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로 점철된 희대의 사건... 용의자 30여년 만에 특정

[뉴스케이프 김남주 기자] 경찰이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던 화성부녀자연쇄살인사건 용의자를 30여년 만에 특정하고 19일 오전 9시 30분 브리핑을 가졌다. 

경찰은 브리핑에서 A(50대)씨를 용의자로 지목한 이유와 주요 증거, A씨는 어떤 인물인지 등을 설명했다. 이미 오래전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점에서 처벌은 어렵지만, 완전범죄는 없다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장기 미제 화성연쇄살인사건은 지난 2003년 개봉된 '살인의 추억'의 모티브가 돼 국민적인 관심을 받았다. 

봉준호 감독이 연출하고, 송강호가 주연을 맡은 '살인의 추억'은 당시 5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으며, 지금도 범죄 스릴러 수작으로 손꼽힌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10차례에 걸쳐 발생한 대표적인 장기 미제사건으로 유명하다. 

이 사건은 희대의 연쇄살인사건으로, 당시 동원된 경찰 연인원만 205만여명이었고, 수사대상자 2만1280명과 지문대조 4만116명 등 각종 수사기록은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다. 

사건은 엽기로 얼룩져 있다. 최초 사건은 지난 1986년 9월 15일 오전 6시20분께 태안읍 안녕리 목초지에서 발생했다. 당시 경찰은 이모(71)씨가 하의가 벗겨져 살해된 채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화성부녀자연쇄살인사건 사건일지(그래픽=뉴스케이프)

2차 사건은 한 달도 안 돼 터졌다. 1986년 10월 20일 오후 8시경 태안읍 진안리 농수로에서 박모(25)씨가 나체 상태로 수로에 유기되고 가슴에 흉기자국이 남은 상태로 살해된 채 발견됐다. 

3차 사건부터는 엽기행각이 더욱 두드러졌다. 같은 해 겨울 12월 12일 늦은 밤 태안읍 안녕리 축대에서 권모(24)씨가 스타킹으로 양손이 결박당하고 머리에 팬티가 씌워진 상태로 살해된 채 발견됐다.

이어 4차, 5차, 6차, 7차에서도 사건 형태가 유사한 채로 발견됐다. 스타킹으로 결박된 상태로 살해되거나 블라우스로 양손이 묶인 채로 희생됐다. 

8차는 다소 범행 양상이 달랐다. 1988년 9월 16일 오전 2시 태안읍 진안리 가정집에서 박모(13)양이 살해된 채로 발견됐는데 이는 모방범죄인 것으로 확정됐다.

이어 1990년 11월 15일 오후 6시30분 태안읍 병점 5리 야산에서 김모(13)양이 스타킹으로 결박된 상태에서 희생됐다.

마지막 10차는 1991년 4월 3일 오후 9시 동탄면 반송리 야산에서 권모(69)씨가 하의 벗겨진 상태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 사건 후 만 15년이 지난 2006년 4월 2일 10차 사건 공소시효 만료가 이뤄졌다. 

경찰은 이 같은 화성 연쇄살인사건 개요 설명과 함께 수사 진행 상황을 이날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경기남부경찰청 반기수 화성 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은 브리핑을 통해 "7월 15일 DNA감정 의뢰해 증거물 3건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하는 대상자가 있다는 결과를 통보받고 수사 중에 있다"고 말했다.

반 본부장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의뢰 경위에 대해 "2006년 4월 2일 공소시효 완료 이후에도 진실규명 차원에서 수사기록과 증거물을 보관하면서 국내외 다양한 제보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 절차 진행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DNA 분석 기술 발달로 사건 발생 당시에는 DNA가 검출되지 않았지만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도 재감정에서 DNA가 검출된 사례가 있다는 점에 착안해 지난 7월 15일 현장 증거물 일부를 국과수에 DNA감정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경기남부경찰청 2부장을 수사본부장을 중심으로 미제사건 수사대, 광역 수사대, 진술 분석팀, 외부 전문가 자문등 57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편성해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반 본부장은 "앞으로도 국과수와 협조해 DNA 감정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수사기록 정밀 분석 및 사건 관계자 당시 수사팀 관계자 조사등을 통해 대상자와 화성 연쇄살인사건과의 관계를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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