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능력자인가, 권력자인가

[뉴스케이프 공희준 기자] 엘리트와 기득권자는 어떻게 구분되나

이해찬 대표는 러시아에서 장기간 망명이라도 한 듯한 유체이탈 화법으로 조국 사태의 책임을 피해가려 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존재를 한동안 잊었다. 그는 1988년 이후의 남한정치에서 붙박이장과 같은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다. 이해찬 대표가 최근 정치적으로 가장 커다란 존재감을 떨쳤던 경우는 그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당의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을 즈음이었다. 20대 총선이 끝나고 민주당으로의 복당이 이뤄진 일을 계기로 이해찬의 존재감은 급격히 사그라졌다.

이해찬은 남한의 주류 진보진영이 배출할 수 있는 최고의 엘리트로 한때 각광받은 적이 있다. 그의 탁월한 기획력과 치밀한 분석력, 그리고 인정사정 보지 않는 매서운 추진력이 총선과 대선 등의 주요한 선거 승패에 여러 차례에 걸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쳤던 덕분이었다.

필자는 이 대목에서 엘리트와 기득권자의 차이점을 잠시 논의해보련다. 엘리트는 실력과 전문성으로 존재감을 뽐내는 사람이다. 기득권자는 권세와 지위에 의지해 존재감을 발산하는 인간이다. 한마디로, 엘리트가 능력자라면 기득권자는 권력자이다.

문재인 정권 아래에서 특히나 출세하고 성공한 기득권 586 엘리트들 가운데 개념도 없고 눈치도 없는 권위주의적 진보꼰대들이 유달리 수없이 득시글거리는 까닭은 그들이 권력과 능력을 심각하고 치명적으로 혼동한다는 데 있다.

직업이 국회의원인 사람이 되다

선출직 공직자의 대명사인 이해찬의 지역구가 선발직 공무원을 위한, 선발직 공무원에 의한, 선발직 공무원의 도시인 세종특별시인 사실은 매우 의미심장한 부분이다. (이미지는 이해찬 대표 페이스북)이해찬 대표는 1988년 치러진 제13 총선 이후로 줄곧 현역 국회의원 신분이었다. 그가 국회의원이 아니었던 시절은 2008년 봄부터 2012년 봄 사이의 단 4년뿐이다. 합산하자면, 현재 만으로 67세인 그는 무려 27년 6개월 동안 금배지를 달고 살았다. 가히 “직업이 국회의원인 사람”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은 셈이다. 이쯤 되면 이해찬은 ‘한국 의회정치의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불려도 전연 손색없을 지경이다.

우리나라에서 선발직 공무원은 조선시대의 양반 사대부 부럽지 않은 특권계급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선발직 공무원은 권리를 누리기만 할 따름이지, 책임지는 일은 거의 없다. 더욱이 현행 헌법 7조 ②항에 명시된 공무원의 ‘신분보장’ 조항은 공무원의 정년보장 조항으로 교묘하게 악용돼오고 있다. 언제 망할지 모르는 웬만한 중견기업의 경영권을 물려받느니, 차라리 동사무소에서 9급 공무원 노릇을 하는 편이 오히려 실리적으로 몇 배는 더 수지맞는 장사가 된 까닭이다.

선발직 공무원을 평범한 인민대중이 직접 견제하고 감시감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게 남한사회의 적나라하고 부끄러운 현실이다. 그러므로 양반 사대부처럼 으스대는 오만방자한 선발직 공무원들의 못된 버르장머리를 고쳐놔야만 할 책무는 선출직 공무원들에게 자연스럽게 위임되기 마련이다.

선출직 공무원이라는 표현이 이해하기에 어려운가? 그렇다면 그냥 정치인이라고 해두자. 더 엄밀히 개념을 규정하자면 대통령, 지방자치단체장, 국회의원, 지방의회 의원들이 그들이다.

대통령은 행정부 소속이다. 지방자치단체장도 역시나 행정부에 속하는 자리다. 그들은 철밥통 선발직 공무원들과 한 배를 탄 운명이다. 따라서 선발직 공무원들을 사명감을 갖고서 민주적으로 통제해야 할 책임은 거의 전적으로 입법부 소속의 국회의원들에게 낙착된다. 국회의원들의 이러한 역할은 국회의원들로부터 공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지방의원들에 의해 부분적으로 공유되고 있다.

일반 공무원이 양반이면, 선출직 공무원은 귀족

그런데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가? 특권에는 특권으로 화답하는 국가 아닌가? 선발된 관료들이 장기간 구가해온 터무니없는 과대‧과잉‧부당‧반민중적 특권은 선출직 공무원들 수준에서 더욱더 확대재생산돼왔다. 그 결과 국회의원은 세비라는 명목의 억대 연봉을 만끽해온 터이다.

서론이 길었다. 이제 중간결산을 해보자. 지금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7년의 인생 중에서 무려 27년 6개월간 억대 연봉자의 삶을 살았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다면 그가 억대 연봉자의 화려한 반열에 진입한 때는 한국식 나이로 37세였다.

물론 37살에 억대연봉을 수령하는 사람들은 꽤 된다. 허나 37살 때부터 시작된 억대연봉의 복된 삶이 67살 때까지 꾸준히 이어지는 사례는 아주 극소수일 재벌가 2~3세를 제외하면 굉장히 드물다. 더군다나 이해찬의 억대 연봉은 그가 자기 힘으로 열심히 사업하고 장사해 번 돈이 아니다. 힘없고 가난한 인민들의 고혈과도 같은 국민들 세금으로 만들어진 돈이다.

필자의 지적에 대해 이해찬 대표 입장에서는 전두환식 표현으로 “왜 나만 갖고 그래?”라고 본인의 억울함을 항변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해찬 대표에게 반박 아닌 반박 차원에서 그가 참여정부의 국무총리로 재임하던 시기에 불거진 이른바 삼일절 골프사건 당시의 일화를 하나 들려드리고 싶다.

그 무렵 황제처럼 호화롭게 스포츠를 즐겼다가 물의를 빚은 정치인이 둘이었다. 한 명은 방금 언급된 이해찬 총리였고, 또 한 명은 황제 테니스를 쳤다고 구설수에 휘말린 이명박 서울시장이었다. 이해찬 총리 측에서는 이명박은 놔둔 채 왜 총리의 골프만 물고 늘어지냐며 언론과 야당을 향해서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한 누리꾼이 재치 있는 촌철살인의 반응을 댓글로 남겼더랬다.

“이명박이 서울대학교 근처에서 서점 운영하면서 (민중혁명 촉구하는 내용의) 사회과학 책들 팔았냐?” (②편에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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