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kg 체중감량한 호아킨 피닉스의 미친 열연

[뉴스케이프 김종효 기자] [뉴스케이프=김종효 기자] 10월 2일 개봉하는 영화 ‘조커’는 제목의 의미부터 다르다. 

‘조커’는 희대의 악당 조커의 탄생이라는, 그 누구도 몰랐던 새로운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코믹북 기반이 아닌 영화를 위해 완전히 재창조된 오리지널 스토리를 다룬다. 

기존의 DC 코믹스를 기반으로 한 영화에 등장한 조커(JOKER)는, 그 이름에 대해 보통은 트럼프의 특별한 카드와 연관시켜 예측불허의 인물이라는 의미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서 조커의 의미는 ‘조크를 하는 사람’ 즉, 우스개 소리, 농담을 하는 사람의 의미다.

이는 영화 속의 코미디쇼 장면에서 아서 플렉이 “나를 소개할 때 ‘조커’로 불러줄래요?”라는 대사를 던지며 그 의미를 명확하게 한다. 

연출을 맡은 토드 필립스 감독의 전작이 최고의 흥행 코미디 영화 ‘행오버’라는 점이나 아서가 행하는 동작 중 찰리 채플린에게서 영감을 받았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 등장하는 등 ‘조커’는 제목을 비롯해 여러 면에서 의미심장하다. 

인생의 한 줄기 빛을 기다리는 아서는 스탠드업 코미디를 시도하지만 오히려 본인이 웃음거리 신세가 돼버린다. 반복되는 무관심과 매정함 그리고 배신의 굴레에 빠진 아서는 비정한 우화 속에서 연이어 잘못된 선택을 내리면서 쌓이고 쌓여가는 사건의 연쇄 반응을 불러온다. 

토드 필립스 감독과 함께 각본을 작업한 스콧 실버는 “아서는 그저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려 하고 사람들이 미소 짓게 만들려고 한다. 그래서 광대가 됐고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되고 싶어한다. 그저 세상에 기쁨을 불러오고 싶어 하지만 고담시의 유해한 환경이 아서를 파멸한다. 연민과 공감의 결여, 예의 없는 사회. 그 환경이 조커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토드 필립스 감독은 “정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마지막에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영화를 어떤 관점으로 봤는지에 달렸다.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이 가능하고, 모든 답을 얻어 갈 수는 없고, 무슨 일이 있었고,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았는지에 대해 각기 다른 이론을 개진하는 것이 이런 캐릭터가 주는 매력이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그렇다면 영화에서 눈여겨봐야 할, 관람 포인트는 어디 있을까.

"늑대처럼 보이길 바랐다" 호아킨 피닉스의 열연

영화 '조커'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아서라는 인물과 조커라는 악당을 넘나드는 호아킨 피닉스의 열연이다. 

국내 개봉을 앞두고 관객들의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인생 연기라 해도 손색 없을 절정의 열연을 펼친 배우 호아킨 피닉스가 과연 어떤 조커의 모습을 보여줄지도 초미의 관심이다. 호아킨 피닉스는 올해 가장 강력한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과거에는 장르 영화를 무조건 거부했지만 호아킨 피닉스는 각본을 읽고 마음이 움직였고, 배우로서 연기하기 너무나 힘들었던 조커라는 캐릭터를 이성적으로 계획하고 몸으로 표현해내며 구축했다. 

특히 아서를 표현하려고 하루에 사과 하나만 먹으면서 23kg 가까이 감량하는 열의를 보였다. 

호아킨 피닉스는 “캐릭터가 굶주려 있고 건강하지 않아 보이고, 영양실조 상태의 늑대처럼 보이길 바랐다”고 말했다. 그의 바람처럼 호아킨 피닉스는 온몸의 뼈마디 하나하나로도 감정을 드러내며 인생 캐릭터를 완성했다.

조커의 탄생 서사

영화 '조커'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조커’는 희대의 악당 조커의 탄생이라는 그 누구도 몰랐던 새로운 이야기를 그린다. DC의 유명한 악당을 토대로 뻗어나간 독창적인 단독 이야기로 조커라는 캐릭터의 전통적 신화가 반영된 동시에 거기에서 분명히 벗어난 캐릭터 탄생 서사다. 

토드 필립스 감독은 “영화에서 조커의 다층적 성격의 기원을 다루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원작에서도 공식화된 탄생 이야기가 없고 그 기원을 다룬 영화도 없었기 때문에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어떻게 그가 진화하고 퇴화했는지를 그렸다. 조커 이야기가 아니라, 조커가 돼 가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따라서 영화 ‘조커’에선 80년에 걸쳐 책이나 스크린에서 묘사되었던 고담시나 조커와 과연 어떻게 다른지 눈 여겨 봐야 한다.

영감을 받은 영화와 시대

영화 '조커'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필립스 감독은 호아킨 피닉스의 강렬한 연기로 탄생한 아서 플렉을 고담시의 분열된 사회에서 자신의 길을 찾으려고 고군분투하는 남자로 그려냈다. 

위태로운 상태에 빠진 아서 플렉을 서서히 벼랑으로 몰고 가는 불안정한 환경을 다루는 이야기에 대해 “어렸을 때 보았던 캐릭터 서사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런 이야기의 외양, 분위기, 어조가 이 이야기와 어울렸다”고 밝혔다. 

감독이 말하는 시대는 ‘형사 서피코’(1973, 시드니 루멧 감독), ‘택시 드라이버’(1976, 마틴 스콜세지 감독), ‘네트워크’(1976, 시드니 루멧 감독)와 같은 명작이 나왔던 1970년대와 80년대다. 

이에 고담시를 1981년으로 설정하고 요즘 여러 영화로 친숙해진 만화 속 세상에서 벗어난 그 시대로 돌아갔다고 전해, 이들 손꼽히는 명작들과의 연관성과 재현한 시대상을 주목할만하다. 

재즈 연주자 호아킨 피닉스

영화 '조커'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토드 필립스 감독은 호아킨 피닉스를 마음에 두고 캐릭터를 구축했다. 

감독은 “호아킨의 연기 방식과 예측 불가능성이 조커 캐릭터에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이 계산을 하는 동안 호아킨은 재즈를 연주한다. 그의 연기는 용감하면서도 연약하다. 최고의 배우이면서 겁이 없는 호아킨을 캐스팅한다면 특별한 영화가 탄생하리라고 생각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호아킨 피닉스는 출연의 이유에 대해 “이제껏 본 적 없는 대담한 이야기라고 느꼈다. 슈퍼히어로 장르에 속하는 그 어떤 영화와도 달랐고, 지금껏 봤던 드라마 장르와도 달랐다. 아주 다양한 톤과 풍미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인물은 인물의 동기를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조커만은 이에 해방되어 어느 방향이든 연기를 할 수 있다고 깨달았다”며 관객들의 선입견을 흔들 조커의 탄생을 예고했다. 올해 아카데미상 강력한 후보로 떠오른 호아킨 피닉스의 명연기를 확인할 수 있다.

계단의 의미

영화 '조커'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스탠드업 코미디언을 꿈꾸는 아서는 어머니가 이 세상에 웃음과 기쁨을 주라면서 달아준 ‘해피’라는 이름에 맞춰 ‘하하스’라는 서비스를 통해 광대로 일하지만 어디로 가든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에 멈춰 서곤 한다. 

아서의 세계에 자주 등장하는 물리적이고도 비유적인 계단은 아서가 걸어 오르는 계단부터 광대 분장을 하기 위해 심적으로 올라야 하는 계단까지 포함된다. 

두 계단은 영화 속 서사를 거치면서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변해 가는 아서가 올라야 하는 여러 계단을 상징한다. 

영화에서 아서는 사회복지사의 조언을 듣고 그림, 산문, 상상이 담긴 일기를 쓰는데, 호아킨 피닉스가 스스로 일기장을 여러 장 채웠다. 

‘계단 또 계단 또 계단’을 줄마다 반복해서 쓴 일기장 페이지를 스크린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무거운 신발

영화 '조커' 포스터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도입부에서 아서가 계단을 올라가며 기운이 빠져 있는 모습이 보이는데 이는 토드 필립스 감독이 “아서의 신발은 무겁다”며 아서가 무거운 신발을 신고 세상의 무게를 몸에 지고 다닌다고 말하면서 탄생했다. 

하지만 내려올 때는 아서는 몹시 달라진 모습에 완전히 다른 짐을 지고 있다. 

토드 필립스 감독은 이 장면에 대해 “호아킨은 그 부분에서 너무도 꼼꼼해서 아서에서 조커로 변하는 순간이 단 한 번도 보이지 않고, 모두 계산된 속도로 표현됐다”고 전했다. 

무거운 신발을 신고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과 같은 신발로 가볍게 계단을 내려오는 모습을 비교할 수 있다.

전율의 즉흥연기

‘조커’는 여느 촬영장과 달리 카메라를 설치하고 호아킨 피닉스가 원하는 대로 연기를 펼쳐지게 놔두는 것이 촬영 지침이었다. 

영화에서 조커의 심적 변화에 중요한 부분인 화장실 장면 역시 카메라 리허설도 하지 않고 그저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봤고, 호아킨 피닉스의 강렬한 연기는 촬영팀에게 전율을 일으키게 만들었다. 

호아킨 피닉스는 “아서의 다른 모습이 발현되는 것을 보여줄 다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춤 동작을 연구했다고 하자 감독님이 첼로 음악을 틀기 시작했다. 내가 ‘이런 동작이 있으면 어때요’라고 하면 감독님이 ‘그럼 난 당신 발부터 시작할게요. 발부터 시작하고 그렇게 움직여요’라고 말했다. 그 장면은 아서의 전환점이기도 하고 나와 감독님의 협업의 전환점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런 방식으로, 사전에 전혀 계획에 없이 그 순간에 탄생한 아서가 아파트에서 냉장고에 들어가는 명장면도 만날 수 있다.

광대 분장

영화 '조커'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속에서 아서는 여러 공연에서 다양한 광대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조커의 최종 얼굴은 토드 필립스 감독과 호아킨 피닉스가 아서의 평소 분장을 과장해서 만들었고, 분장팀이 아서의 광대 캐릭터에서 기본적으로 볼 수 있는 빨강과 초록을 활용해 완성했다. 여기에 다양한 색소를 활용해 아서의 눈물을 만들고 바랜 파란색을 덧칠했다. 

조커의 탄생 서사에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는 분장의 역할이 어떻게 등장할지 기대해도 좋다.

호아킨 피닉스의 열연과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에 힘입어 ‘조커’는 코믹스 영화 사상 최초로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8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걸작의 탄생이라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올해의 영화”, “눈부시게 대담하다”, “상상 그 이상의 전율”, “‘다크 나이트’와 나란히 할 영화”, “완벽한 대중오락영화”, “아카데미상은 호아킨 피닉스에게” 등 극찬이 쏟아졌다. 

독립적 세계관 속에서도 DC 시리즈 연결고리가 될 고담시, 토마스 웨인, 알프레드 집사, 아캄 정신병원 등이 등장할 예정이라 더욱 기대를 더한다. 최고의 배우 로버트 드 니로가 출연하고, 배우이자 ‘스타 이즈 본’으로 감독으로서 실력을 인정 받은 브래들리 쿠퍼가 제작에 참여했다.

이제껏 본 적 없는 진짜 조커를 만나게 될 영화 ‘조커’는 10월 2일 2D와 IMAX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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