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불리 재입식 나섰다가 재발 위험 있어 최대한 시간 둘 것"

[뉴스케이프 박혜성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국내 첫 확진 사례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정상화까지 적어도 6개월은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아프리카돼지열병 피해 농가가 다시 돼지를 키울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6개월은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사진=뉴스케이프 DB)

국내 첫 ASF는 지난달 17일 경기도 파주시 연다산동에서 처음 발생했다. 이후 ▲연천군 백학면(18일) ▲김포시 통진읍(23일) ▲파주시 적성면(24일) ▲인천 강화군 송해면(24일) ▲강화군 불은면(25일) ▲강화군 삼산면(26일) ▲강화군 강화읍(26일) ▲강화군 하점면(27일) ▲파주시 파평면(10월 2일) ▲파주시 적성면(2일) ▲파주시 문산읍(3일) ▲김포시 통진읍(3일) ▲연천군 신서면(9일) 등에서 총 14건 확진 판정이 나왔다.

9일을 끝으로 7일째 추가 발병 사례는 나오고 있지 않지만, 언제 또다시 확진 판정이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특히, 경기·강원 지역 접경지역의 야생 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됨에 따라 방역 당국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ASF 확산 방지를 위해 발생 지역의 모든 돼지를 수매·살처분하고 있다. 지난달에만 15만4,548마리 돼지가 살처분됐으며,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피해 농장들이 다시 돼지를 키울 수 있으려면 적어도 6개월은 지나야 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긴급행동지침에 따르면 발생 농장은 이동제한 해제일로부터 40일이 경과하고, 단계별 요령에 따라 이뤄지는 60일간의 시험을 무사통과해야 다시 입식(돼지를 들임)할 수 있다. 잠복기 4∼19일을 고려해 통상 21일간 이동제한 조치가 내려지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121일간 추가 발생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실제로 입식이 이뤄지기까지는 이보다 훨씬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농식품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국내에서 최초로 발생했다는 엄중함이 있고, 바이러스가 조류인플루엔자(AI)나 구제역과 달리 환경에서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있다"며 "재입식 이후 다시 발생하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섣불리 재입식에 나섰다가 바이러스가 다시 나타날 수 있으므로 최대한 시간을 두겠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과거 발생한 해외에서도 재입식까지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며 "분야별 전문가로 평가 위원회를 꾸려 지역·농장의 오염 수준과 재입식 시험 사육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이 평가를 통해 재입식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입식까지는 AI나 구제역보다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언제가 될지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농장주들은 정부의 일방적 살처분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대한한돈협회는 지난 14일부터 양돈농가 생존권 박탈, 일괄 살처분 정책 즉각 철회와 정부의 살처분 정책에 희생된 농가에 대한 합리적 보상책 마련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청와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앞에서 실시하고 있다.

이들은 "접경지역 야생 멧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잇따라 검출된 만큼 정부의 집돼지 몰살정책으론 ASF를 막을 수 없다"며 현재 진행 중인 연천 지역 살처분 정책의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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