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 반토막 나 판매처인 은행과 불완전판매 놓고 다툼 심화 예상

[뉴스케이프 김남주 기자] 파생상품의 특성상 고수익의 ‘단맛’ 이면에는 고위험의 ‘쓴맛’이 도사리고 있다. 일부은행들이 은퇴자금, 노후자금 등을 이 상품에 가입시켰다. 따라서 대부분 노령자들이 대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상품이 큰 손실로 이어지면서 피해자 소송까지 비화돼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등이 판매한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투자 피해자 소송이 이번 주 본격 시작될 전망이다.

이들 은행이 고령자들에게 판매한 DLF의 만기가 돌아옴에 따라 은행과 투자자 사이의 분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이 판매한 DLF가 오는 25일을 시작으로 만기가 돌아온다. 

하나은행이 판매한 DLF는 미국 이자율스와프(CMS) 5년물 금리와 영국 CMS 7년물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다. 펀드 설정 당시 두 금리를 기초 가격으로 해서 만기 시 두 금리 중 어느 하나가 기초가격의 배리어(장벽 ;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손실이 나는 구조다. 배리어는 60%, 55%, 50% 등 세 종류가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상품의 만기 수익률 산정 기준이 되는 20일 미국 CMS 5년물 금리(1.586%)와 영국 CMS 7년물 금리(0.776%)를 적용하면 손실률은 쿠폰금리를 포함해 46.4%가 된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DLF를 놓고 금융사와 투자자 사이 배상 비율을 조정하는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로 조정을 신청한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김한주 기자)

이처럼 손실 폭이 커지자 돈을 잃은 투자자들의 반발도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이 상품을 놓고 소송이 벌어졌다. 첫 소송 제기자는 개인 투자자 2명과 법인 1곳이다. 

이들은 우리은행이 판매한 독일 국채 금리 연계 DLF와 하나은행이 판매한 영국·미국 이자율스와프(CMS) 금리 연계 DLF에 투자했다.

이들은 투자 원금에 투자일부터 소송 제기일까지 계산한 이자를 지급하라고 은행 측에 요구할 예정이다. 이들은 두 은행이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고객을 기망했기에 애초 상품 가입 취소 사유가 성립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DLF를 놓고 금융사와 투자자 사이 배상 비율을 조정하는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로 조정을 신청한 건수도 늘어나고 있다. 20일 현재 159건이 접수됐다. 분조위는 이르면 다음 달 말께 열릴 예정이다.

현재 금감원은 중도환매 분에 대한 분쟁조정 신청 건을 중심으로 1차 분쟁조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만기 도래 후 손실이 확정된 분쟁조정 신청 건이 대규모로 들어오기 전에 유형별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서다.

업계전문가들은 분쟁조정 결과 불완전판매가 입증되면 대부분 20~50% 수준에서 배상 비율이 결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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