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트에그’, ‘비욘드미트’등 대체육시장 본격 대두…화장품, 생활용품 등도 ‘비건’ 뜬다

[뉴스케이프 송아민 기자]

동원F&B가 유통하고 있는 비욘드미트의 비욘드버거(사진=송아민 기자)

[뉴스케이프=송아민 기자] 동물에 대한 권리향상을 중심으로 엄격한 채식을 영위하는 채식주의자를 의미하는 ‘비건(Vegan)’에 경제(Economics)를 합친 용어인 비거노믹스(Veganomics)가 주목받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말 '세계경제 대전망 2019'를 통해 2019년을 '비건의 해'로 선정하기도 했다.

비건은 계란, 유제품 등과 동물이 생산한 벌꿀, 동물을 이용해 수확하는 송로버섯 등 모든 종류의 동물유래 성분을 소비하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를 의미한다. 최근 이들을 위해 밀과 콩 등 식물성 단백질로 대체 고기와 대체 계란 등을 만드는 푸드테크(Food Tech)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세계 채식시장은 2017년 10억 5천만 달러에서 2025년 16억 3천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식물성 고기 제조업체 ‘비욘드미트’는 상장 이후 3주간 211% 주가가 올랐으며 ‘임파서블푸드’ 는 3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2조원 이상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녹두를 활용해 계란과 같은 맛을 내는 식물성 계란 ‘저스트 에그’를 개발한 저스트가 받아낸 투자는 2억2천만 달러에 달한다. 미 식물성식품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1년간 식물성 달걀 판매량은 600만달러에 달했다.

이처럼 채식 시장이 떠오른 이유는 생산과 환경 등 육식의 ‘지속가능성’ 문제가 대두됐기 때문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2050년 인구가 소비하는 육류는 연간 465만톤에 이를 전망이다. 또한 동물권에 대한 논의가 본격 떠오르면서 생명윤리 측면에서도 육식을 줄여야한다는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동원F&B는 미국 ‘비욘드 미트’를 통해 ‘비욘드 버거’를 판매 중이며, 블루다이아몬드가 매일유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선보인 ‘아몬드브리즈’의 경우, 최근 3년 간 연평균 60%의 매출증가를 기록했다. 저스트 역시 한국 진출을 선언했다. 지난 6월 한국 계란 유통업체 가농바이오와 제휴한 저스트는 빠르면 내년 상반기 한국에서도 ‘저스트 에그’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대체 축산물 개발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삼육식품, 비건팜, 하이즈 같은 업체가 식물성 고기를 생산 중이다.

삼육식품은 밀에서 추출한 글루텐을 이용해 식물성 불고기·탕수육 재료·햄을 생산하고, 비건팜은 유전자를 변형하지 않은 비(非) GMO 콩을 사용해 식물성 고기를 시판 중이다. 하이즈는 연간 800여t의 쌀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식물성 고기를 생산해 전국 500여개 학교 등에 납품하고 있다.

보고서는 “식감과 미감, 가격 문제가 해결된다면 식물성 고기는 기존 육류 수요 일부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체 축산물 시장은 앞으로 지속적 성장이 예상되고, 정부에서도 기술개발과 지원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올해 1월과 7월에는 비건 박람회인 '비건페스타'가 열려 주목을 받았다. 114개 업체가 참가한 1회 비건페스타에는 1만5천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7월 진행된 2회 비건페스타도 120여개사가 150여개 부스를 마련했다. 8월 1~3일 코엑스에서 열린 ‘내추럴위크 2019’에도 ‘비건&글루텐프리 특별관’이 마련돼 한국비건인증원을 비롯한 14개 단체 및 기업이 제품과 캠페인을 선보였다.

한국 채식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채식인구는 약 150만명에 이른다. 10년동안 1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식약처 인정 비건 인증기관인 한국비건인증원 김영인 책임매니저는 “최근 비건인증을 문의하는 업체와 실제 인증을 획득하는 제품 모두 빠르게 늘고 있다”며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많지는 않지만 관련 제반조건은 빠르게 좋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속가능성, 동물권, 등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게 되며 급속도로 떠오르고 있다. 환경과 동물을 생각하는 윤리소비와 맞물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월 1~3일 내츄럴위크 2019에서 엘엔제이는 자사의 코르크 가죽 활용 생활잡화 브랜드 '코르코'를 선보였다.(사진=송아민 기자)

이러한 비거노믹스의 범위는 단순히 먹는 것에만 한정되지 않고 동물로부터 얻은 원료로 만들어진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비건 라이프스타일'로 이어지고 있다. 의류, 가죽소재 생활제품을 대체하고자 하는 코르크가죽 소재 생활제품을 제조하는 앨엔제이의 ‘코르코’가 대표적이다. 화장품 업계 역시 ‘식물성 원료’와 ‘크루얼티 프리(Cruelty free)’를 내세워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미국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는 이미 2016년부터 전 세계 비건화장품 시장이 연평균 6.3% 성장하고 있어 오는 2025년이 되면 208억 달러(23조 6,500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 시장조사전문기관 민텔의 글로벌 신제품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비건 뷰티 시장은 2013년 6월부터 2018년 6월까지 175%에 달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마켓 리서치 퓨처의 2017년 보고서에서는 동물 테스트를 거치지 않거나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크루얼티 프리 화장품’ 시장이 2023년까지 6% 더 성장할 것으로 보고됐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도 ‘2018 글로벌 화장품 산업 백서’를 통해 2014년 이후 유럽경제 회복세에 따라 가격보다는 품질을 우선 고려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기업의 사회적 가치 활동을 구매요소에 고려할 정도로 윤리적 소비인식이 높아져 정부 차원에서도 화장품의 동물실험을 금지하는 등 윤리적 측면을 중시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KOTRA는 국내 화장품 기업도 유럽 시장에 진출할 경우 품질과 윤리적 측면을 보다 어필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영국 비건 협회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은 하우스부띠끄는 최근까지 7개 업체, 100여개 제품이 비건 인증을 마쳤고 60여 업체가 제품 등록과 견적을 문의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EU는 2013년부터 화장품의 동물시험을 금지했으며, 국내에서도 2017년 2월부터 화장품 동물시험 제품의 제조·판매를 금지한 화장품법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며 화장품과 동물시험에 대한 업계의 관심 또한 높아져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동물시험이 가능한 6가지 예외조항을 두어 한정적으로 화장품 동물시험을 허가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케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