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머릿수를 동원한 이슈 몰이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뉴스케이프 공희준 기자] 친노와 친문, 인터넷 여론조작에 길들여져

김인성 교수는 친노와 친문이 인터넷 여론조삭에 오래전부터 길들여져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 김한주 기자)

공희준(이하 공)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관련해 뒷말이 무성합니다. 교수님께서 내신 신간인 「유시민, 이재명」을 보면 현재 청와대 청원게시판의 문제점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습니다. 청와대는 대한민국의 실질적 최고 권력기관입니다. 일국의 최고 권력기관이 실명인증 여부조차 불확실하고, 작전세력의 조작과 침투에 취약한 시스템을 고집하는 이유가 뭘까요? 그리고 현재의 청와대 청원게시판 시스템을 국민들이 기꺼이 믿고 신뢰할 수 있는 번듯한 시스템으로 바꾸려면 어떤 일들을 해야만 할까요? 청와대에 대한 신뢰도는 사실상 한국에 대한 신뢰도인데, 다른 국가기관도 아닌 청와대가 앞장서서 신뢰도가 의심되는 온라인 시스템을 운영한다면 국격에 먹칠을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김인성(이하 김) : 저는 청원게시판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부터가 코미디라고 생각합니다. 조선시대의 신문고는 한 명이 두드렸는데, 핵심은 신문고를 두드린 사람이 하소연한 사연이 올바른지, 아니면 엉터리인지에 있었습니다. 단순한 머릿수가 본질은 아니었습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경우에는 경기도정에 관한 합리적 의견이 인터넷에 올라오면 자신의 판단 하에 거기에 대한 적절한 반응을 보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반면에 청와대 게시판은 어떻습니까? 이를테면 먹튀한 호날두를 혼내달라고 촉구하는데, 호날두를 실효성 있게 제재할 수 있는 곳은 국제축구연맹(FIFA)입니다. 우리나라 청와대가 아닙니다.

현재의 청와대 청원게시판은 언제부터인가 일간베스트저장소(세칭 일베)와 더불어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해우소, 즉 똥통 구실을 나란히 수행해오고 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 이전에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가 그러한 사회적 똥통 역할을 했었다. 다음 아고라에 앞서서는 디씨인사이드의 별의별 갤러리들이 대국민 똥통 기능을 맡았다.

공 : 자신과 헤어진 여자 친구를 찾아달라는 청원마저 심지어 올라온다고 합니다. 이별한 애인을 찾고 싶으면 흥신소에 의뢰해야지 왜 청와대 게시판을 찾아갑니까? 게다가 청와대든, 흥신소든 남의 헤어진 애인 찾아주는 일은 마찬가지로 불법인데…. 

청와대 청원게시판의 증거인멸 막아야

김인성 교수는 국민이 묻는 것인지, 매크로나 킹크랩이 묻는 것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현 청와대 청원게시판의 맹점에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김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장난과 조롱으로 도배되고 있습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 전형적 사례입니다. 당연히 신뢰도를 오래전에 잃었습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의 더 큰 문제는 언제라도 여론조작이 가능하다는 치명적 역기능에 있습니다. 어떤 이슈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서 띄우고 싶으면 여러 개의 아이디를 만들어 돌리면 됩니다. 이런 종류의 여론조작에는 친노와 친문이 전문입니다. 저는 문재인 정부가 현재의 청와대 청원게시판 시스템에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는 게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연유했다고 봅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서 여론조작이 횡행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청와대 측에서는 대책이나 보완장치를 마련할 생각을 좀처럼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여론조작 증거를 인멸하지 못하도록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대한 긴급 증거보전 신청이 지금 당장 필요합니다.

공 : 저는 청와대 청원게시판이라는 곳 자체에 아예 관심조차 없습니다. 범죄피해를 당하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우범지대를 아예 찾지 않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김 : 좋은 생각은 그것이 단 한 명의 생각이라도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일정한 머릿수를 채우지 않으면 채택하지 않겠다는 건 어쩌면 직무유기일 수도 있습니다. 진짜 사람인지, 프로그램으로 대량으로 만들어낸 유령의 아이디인지 확인할 길이 없는 쪽수들을 동원해 특정한 이슈 몰이에 나서는 짓을 청와대는 단호히 차단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외려 방치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여론조작에 길들여진 인간들이 아니라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공 : 여론조작에 무감각해진 사람들에게 대책을 마련하라고 하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짓과 똑같습니다.

김 : 독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인물이나 기관에 외주를 줘야 합니다. 만약 50만 명이 청원한 사안이라면 청원자들이 진짜로 대한민국 국민인지, 아니면 프록시 서버를 타고 들어온 가상의 아이디인지 엄밀하게 검증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업체들을 찾아야 합니다. 당장 은행만 봐보세요. 공인인증서다 뭐다 해서 엄격한 실명 확인을 요구합니다. 청와대 게시판은 어떤가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농간을 부릴 수가 있습니다.

공 : 저는 청와대 청원게시판을 국민 해우소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나 와서 뱃속에 들어 있는 묵은 찌꺼기들을 시원하게 한번 배설하고 가는 장소라고요.

김 : 그런 악취 진동하는 배설물 무더기 가운데에서 의미 있는 제안이 있으면 단 한 명이 찬성한 착상이라도 정성스럽게 수거해야죠.

공 : 의미 있는 제안을 하는 양식 있는 민주시민이 왜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청와대 게시판을 기웃거리나요?

김 : 그곳에 접속하지 않는 분들도 많겠지만 정 마땅히 갈 데가 없어서 거기까지 찾아간 국민들도 있습니다. 청와대에서 직접 관리한다는 점이 사람들에게는 솔깃하게 들릴 수 있는 이유에서입니다.

공 : 진정으로 간절하고 뜻 깊은 제안을 청원한 사람들이라면 증거보전 신청에 반대할 까닭이 없겠네요?

김 : 예. 그러니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대한 증거보전 신청이 더더욱 신속히 이뤄져야만 합니다.

나는 남의 마음속에 들어가지 않는다

오랜 길을 돌고 돌아 이번 인터뷰의 본론격인 이재명 경기도 도지사와 관련된 쟁점들에 마침내 도착하게 되었다.

공 :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우리나라 현역 자치단체장들 중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을 가장 열성적으로 그야말로 “묻지 마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친문세력은 이재명에 대한 견제와 경계의 시선을 조금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재명 지사의 행동이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지만 뒤에서는 저항하는 면종복배라고 친문들은 해석하는 분위기입니다. 교수님께서는 문 대통령에 대한 이 지사의 충정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충성심이라고 보십니까? 저는 이 지사의 충성이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자구책의 일환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만….

김 : 무당들이 작두에 올라가 사후세계에 대한 장광설을 시끄럽게 풀어놓으면 굿판에 참가한 사람들은 열심히 손바닥을 비비며 기도를 합니다. 저는 최첨단 범죄수사 기법인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로 활동해온 사람입니다. 저에게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함부로 들어가 보라고 요구하시는 건 왠지 부당하게 느껴집니다.

공 : (큰소리로) 흐흐흐….

김 : 그와 연관된 부분의 내용은 정치평론가이신 공희준 위원님께서 저를 대신해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사전에 질문지로 보낸 물음임에도 불구하고 김인성 교수는 이 부분에서는 단호하게 딱 잘라 답변을 거절했다. 나는 더 이상의 질문을 하지 않기로 했다. 여기서 그의 대답을 더 이끌어내는 일은 정상적 질문이 아닌 흉포한 고문의 영역인 탓이었다. (⑥편에서 계속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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