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176명, 항소심 재판 법리 문제 제기 담은 탄원서 제출

[뉴스케이프 박혜성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9월 6일 열린 2심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후 아무 말 없이 법원을 떠나고 있다. (사진=박혜성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그의 무죄를 호소하는 각계각층 인사들의 탄원서 제출 릴레이가 계속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변호사 176명이 2심 재판부 판단에 이의를 제기하며 법리적 반박 입장을 내면서 이 지사가 유죄 판결받은 이유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이 지사는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친형을 불법적으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는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했으며, TV 토론회에서 강제 입원을 부인하는 허위 사실을 유포(선거법 위반), 성남 대장동 개발 이익이 5,000여 억원이라고 허위 주장(선거법 위반), 변호사 당시 검사 사칭죄 누명을 썼다고 허위 주장(선거법 위반) 했다는 게 검찰 측 주장이다.

여배우 김부선 씨와의 스캔들, 혜경궁 김씨 트위터 논란, 조폭 연루설, 일베 활동설 등은 모두 불기소 처분됐다.

이 중 다른 혐의들은 1, 2심에서 모두 무죄가 나왔지만,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선 2심에서 벌금 300만 원 형이 선고됐다. '친형 강제 입원 논란'과 관련, 경기도지사 후보 시절 TV 토론에 출연해 했던 발언이 문제가 된 것이다.

지난 2018년 5월 29일 열린 TV 토론회에서 이재명 당시 후보는 김영환 후보의 질문에 "그런 일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사진=KBS 뉴스 캡처)

이 지사는 2018년 5월 29일 KBS 토론회 출연 당시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하셨지요?"라는 김영환 바른미래당 후보의 질문에 "저는 그런 일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성남시 정신건강센터에서 이재선 씨에 대해 아무런 문진이나 검진도 없이 정신병자라고 판명했습니까?"라는 질문엔 "그거는 어머니를 때리고, 어머니한테 차마 표현할 수 없는 폭언도 하고 이상한 행동을 많이 했고, 실제로 정신치료를 받은 일도 있는데 계속 심하게 하기 때문에 어머니, 저희 큰 형님, 저희 누님, 저희 형님, 제 여동생, 제 남동생, 여기서 진단을 의뢰했던 겁니다. 그런데 저는 그걸 직접 요청할 수도 없는 입장이고 제 관할 하에 있기 때문에 제가 최종적으로 못하게 했습니다"라고 해명했다.

1심 재판부는 친형 입원 절차에서 이 지사가 관여했으며, 이 지사가 자신의 관여 사실을 적극 부인하는 방법으로 "그런 일 없습니다"라고 발언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봤다. 그러나, 질문 및 답변의 의도, 발언의 다의성, 당시 상황, 합동 토론회 특성 등에 비춰 보면 이 지사 발언이 유권자들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만큼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이 지사가 구 정신보건법 제25조(단체장에 의한 정신질환자 강제입원)의 절차 진행을 지시하고 절차 일부가 진행되기도 했음에도, TV 합동 토론회에 나와 이같은 사실을 숨긴채 입원 절차 개시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발언함으로써 유권자들의의 공정한 판단을 오도할 정도로 사실을 왜곡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이 지사의 발언은 누구나 시청할 수 있는 공중파 방송에서 행해졌고,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방대하게 전파·확산되면서 선거 기간 내내 누구나 해당 발언을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 지사의 행위에 어떠한 위법성이 없다 하더라도, 공직선거에서 후보자를 검증하기 위해 상당한 이유가 있는 의혹이나 문제의 제기기가 쉽게 봉쇄돼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현행법 상 선출직 공무원이 일반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 형을 확정받으면 당선이 무효 처리된다. 항소심의 300만 원 벌금형 선고가 대법원에서도 유지될 경우 이 지사는 도지사직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5년간 피선거권도 박탈돼 사실상 '정치적 사망'을 선고받게 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판결 직후 각계각층에선 이 지사의 무죄를 호소하는 탄원서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12만 여명이 탄원서 제출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히 18일엔 변호사 176명이 2심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들은 "시간 제약과 즉각적 공방이 오가는 방송 토론회에서 이뤄진 '그런 일 없습니다' 답변은 상대의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의견 진술일뿐, 사실에 관한 진술이라고 볼 수 없다"며 "주관적 의도를 포함하고 있는 경우 그에 대한 부인 답변은 단순히 질문 취지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으로 해석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김영환 후보가 친형 불법 강제입원 시도 주장을 하며 이재명 지사를 계속 공격해 왔고, 이 지사가 친형 불법 강제입원 시도 혐의로 계속 공격받아 왔던 사실을 고려할 때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지요?'라는 질문을 불법 강제입원 시도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합법적 강제진단 관여 여부를 묻는 거라고 이 지사가 인식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어 "원심은 '소극적으로 어떠한 사실을 숨긴 것'을 '적극적으로 반대되는 사실을 진술한 것'과 동일하게 평가 하고 있는데, 어떻게 소극이 적극으로 변할 수 있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며 항소심 재판부 판결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한편,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대법원 선고는 12월 초쯤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지사가 벌금 300만 원 판결의 근거가 된 선거법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한 상태로, 이것이 받아들여질 경우 상고심은 헌재의 결론이 도출될 때까지 중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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