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장기화 대비한 대체 경유지 필요하다”

[뉴스케이프 송아민 기자]

지난 6월부터 시작된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가 장기화되고 있다. 지난 8월 25일 시위에서는 경찰의 실탄 경고사격과 물대포가 등장해 다시 격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YTN 갈무리)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우리나라 수출 기업의 부담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수출 경유지 등의 발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는 26일 ‘홍콩 시위 장기화에 따른 우리 수출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홍콩 시위 장기화에 따른 영향을 중점 분석했다.

홍콩은 우리나라 4위 수출시장으로, 작년 한 해 홍콩 수출액은 460억 달러에 이른다. 특히 홍콩과 중국 본토와의 CEPA(경제협력동반자협정)를 활용한 관세혜택, 낮은 법인세 및 우수한 금융·물류 인프라 등 홍콩은 우리나라 대중국 수출에 중요한 경유지로 활용돼 왔다. 지난해 홍콩으로 수출된 우리나라 기업의 제품은 약 82.6%가 홍콩을 거쳐 중국으로 재수출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홍콩과 중국 본토 간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은 홍콩 정부가 중국,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지역에도 범죄자를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답은 법안이다. 홍콩 시민들은 중국 정부가 이 법을 악용해 반체제 인사, 인권운동가 등을 중국 본토로 강제 송환할 것을 우려해 홍콩 정부의 송환법 입법 추진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 6월 9일 100만명이 시위에 참가한 이후 15일 캐리 람(Carrie Lam) 홍콩 행정장관이 송환법 무기한 연기의사를 밝히며 사과했지만 시위는 12주째 지속되고 있다. 시위 이면에는 홍콩 반환 당시 약속된 자치권 침해와 홍콩을 중국화하려는 중국 정부의 통제, 탄압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불신과 불만이 자리 잡고 있어 사태는 쉽게 종결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취임 이후 친중 인사가 홍콩 행정 수반에 오르는 등 점차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홍콩 시민들의 불신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에 더해 미국이 홍콩 시위대를 지지하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자 중국이 시위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비난하는 등 미중갈등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홍콩 무역 규모는 세계 7위 수준이며, 우리나라의 홍콩 수출액은 460억 달러(약 56조원)에 달한다. 이는 중국, 미국, 베트남 다음의 수출 규모다. 

우리나라 홍콩 수출 중 반도체와 메모리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가 73.0%, 53.3%로 높으며 특히 지난해 전세계 반도체 수출비중이 20.9%라는 점을 비춰봤을 때, 반도체의 홍콩 수출의존도는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홍콩을 경유해 중국으로 재수출하는 비중이 타 주요국에 비해 높아 홍콩과 중국 간 긴장 격화로 인해 더 큰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홍콩의 대만수입은 거의 대부분 중국으로 재수출되고 있으며 한국(82.6%), 일본(64.4%) 등이 뒤를 따르고 있다. 

홍콩 수출 제품의 주요 국가별 중국 재수출 비중 비교(자료=한국무역협회 제공)

우리나라가 홍콩을 수출 경유지로 이용해왔던 배경에는 금융허브로서의 이점을 활용한 자금조달, 무관세 혜택과 낮은 법인세, 중국과의 직접거래에 따른 법적·제도적 리스크 완화 등 다양한 원인이 있었다.

따라서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상해나 선전 등 대체 무역허브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국무원(행정부)과 공동으로 선전을 특별경제구역으로 지정해 홍콩을 대신할 허브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중국과의 직접거래에 따른 법적·제도적 리스크 증대, 관세 부담 등 여러 직간접 비용 상승이 우려된다.

보고서를 발표한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이유진 연구원은 “시위에 따라 단기적으로 금융비용 증가, 화물 운송 차질 등 리스크가 있지만 당장 수출길 단절 등 극단적인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만 홍콩 탄압에 대한 서구권의 반발이 미중 무역갈등과 연계되면 세계 무역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으며 우리 기업에게 많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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