문재인 정부가 더 빨랐다는 데 있습니다.

공 : 분양가상한제 폐지 한 가지 원인만으로 땅값이 천조가 올랐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 외의 다른 요소들은 또 없나요?

김 : 서울 집값의 폭등 사태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설 때부터 일찌감치 예견된 현상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년에 10조씩, 5년간 총 50조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도지재생 뉴딜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부동산개발 공약을 후보 시절에 이미 발표해놨기 때문입니다.

공 : 그거 포장지만 살짝 바꿨지, 실질적으로는 이명박 정권 시절 밀어붙였던 뉴타운 사업의 판박이 또는 아류로 들립니다.

김 : 도지재생 뉴딜사업이 뉴타운 사업과 비교해 땅값 상승을 더욱더 자극할 만한 연유가 있습니다.

공 : 그게 뭔가요?

김 :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뉴타운 사업을 기준으로 판단할 때도 수익성이 떨어지는 지역을 국가예산을 직접 투입해 개발해주겠다는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공 : 일종의 국가주도 재개발사업이네요.

김 : 그렇죠. 국가가 무주택 서민들이 납부한 세금을 이용해 집 가진 사람들이 보유한 주택의 가치를 높여주겠다는 사업이 바로 이 도시재생 뉴딜사업입니다. 그러니 서울에서도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았던 은평구의 달동네 같은 곳들부터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한 채당 5천만~1억 원가량씩 가격이 들썩이기 시작했습니다. 빌라와 다가구주택 가리지 않고요. 이러니 정부에서는 당황할 밖에요. 정부는 서울에서는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지 않기로 계획을 변경하고서 눈길을 지방으로 돌립니다.

공 : 올리는 건 정부 뜻대로 할 수 있어도, 내리는 건 정부당국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게 우리나라 땅값의 특징 아닌가요?

김 :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에서 집값이 뛰니까 괜찮은 지역에 자리한 집값들도 그 즉시 발동이 걸렸습니다.

공 : 본부장님께서 거론하신 지역들, 이를테면 서울 강남 같은 곳들이 비록 후발주자이기는 해도 일단 집값 상승세에 불이 붙으면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가기 마련입니다. 우선은 보폭부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김 : 맞습니다. 가령 강북 집값이 5천~1억이 오르면, 강남 집값은 2억~3억씩 뛰는 법입니다. 이유는 자명합니다. 먼저, 강남은 주거여건이 뛰어납니다. 게다가 언론들이 열심히 강남 집값 상승을 부추기기까지 합니다.

공 : 요즘에는 보수언론과 진보매체를 불문하고 이른바 메이저 언론사 기자들의 대부분이 강남에 삽니다. 오죽하면 ‘8학군 기자’라는 신조어 아닌 신조어까지 출현했겠습니까? 어디 기자뿐인가요? PD, 아나운서 할 것 없이 거의 죄다 강남 부촌에서 나고 자란 애들투성이에요!

김 : 사주도, 간부들도 전부 강남에 살거나, 아니면 강남에 집을 한두 채씩 갖고 있는 경우가 작금에 비일비재합니다. 충분히 가능한 경우의 수이죠. 그렇지만 언론 탓만 해서는 문제의 본질에 접근할 수가 없습니다. 21세기 들어와 강남 집값이 폭등한 근본적 원인은 정부에서 정책을 잘못 쓴 데 있습니다. (③편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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