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위 활동으로 김학의 전 차관 성접대 동영상 사건 6년만에 김 전 차관과 윤중천 구속

[뉴스케이프 송아민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진 = 뉴스케이프DB)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스폰서로 알려진 건설업자 윤중천 씨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도 별장 접대를 했다고 진술했으나, 검찰이 조사 없이 이를 덮었다고 <한겨레>가 11일 보도하며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검찰은 즉각 “완전한 허위 음해보도”라며, “윤 총장은 윤 씨와 전혀 면식조차 없다. 당연히 그 장소(별장)에 간 사실도 없다”고 부인했다. 검찰은 한겨레에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한겨레21에 따르면 “대검찰청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이하 조사단)이 지난해 말부터 김학의 사건을 재조사하는 과정에서 검찰과 경찰로부터 확보한 2013년 당시 1차 수사기록에 포함된 윤 씨의 전화번호부, 압수된 명함, 다이어리 등을 재검토하면서 '윤석열'이란 이름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2013년 3월 박근혜 정부의 첫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됐지만 성접대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으며 취임 6일만에 사퇴했다.

김학의 사건 어떻게 시작됐나

김학의 사건은 건설업자 윤중천이 보유하고 있던 동영상으로 인해 세상에 알려졌다. 해당 동영상은 윤씨가 여성사업가 A씨로부터 갈취한 벤츠 승용차에서 나온 CD에 들어있던 것이다. 1분 40초의 영상 속에는, 김학의 전 차관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윤씨 소유의 강원도 별장에서 하의를 탈의한 채 여성과 성관계를 하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윤중천의 별장에서는 각종 음란비디오와 쇠사슬, 채찍 등이 발견됐다. 윤씨의 성접대에 동원된 여성은 모두 30명으로 이중 5명은 대학생이었다. 윤씨는 이들에게 모델, 사업적 제휴 등을 미끼로 약물 등을 이용한 강간 후 동영상을 찍어 협박하는 방식으로 반복적 성착취를 해왔다.

경찰은 영상 속 인물을 김학의 전 차관으로 확정해 2013년 7월 18일 발표했다. 피해여성 30명의 진술과 전문가를 통한 음성 분석, 동영상 원본의 안면 분석, 피해 여성의 머리카락에서 검출된 마약성분 등이 주요 증거로 꼽혔다.

경찰은 윤씨로부터 윤씨가 김학의 전 차관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검찰에 기소 의견을 냈다. 하지만 검찰은 2013년 11월 기소를 무혐의로 반려했다. 성폭행의 증거가 불충분하고, 동영상 속 남성을 특정하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김학의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 씨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내가 피해자다” 피해자 나타나며 새로운 국면

그대로 묻힐 뻔 했던 사건은 이듬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영상속 여성이라고 주장하는 피해자가 나타난 것. 2014년 7월 이모 씨는 검찰에 김 전 차관을 고소하며 “해당 영상 속 여성이 자신이며 윤중천으로부터 김학의에 대한 성접대를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동영상 속 여성이 자신이라는 근거로 2008년 초 촬영 당시 생일을 맞아 단발머리를 했던 점과 원본 동영상에서 확인한 얼굴과 옷차림이 자기가 분명하다는 점 등을 들었다. 

이씨는 고소장을 통해 윤씨의 꾐에 빠져 2006년 7월부터 2008년 2월까지 1년6개월 이상 고위층 성접대에 동원됐다고 주장했다. 소장에는 김학의 전 차관 외에도 윤씨와 사업 관계로 얽힌 대기업 간부 및 중견 건설사 회장 등 5명의 실명이 적시됐다. 원주 별장 외에 윤씨가 서울에 마련해준 전셋집에서도 강제로 성접대를 해야 했다고 밝혔다.

특히 김학의 전 차관과 동영상이 찍힌 대목에 대해서 “윤씨는 고소인에게 약을 탄 술을 강제로 먹이고 김학의는 고소인 뒤에 서서 고소인을 준강간했으며 윤씨가 이를 촬영했다. 그다음 날 윤씨는 고소인을 방과 수영장에서 강간했고 (반항하자) ‘어제 너 뒤에서 X친 사람이 누군지 알아 이 X야. 법조인인데 엄청 무서운 분이야. 이제부터 내 말 잘 들어. 내가 가라 하면 가고 오라 하면 오는 개가 되는 거야, 알았어?’라며 고소인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이 일을 발설하면 세상에 얼굴을 들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협박했다”라고 적었다. 윤씨는 이씨에게 별장에서 기르던 개와 ‘수음’까지 하라고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은폐 정황...두 번의 무혐의 처분

고소에 따라 2014년 다시금 수사가 시작됐지만 검찰(서울중앙지검 강력부 강해운 부장검사)은 다시금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당시 수사팀장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검찰의 수사 방향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통신사실 조회, 압수수색 영장, 체포 영장, 출국금지 요청 등이 열 차례 이상 반려됐으며, 검찰측이 수사 착수 때부터 ‘여성들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고 언급했다. 

2017년 12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지난  2019년 3월 김 전 차관 사건을 재수사하라고 검찰에 권고했고 5월 16일 김 전 차관이, 22일에는 윤씨가 구속됐다. 이에 따라 김학의 사건이 벌어진 지 6년 만에 검찰은 김학의 전 차관과 윤중천씨를 구속했다. 과거위 활동으로 인해  기소해야할 사건임에도 이를 기소하지 않는 검찰의 권한 남용에 대한 견제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지난 5월 검찰과거사위는 김학의 사건 발표를 통해 검찰의 부실 수사에 대해 지적했다. 2013년 검찰의 1차 수사팀은 김 전 차관과 윤씨가 언제, 어디서, 누구 소개로 만나서 교류하게 됐는지 등 기초 사항도 밝히지 않았다. 과거사위는 그 이유를 “소개자가 밝혀질 경우 새로운 의혹 사건으로 번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찰 수사기록에 따르면 이 사건은 김 전 차관과 한상대 전 검찰총장 외에도 검찰 고위 간부 여럿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큰 사건이었다. 검찰의 부실수사는 전형적인 '제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하지만 수사 과정은 그다지 투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학의 사건을 1차 불기소했던 김모 검사가 해당 사건을 조사하는 위원회에 파견 역할로 회의에 참석했다는 발언도 불거져 나왔다. 이로 인해 과거위 활동 과정에서 외압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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