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지키기에 열중할수록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만 앞당겨져

[뉴스케이프 공희준 기자] 공희준 :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그의 가족을 둘러싸고 불거진 각종 의혹들로 말미암아 나라 전체가 시끄럽게 요동치고 있습니다. 강남좌파의 기수로 맹활약하면서 오랫동안 다른 사람들에게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온 조국 후보자가 자신의 과거 발언 때문에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하는 여론의 혹독한 비판과 질타를 부메랑으로 얻어맞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조국 후보자를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법무장관으로 무조건 밀어붙일 기세입니다. 조 후보자가 사법개혁의 적임자라는 이유에서입니다. 법무부 장관은 경제부처의 수장들과는 달리 높은 윤리의식과 완벽에 가까운 언행일치를 요구받는 자리입니다. 더욱이 우리나라 법조인들은 전문성과 자존심으로 똘똘 뭉쳐 있습니다. 조국 후보자가 지명철회 내지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야당과 민심의 파도를 헤치고 법무장관에 임명된다면 중차대한 국가대개혁 과제인 검찰개혁을 비롯한 사법개혁을 청와대의 호언장담대로 과연 성공적으로 완수해낼 수 있을까요?

조국과 윤석열은 이래서 다르다

이현웅 위원장은 조국 사태로 더불어민주당이 상대적인 도덕적 우위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사진 박진선 기자)

이현웅 :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사법개혁의 적임자라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는 “조국이 끝이면 정권도 끝이다”라는, “조국이 낙마하면 사법개혁도 좌초한다”라는, “조국이 아웃되면 선거제 개혁도 무산된다”라는 인식이 현재 당내에 만연해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인식이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법개혁이 성공할 수 있는 핵심적 요인은 도덕성의 유무에 달려 있습니다. 도덕성은 사법개혁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갈 수 있는 첫 번째 동력이자 요소입니다.

두 번째 동력이자 요소는 남다른 전문성, 곧 디테일(Detail)입니다. 얼마 전에 검찰총장에 취임한 윤석열 현 검찰총장은 대표적으로 디테일에 아주 강한 인물입니다. 윤석열 총장은 현직에 오랫동안 몸담아오면서 검사동일체 원칙 같은 검찰조직의 해묵은 고질과 문제점들을 직접 겪어봤습니다. 부당한 지시에 항거도 해보며 검찰조직이 어디에서 고장이 났는지를 속속들이 세밀하게 파악해왔습니다.

반면에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는 어떤가요? 형법교수 출신이기는 하지만 대한민국 법조의 실체적 현실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를 못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국 후보자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역임하고 차기 법무장관 후보로까지 지명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매우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인물일 것이라는 국민들의 높은 믿음과 신망 때문이었습니다. 국민들은 디테일에 강한 윤석열 검찰총장과 높은 도덕성을 지닌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의 황금조합이 오랜 국민적 여망인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해줄 것이라고 기대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어떤 광경이 펼쳐지고 있습니까? 조국 후보자가 전혀 도덕적인 인물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매일매일 드러나는 중입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권 사람들은 위법은 아니었다고, 절차적 하자는 없었다고 조국 후보자를 열심히 두둔하기에만 바쁩니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는 자신들이 최소한 자유한국당과 비교할 때만은 도덕성과 윤리성에서 상대적인 비교우위에 놓여 있다는 주장을 더는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잡범이지만, 쟤들은 흉악범이라는 투로 자기의 강점이 아닌 상대의 약점에서 반사이익을 누리려는 행태를 더 이상 보여서는 안 됩니다.

국민들이 조국 후보와 그 가족들에게 왜 분노하겠습니까? 조국 후보자의 딸이 박근혜 정권을 몰락시켰던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입시비리에 비견될 수 있는 석연치 않고 불투명한 방식을 거쳐 다른 학생들이 선망하는 상급학교에 계속 진학한 탓입니다. 특정한 학생이 고등학교도 무시험으로, 대학교도 무시험으로, 대학원도 무시험으로 들어가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인가요? 그 고등학교가 어떤 고등학교인가요? 가기 어렵다는 유수의 외국어고등학교입니다. 대학교는 어떤 대학교인가요? 스카이(SKY)로 알려진 대학들의 하나입니다. 대학원은 어느 대학원입니까? 졸업하면 고소득 전문직의 대명사격인 의사가 될 수 있는 의학전문대학원입니다. 이런 곳들을 시험 한번 제대로 치르지 않고서 수월하게 들어갔으니 청년층과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분노와 의혹이 끓어오르는 것입니다.

민심이 이렇게 부글부글 들끓는 와중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일부 국회의원들의 개념 없는 망언이 국민들의 분노에 부채질을 하고 말았습니다. 김종민 의원은 조국 후보자의 딸에게만 잠시 열렸던 좁은 길을 보편적 기회라고 강변하면서 “노력하면 된다”는 유체이탈 화법으로 평범한 청년들의 부아를 돋웠습니다. 같은 당 이철희 의원은 조 후보자의 딸이 잡았던 아주 예외적 기회를 “어느 정도 지위가 되는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기회”라고 옹호하며 부유층 자제들의 특권과 반칙을 정당화하는 듯한 발언을 태연하게 입에 올렸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대다수는 복잡해질 대로 복잡해진 입시제도에 갈피조차 잡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공부만 잘하면 되는 시대는 이미 끝났습니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에 적나라하게 묘사된 것처럼 부모의 돈과 인맥, 그리고 정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자녀들이 원하는 학교에 입학할 수가 없습니다. 국민들은 이런 잘못된 구조적 모순에 촛불정부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의 사람들이 도리어 편승해왔기에 더더욱 분노하는 것입니다.

강남우파와 강남좌파는 한통속

여태껏 국민들은 강남우파에 견주어 강남좌파들이 똑같이 돈은 많아도 도덕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강남좌파는 강남우파와 달리 서민들의 벗이 되어줄 것이라는 믿음을 지녔었습니다. 조국 후보자는 이러한 희망과 기대감이 순전한 착각과 오해였다는 점을 통렬하게 깨우쳐줬습니다. 강남좌파도 강남우파도 부와 권력과 학벌의 세습에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몰두하고 있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조국 후보자의 사례를 통해 확실하게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사법개혁의 본질적 목표의 한 가지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제거하는 데 있습니다. 전관예우도 그와 같은 비대칭성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습니다. 전관예우의 폐해는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에게서 유난히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법률용어에 ‘심리불속행’이라는 게 있습니다. 심리불속행이 뭐냐면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는 것을 말합니다. 대법원에 여러 가지 사유를 제시해가며 상고장을 제출하면 3개월쯤 후에 “이 사건의 심리를 개시하지 아니한다”는 딱 한 줄이 쓰여 돌아옵니다. 이런 경우가 대법원 상고사건이 100건이라면 그 가운데 90~95건쯤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대법관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면 일단 심리에는 착수하는 건수가 100건 중 30건입니다. 대법원에서 심리할 확률이 3배로 높아집니다. 법원 주변에서는 이를 ‘대법관 도장값’이라고 흔히 부릅니다. 이렇게 상고장에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도장을 하나 받아오려면 3,000~5,000만 원의 거금을 줘야만 합니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해야 검찰도, 법원도 투명성이 제고될 수 있습니다. 과거의 조국이 어땠는지는 몰라도 현재의 조국은 투명성에 역행하는 인물입니다. 사법개혁의 적임자로 적합하려야 적합할 수가 없습니다. 사법개혁의 적임자로서만 부적합한 것이 아닙니다. 부와 특권의 대물림이 없는, 부당한 차별과 배제가 사라진 공정한 사회와 나라를 만들어주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을 받들기에도 턱없이 모자랍니다.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이 문재인 정부의 출범을 어째서 환영했겠습니까?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란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에 그 이유가 다 나와 있습니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에 명실상부 어울리는 법무장관 후보자입니까? 조국 후보자가 검찰개혁을 과감히 추진할 수 있을까요? 또는 신뢰받는 법률행정을 구현할 수가 있을까요? 국민들의 믿음과 신뢰를 잃은 상태에서 어떻게 이런 일들이 가능하겠습니까?

문재인 정부, ‘김성호‧진대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라

문재인 정부가 조국 카드를 막무가내로 고집하는 데에는 나름의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과거의 뼈아픈 기억이 작용한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이러한 현상을 ‘김성호 트라우마’ 혹은 ‘진대제 트라우마’라고 명명하고 싶습니다. 직업관료나 전문경영인 출신 인사들을 정부 요직에 앉혔다가 나중에 되레 배신을 당했다는 감정에서 비롯된 지독한 진영논리라고 하겠습니다.

김성호 전 법무무 장관은 참여정부의 마지막 법무부 장관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장에 취임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핍박하는 데 깊숙이 관여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진대제 전 장관은 참여정부의 초대 정보통신부 장관이었습니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끝난 다음의 정치적 행보는 진정성 있는 모습이었다고 평가받기가 어렵습니다.

이게 친문에게는 “우리 사람이 아니면 믿을 수 없다”는 폐쇄적 방어본능을 심어주었습니다. 그래서 벌어진 사태가 2012년 봄의 민주통합당 공천 파동입니다. 당시 공천심사 작업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백원우 전 의원은 심지어 “민주당 전체로 과반수를 차지하느니 친노 100명만 당선되는 게 더 낫다”는 투의 말을 공공연히 하고 다닐 지경이었습니다. 그와 같은 분위기에서 민주당의 총선 패배는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서 빨리 이런 심리적 트라우마로부터 탈피해야 합니다. 자기들끼리만 똘똘 뭉치는 게 능사라는 고정관념을 더 늦기 전에 버려야만 합니다.

저는 법무부 장관에는 흠결 많은 것으로 밝혀진 조국 후보자 대신에 참신한 신진인사를 발탁하는 것이 검찰개혁을 비롯한 사법개혁의 명분과 추진력을 계속 살려나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언급한 신진인사는 단지 나이만 젊은 사람을 뜻하지 않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더라도 능력과 소신이 검증된 인물들을 가리킵니다. 이를테면 윤석열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가 아니었습니다. 윤 총장은 보수 성향의 인물입니다, 그러나 원칙과 신념을 생명처럼 여겨온 사람입니다. 윤 총장의 평소 지론대로 그는 사람에 충성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윤석열 총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 방안에 대해 현재는 거의 거론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저는 윤석열 총장이 검찰이 경찰을 합리적 범위 안에서 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지금처럼 신중한 자세를 유지한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이 문제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입장을 같이합니다. 왜냐면 검찰의 통제에서 풀려난 경찰은 자칫하면 ‘경찰파쇼’ 국가를 만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금태섭 같은 파격적 신진 인사 기용도 고려해야

이현웅 위원장은 금태섭 의원 같은 신진인사의 파격적 기용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박진선 기자)

조국 후보자는 문제를 심층적이고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안목이 부족해 보입니다. 제가 그래서 조국 후보자를 디테일에 약하다고 평가하는 것입니다.

밖에서 바라본 검찰과 안에서 겪어보는 검찰은 크게 다를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디테일을 갖춘 인물을 발탁해야 합니다. 양심과 전문성을 겸비한 후보자는 민변에도 있고, 전‧현직 판사와 검사 중에서도 분명히 있습니다. 정치권에도 있습니다. 예컨대 금태섭 의원은 초선이기는 하지만 검찰의 생리에도 정통할뿐더러 도덕적으로도 큰 하자가 없는 인물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카드를 굳이 끝까지 밀어붙일 까닭이 없는 배경입니다.

사법개혁은 제도와 시스템의 변화로 완성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혁세력으로 분류될 수 있는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그러므로 문재인 정부의 우군이 충분히 될 수 있는 사람들까지 괜히 적으로 돌려세우는 인물을 청와대가 고집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진심으로 조국(祖國)을 살리고 싶다면 조국 후보를 이제 손에서 내려놓아야 합니다. ‘조적조’란 신조어가 있습니다. “조국의 적은 조국”이라는 것이죠. 조 후보자가 자신이 과거에 내뱉은 이야기들에 발목이 잡혔으니까요. 어제의 조국이 오늘의 조국을 심판하는 셈입니다. 도덕성과 전문성 양 측면에서 모두 취약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조국 후보자에 집착하면 집착할수록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권력누수 현상)만 오히려 더욱더 앞당겨집니다. 저는 더불어민주당이 조국을 지키겠다고 총력대응에 나선 일도 최종적으로는 여당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공희준 : 바쁘신 중에 시간 내어 힘 있는 말씀 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이현웅 : 흥미 있게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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