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사실관계 및 가혹행위 여부 수사 중

[뉴스케이프 송아민 기자]

경기 남부지방 경찰청 (사진=송아민 기자)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이춘재씨가 그동안 모방범죄로 알려졌던 8차 사건의 범행을 자백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8차 사건 당시 범인으로 지목된 윤 모씨가 이미 20여년의 수형생활을 마친 상황이기 때문이다. 윤 씨는 과거 8차 살인사건 당시 혈액형, 체모, 방사성동위원소 등의 국과수 검사 결과를 증거로 8차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받았다. 윤 씨는 과거부터 경찰의 협박과 고문으로 자백했다고 발언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 씨는 경찰 수사 당시 쪼그려뛰기와 철야수사 등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10일 브리핑을 통해 화성 연쇄 살인사건 용의자 이춘재를 둘러싼 수사 상황과 이씨가 주장한 8차사건 수사 방향에 대해 언급했다. 핵심 쟁점은 ▲왜 첫 자백 후 8차사건의 범행 자백에 대해 공개하지 않은 이유 ▲이씨가 자백한 8차사건 범행의 신빙성 여부 ▲사흘간 조사가 진행됐다는 윤씨의 인터뷰와 체포 당일 범행을 자백했다는 당시 수사기록의 차이와 이 차이가 시사하는 경찰의 고문 등 가혹행위가 있었는지 여부 등이었다.

반기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은 “현재 8차사건은 대상자 이춘재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구체적인 진술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이씨의 자백이 맞을 경우를 대비해 8차사건 당시 수사 관계자 등을 상대로 윤씨를 범인으로 특정해 자백을 받은 경위 등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유력용의자 이춘재에 대한 수사접견과 대면조사를 어제까지 총 13차에 걸쳐 진행해 왔다. 이씨는 면담 과정에서 자백을 번복하지 않고 일관되게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부터 8차 사건 제외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브리핑에서 가장 이슈가 된 지점은 경찰이 이춘재의 첫 자백 후 경찰이 고의적으로 8차사건의 범행을 언급하지 않았는가에 대한 의혹이다. 이춘재의 자백 소식이 언론을 통해 밝혀진 후 경찰은 이씨의 자백 이후 화성사건을 포함한 14건의 살인을 자백했다고 발표해 왔다. 

기존 모방범죄로 알려진 8차사건의 범행을 이춘재가 자백했다면 이러한 지점 역시 우선적으로 밝혀야 했다는 지적에 경찰은 “신빙성을 확인하는 단계여서 언급할 수 없었을 뿐”이었다며, “은폐하고자 할 의도는 절대 없었다”고 언급했다.

이씨의 자백이 기억만에 의존해 진행된 만큼 사건과 관련된 증언의 정확도에 편차가 있고 구체적이지 않은 자백만으로 이뤄져 이러한 신빙성을 확인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반 수사본부장은 “자백했을 당시 14건으로 발표한 이유는 결코 은폐하고자 함이 아니라 신빙성 확인의 절차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특히 8차사건의 경우 윤씨가 수형생활을 이미 마친 상황이어서 더욱 정밀하게 신빙성을 검증해야 했던 상황에서 보도가 되어 당황하고 곤란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첫 브리핑 당시 8차사건에 대해 경찰측에서도 인지하고 있으면서 발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한 답변을 피했다. 

대면조사를 통해 이미 이춘재의 자백을 확보한 상황에서도 8차사건의 범행 역시 자백했다는 정보를 의도적으로 차단해 온 셈이다. 그러면서도 은폐의 의도는 없었다는 경찰 측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8차사건 당시 윤씨 지목 원인은 체모...추가 증거는?

8차사건 당시 경찰은 사건현장인 방 안에서 음모로 추정되는 체모를 발견한 후 국과수에 감정을 의외했다. 이를 통해 국과수는 용의자의 혈액형이 B형이라는 점을 밝혀내는 한편 체모의 형태학적 분석을 수행했다.

경찰은 당시 용의자로 지목된 윤씨로부터 네 차례의 체모검사를 실시했다. 같은 농기계 수리공장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통해 진행된 첫 번째의 검사 후 50여명의 사람들을 함께 분석한 2차 검사, 십여명을 대상으로 한 3차검사 후 최종 4차검사에서 방사성 동위원소를 분석했다. 

4차례에 걸친 검사 결과 혈액형이 같고 형태적 소견이 유사하다는 결론이 나오자 경찰이 범인을 윤씨로 단정지은 것이다. 

반 수사본부장은 “당시 수사본부에 속해있던 경찰관계자들 모두 국과수의 감정결과가 확실하다고 믿고 대상자를 조사해 자백을 받게됐다고 파악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경찰은 국과수에 당시 감정 진행 방식과 결과에 대해 재검증을 요청해둔 상황이다. 

다만 국과수 측에 당시의 증거물과 기록이 남아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단지 국과수로부터 전달받은 당시의 감정서사본을 국과수측에 다시 발송해 감정의 절차와 방법론 등을 확인받는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8차사건의 경우 검찰과 경찰 모두 사건기록과 증거물 등을 폐기한 상황이어서 정확한 진실규명이 가능할지는 요원한 상황이다. 경찰은 오산경찰서 문서부에서 당시 사건의 기록 사본과 일부 잔여증거물을 발견해 국과수에 감정 의뢰를 해둔 상황이다. 

하지만 이 증거물은 현장에서 발견된 클로버 종류의 풀 한 포기와 타 지역의 유사 절도 사건의 현장에서 발견된 창호지에 불과해 실질적인 증거가 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당시로서도 증거로서의 가치가 없어 검찰에 송치하지 않아 폐기되지 않고 남아있는 것. 경찰은 희박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유일한 증거물이기에 최대한 기대를 걸어본다는 방침이다.

가혹행위 진실공방...“진실 밝힐 것”

한편 당초 8차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09년 가석방되기까지 20여년 수형생활을 해온 윤모씨는 변호사를 선임해 무죄 재입증 소송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경찰의 폭언과 구타, 고문까지 당해서 어쩔 수 없이 범죄사실을 자백하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씨는 재판 당시에도 지속적인 구타와 잠을 재우지 않는 등의 경찰의 고문 때문에 자백할 수밖에 없었다며 항소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윤씨는 형을 선고받고도 여러차례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측은 당시의 수사관계자가 대게 퇴직한 상황으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당초 알려진 것처럼 증거가 확실해 고문 등 가혹행위를 동원할 필요가 없었다는 취지의 증언을 한 것으로 경찰은 밝혔다. 

윤씨는 언론 등을 통해 3일의 수사기간을 거쳤다고 언급한 반면 당시 검찰에 송치된 수사기록 등에는 체포 당일 새벽 증거를 제시하자 윤씨가 바로 자백했다고 기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추가 조사 결과 경찰의 조사기간이 문서와 다르다고 밝혀질 경우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윤씨의 주장이 힘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씨가 주장한 쪼그려뛰기 등 가혹행위에 대해서도 경찰은 조사가 진행되지 않아 자세한 사항은 언급하기 어렵다면서도 이씨의 8차사건 범행이 확정될 경우에 대비해 실체적 진실을 입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입증될 경우에도 공소시효 등이 지나 실질적인 처벌 등은 어려울 전망이다.

국과수를 상대로 당시 증거물에 대한 감정 도출과정을 확인 중에 있다는 설명이다. 방사성동위원소 분석 결과에 대한 재검증, 현장 발견 음모의 혈액형 판별 오류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확인을 요청해둔 상태다.

반기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은 “수사본부는 화성연쇄살인사건 진실 규명과 함께 당시 수사과정 등에 대해서도 한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언급했다. 

아래는 반기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과의 일문일답.

-8차사건 당시의 수사 담당 형사는 몇 명인가. 그리고 이들은 어떤 신분으로 조사받고 있는가. 답변의 내용은 무엇인가?

“당시 수사에 참여한 인원을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아직 현재까지는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일부만 만난 상황이다. 국과수 감정결과를 믿고서 확실하다 생각 가지고 대상자를 불러서 조사했기 때문에 특별하게 고문·가혹행위 등이 필요치 않았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수사 당시 경찰 관계자 외에 국과수 감별법 수사 대상자들도 조사대상에 포함되는가?

“해당 부분은 국과수에 재검증을 요청해둔 상황이다.”

-윤씨가 8차 사건 수사 당시 조사과정에서 가혹행위 쪼그려뛰기를 시키고 잠을 재우지 않았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확인 했는가?

“아직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6일 대면조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조사 진행이 아니라) 만나서 대화 정도 진행했다. 그 당시 어떤일이 있었는지 확인만 했다. 말씀 드린 것처럼 감정 과정에서 국과수의 결과가 확실해 고문, 가혹행위 할 필요 없었지 않느냐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이춘재는 범행 8차와 관련해서 어떤 진술하고 있는가. 범행동기에 관련 진술은?

“아직 범행 동기에 관해서 구체적인 진술을 하고 있지는 않다. 8차사건을 자백했지만 한편으로는 자백 신빙성 확인하는 단계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자백이 맞을 경우에 대비한 수사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국과수 분석을 위해 체모를 보낼 때, 원천 증거물인 체모 자체가 대체됐을 가능성 등 모든 조작가능성 열고 수사하는 것인가?

“조작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한다기보다는 국과수의 감정결과에 대해 재검증을 요청한 상황이다.”

-과거 검찰 수사기록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분석하고 있는 것인가?

“8차사건 관련 사건기록과 증거물은 당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에서는 기록과 증거물 폐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이후 사건 수사과정에서 오산경찰서 문서부에 남아있던 8차사건 기록사본과 일부 잔여증거물을 발견했다.

남아있는 증거는 당시 증거가치 없다고 판단돼서 송치하지 않고 남겨둔 일부이다. 현재 발견한 증거물은 클로버 종류의 풀 한 포기, 다른 지역의 유사 수법 절도 현장에서 발견된 창호지 등 두 건이다. 이미 과거 국과수를 통해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회신 받은 증거물이다. 지금 조사를 통해서도 추가 증거가 발견될 가능성은 적다. 그 당시에도 이미 가치가 없어 송치하지 않고 놔둔 것이다. 그래도 혹시 발견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국과수 감정 의뢰한 상황이다.”

-윤모씨 3일 밤낮으로 조사받았다고 언급했다. 반면 당시 경찰을 보도한 언론은 하루 만에 자백했다고 보도돼 있다. 

“윤씨 진술 들었지만 사건 당시 사건관계자를 조사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진술처럼 3일 밤낮 조사를 진행했는지 말씀드리기에는 이른 상황이다. 수사본부 입장에서는 어떻게 자백에 이르게 됐는지 가혹행위 등이 있었는지 신빙성 등을 확인하는 단계다. 세부적인 것 답변드릴 수 없다.”

-하루인지 3일인지 밝혀야 한다. 가혹행위 당한 끝에 자백한 것인가를 확인할 수 있는 사실관계 문제다. 

“판결문과 오산경찰서 수사기록에는 당일 자백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의구심 갖는 부분 철저하게 수사할 예정이다.”

-8차 수사담당자들의 가혹행위 등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 있는가? 공소시효 지났는가? 아니면 입건과 형사처벌이 가능한가?

“일단 공소시효는 만료된 것으로 판단된다. 가혹행위가 있다고 해서 입건한다 안한다고 말씀드리기 보다는 대상자 자백이 과연 얼마나 신뢰할 수 있고 뒷받침할만한 보강증거 무엇 있는지 수사하는 한편 윤모씨가 당시 가혹행위로 인해 허위자백을 했는지의 여부, 국과수의 당시 감정결과를 재검증했을 때 어떤지 확인해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상황이라고 본다.”

-(이춘재 씨가) 8차 사건을 자백했는가? 만약 했다면 구체적 정황이나 진범이 알 수 있는 정황 등에 대해 언급된 부분이 있는가. 이씨의 언급이 사실일 경우에 대비한 두 번째 수사방향을 언급할 정도라면 자백에 신빙성을 두고 있는 것 아닌가.

“(이씨가) 자백한 강간·살인 14건에 대해서 구체적인 진술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첫째다. 그리고 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확인하는 게 두 번째. 모든 사건에 대해 동일하게 파악하고 있지만 8차의 경우 범인 검거되어 확정판결 받고 수형생활 마쳐 나온 상황이기에 정밀하게 검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을 검찰이 외부의원을 통해 과거사의원회 만들 듯 외부 전문가를 통해 수사할 생각은 없는가

“저희는 수사본부다. 수사본부이기 때문에 실체적 진실 규명위해 최선을 다할 뿐. 정책적인 부분은 판단할 사항은 아니다.”

-당시 수사 참여 수사관 현재까지 근무하는 사람 있는가.

“일부 있다. 돌아가신 분도 있고 대부분은 퇴직한 상황이다. 아니다. 다 퇴직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씨의 자백에서 범인만 알 수 있는 특정한 내용은 나오지 않았는가?

“자백한 이후 지난주 브리핑 이후부터 현재까지는 계속적으로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조사를 한다기보다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면담을 진행중인 상황이다. 수감되기 이전까지 전 생애에 대해 자연스럽게 면담하면서 구체적인 진술 이끌어내기 위해 듣는 단계다. 자백 진술 중 의미있는 진술이 있다.”

-윤씨에 대한 조사는 몇 번? 동일한 진술했나?

“두차례 조사를 진행했다. 언론인터뷰와 비슷한 취지로 진술했다.”

-토끼풀과 창호지, 등 증거물에서 실제 DNA 검출 가능성이 있는가?

“매우 희박하다. 창호지의 경우 사건 현장의 증거물이 아니다. 기록상으로도 별건 절도사건 유사수법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가능성 없다. 혹시 몰라 재감정을 의뢰한 상황이다.”

-절도사건 범인은 잡혔는가?

“기록상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춘재의 심경변화나 추가 자백은 없는가? 

“최대한 신뢰관계를 형성해 전 생애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 이럼으로써 면담과 조사가 원활하게 이뤄지게 하기 위한 과정이다.”

-8차사건에 관한 자백을 면담 과정에서 진술했다. 뒤엎거나 증언을 번복한 적은 있는가?

“없다. 일관되게 이야기했다.”

-8차사건 면담은?

“8차사건에 대해서 별도 면담을 진행한 것은 아니다. 13차에 걸쳐 수사접견과 면담이 이뤄졌다. ”

-이춘재도 8차사건 진범이 사회적 이슈라는 것 알고 있는가?

“본인도 알고 있다.”

-이씨에 부모·가족 면회 등은 허용되는 상황인가?

“일체 면회 지양되고 있다.”

-첫 자백 당시 1차~10차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모든 진술을 진행했다는 것인가? 아니면 8차 사건에 대해 추가자백한 것인가?

“최초 자백 당시 본인이 살인 14건 강간 및 강간미수 30여건이라고 진술했다.”

-당시 8차사건을 제외하고 14건이라고 발표했다. 최초 자백 당시 살인 14건으로 말했다면 경찰은 조사단계에서 8차 범행을 인지하고 조사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두루뭉술하게 14건으로 발표했던 것이 은폐하려던 것이 아니라면서도 8차 사건의 자백을 부각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결코 은폐할 생각이나 의도는 없다. 이춘재의 자백이 사건별로 편차가 있는 상황이다. 때로는 구체적이고 때로는 구체적이지 않은 자백 단계다. 수사본부 입장에서는 자백의 신빙성을 확인하는 단계에서 보도가 되어 당황하고 곤란한 상황이다. 이씨가 8차 사건에 대해 자백할 경우 저희 스스로도 합리적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범인 지목된 윤씨가 수형생활을 마친 상황에서 신빙성을 더욱 정밀하게 검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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