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신상공개 가능성 열려..."처벌은 검찰의 영역, 진실 규명에 집중"

[뉴스케이프 송아민 기자]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이 지난 10일 브리핑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 = 김한주 기자) 

경찰이 화성연쇄살인사건 피의자 이춘재의 살인에 대해 잠정 결론을 내리며 추가 범행 4건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이춘재는 10건의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비롯해 4건의 추가범행을 자백했다고 알려져 있다.

15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밝힌 4건의 추가살인은 1987년 12월 수원 여고생 살인사건, 1989년 7월 화성 초등학생 실종사건, 1991년 1월 청주 복대동 여고생 살인사건, 1991년 3월 청주 남주동 주부 살인사건이다.

1989년 7월 발생한 화성 초등학생 실종사건은 화성군 태안읍에 살던 김모(당시 9세)양이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실종된 사건으로, 같은 해 12월 김양이 실종 당시 입고 있던 치마와 책가방이 화성군 태안읍 병점5리에서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김 양의 아버지가 두 차례에 걸쳐 수사 요청을 했으나, 이를 묵살하고 단순 실종사건으로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이런 사실은 1년 뒤 김 양의 흔적이 발견된 지점으로부터 30여m 떨어진 곳에서 여중생이 누군가로부터 성폭행당한 뒤 살해된 화성 9차 사건이 발생하면서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김 양의 시신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이 씨의 자백에 따라 현장을 확인하는 단계에 있으나, 화성 지역이 도시개발로 인해 크게 변화한 터라 장소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양 실종 당시 경찰은 김 양 실종사건이 화성사건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 주변 탐문을 진행했지만 당시 강도예비죄로 수감중이던 이씨에 대한 대면조사는 진행하지 않았다. 

수원 여고생 살인사건은 1987년 12월 24일 여고생이 어머니와 다투고 외출한 뒤 실종됐다가 1988년 1월 4일 수원에서 속옷으로 재갈이 물리고 손이 묶인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청주 여고생 살인사건은 1991년 1월 27일 청주시 복대동 택지조성 공사장 콘크리트관 속에서 방적공장 직원 박모(당시 17세)양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박양은 속옷으로 입이 틀어막히고 양손이 뒤로 묶인 상태에서 목이 졸려 숨져 있었다. 청주 주부 살인사건은 1991년 3월 7일 청주시 남주동 김모(당시 29세)씨의 집에서 김씨가 양손이 묶이고 입에 재갈이 물린 채 흉기에 찔려 숨진 사건이다.

화성 사건의 피해자들은 대부분 목이 졸리는 등의 수법으로 살해당한 뒤 입에 재갈이 물리거나 옷가지로 손발이 묶인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14일 이춘재를 DNA가 확인된 3, 4, 5, 7, 9차 살인사건에 대해 피의자로 정식 입건한 상황이다. 경찰은 화성사건을 비롯해 이춘재가 자백한 살인사건의 증거물에 대한 국과수 DNA 분석과 과거 수사자료 등을 토대로 혐의를 밝힌다는 계획이다. 

입건하지 않은 나머지 사건에서도 이춘재와 일치한 DNA가 나오면 추가 입건할 방침이다. 이춘재가 자백한 30여 건의 강간 및 강간 미수 사건도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이춘재를 피의자로 정식 입건했지만 그가 저지른 모든 범행은 공소시효가 끝나 실제 처벌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예측이 많다. 

경찰은 처벌 여부와 별개로 국내 최악의 장기미제 사건인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정식 입건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되면서 향후 신상공개 등에 대한 가능성은 열렸지만 이에 대해서도 법률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은 이후 처벌과 관해서는 검찰의 영역이며 경찰이 관여할 바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반 수사본부장은 “경찰은 진실을 규명해 검찰로 송치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8차 사건과 관련해서 경찰의 수사에 관해 의구심이 많아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반 본부장은 “경찰의 과오, 문제점, 수사과정, 결론도출에 이르기까지 모든 의문점을 한점 의혹 없이 낱낱이 밝혀나갈 예정”이라며, “진실규명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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