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스스로의 힘으로 기득권의 높은 벽을 돌파하고 싶다

[뉴스케이프 공희준 기자] 공희준(이하 공) : ‘한국정치의 세대교체’는 아주 오래전부터 정치권의 해묵은 숙제이자 국민들의 간절한 염원으로 자리 잡아왔습니다. 그러나 과감한 세대교체라는 국민들의 간절한 염원을 여당도, 야당도 아직은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변호사님께서는 다른 분야는 전부 다 빛의 속도로 무섭게 바뀌는데 정치권만 매일 그 얼굴이 그 얼굴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때마침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제도정치권 은퇴를 선언한 이 마당에서 과감한 세대교체를 통한 정치적 기득권의 혁파야말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민의 명령으로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불로소득에 목맨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

민병덕 변호사는 토마 피케티를 인용해 자본소득이 노동소득을 앞서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사진 김한주 기자)

민병덕(이하 민) : 최근 칠레에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지하철 요금이 50원 정도 인상된 일이 시위를 촉발하고 격화시킨 주된 요인이었습니다.

그런데 50원이 결코 적은 돈이 아닙니다. 왜냐면 칠레의 평범한 서민들의 한 달 치 월급이 60만 원 가량 되기 때문입니다. 더 큰 문제는 칠레의 물가가 서울 물가 수준과 비슷하다는 점에 있습니다. 칠레 국민들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높은 공공요금으로 인해 분노와 불만이 쌓일 대로 쌓인 폭발 직전의 상황에서 정부의 지하철 요금 인상 발표가 여기에 도화선 구실을 했습니다.

칠레는 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피노체트 정권이 물러난 이후에도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줄곧 견지해왔습니다. 칠레는 구리 광산으로부터 나오는 수입으로 먹고사는 나라입니다. 정부가 구리산업을 무모하게 민영화를 한 결과 칠레의 양극화가 엄청나게 심화되고 말았습니다.

필자는 ‘세대교체(Generation Change)에 대한 질문을 했는데, 민병덕 변호사는 '체제변혁(Regime Change)에 관한 내용의 답변을 했다. 뜬금없는 동문서답인지, 아니면 나름 ’큰 그림‘을 염두에 둔 대답인지 알아보고자 나는 그의 얘기를 계속 들어보기로 했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는 「21세기 자본」이라는 제목의 책에서 자본소득이 노동소득을 넘어서는 국가는 결국에는 망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저는 피케티의 주장에 백 퍼센트 동의합니다. 노동소득이 높은 사회에서만이 공부할 의욕이 생겨납니다. 기술을 배우려는 동기가 유발됩니다. 하지만 부동산소득과 주식소득 등의 자본소득이 더 큰 비중을 점유하는 경제구조에서는 학습할 필요성이 사라집니다. 누구도 기술을 연구개발하려고 들지를 않습니다.

국민들이, 특히 청년들이 주식 투자에 몰두하고 부동산 투기에 관심이 쏠린 사회에서 어떻게 미래를 위한 준비가 존재할 수 있겠습니까?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나라는 쇠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본소득이 노동소득보다 더 많아야 한다는 논리에 아무도 이의를 달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왜 정치를 길게 봐야만 하는가

민병덕 법무법인 민본 대표변호사는 정치인들은 긴 호흡으로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김한주 기자)

노동소득이 증가하려면 최저임금이 높아져야만 합니다. 노동자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어야 합니다. 다만 속도와 관련해서는 견해 차이가 발생할 수가 있습니다. 언제, 얼마를 올릴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릴 수는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노동소득이 높아져야만 한다는 명제는 너무나 당연합니다. 자본소득의 비중이 낮아져야 한다는 명제도 대단히 정당합니다. 물론 부동산 거품을 어떻게 연착륙시킬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서는 안 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진보진영과 보수세력 모두가 의견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노동소득의 증가와 부동산 가격의 안정은 어느 한 정권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방향을 틀어버릴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저는 그러한 연유에서 정치를 길게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 임기 안에 모든 문제를 다 완벽하게 풀어내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무리가 빚어집니다. 역풍이 일어납니다. 따라서 큰 틀에서의 합의를 도출했다면 그 다음에는 세부적 성과들을 하나하나 쌓아나가야 합니다.

저는 우리나라가 지속가능한 사회로 발전하려면 두 가지 핵심적 목표를 반드시 성취해야만 한다고 확신합니다.

첫 번째로 자연환경이 보전되어야 합니다. 생태계가 회복 불능으로 완전히 파괴되면 그 어떤 생명체도 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양극화가 해소되어야 합니다. 양극화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노동소득을 늘리면서 자본소득을 줄여나가는 정책을 채택하고 실시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세금이 소득 재분배 기능을 수행해야만 합니다. 이와 더불어 교육이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역할을 맡아줘야 합니다.

제가 방금 말씀드린 목표는 특정 정치인의 임기 안에 완수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닙니다. 10년 뒤를, 20년 뒤를, 그리고 30년 뒤를 길게 내다보며 지금 여기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착실히 해나가야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는 과제들입니다. 저는 정치인들이 그와 같은 긴 호흡과 여유 있는 자세 아래 현실정치에 임해야 한다고 봅니다.

많은 선배 정치인들께서는 정치를 길게 생각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분들은 자기 임기 안에, 이번 정권 내에 모든 것을 다 하려고 성급하게 덤벼들었습니다. 그로 인해 이런저런 크고 작은 불미스러운 무리수들을 낳았습니다.

안양에는 5선 의원, 5선 의원, 6선 의원만 있어

기득권을 깨는 것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이곳 안양만 해도 세 분의 지역구 국회의원이 활동하고 계십니다. 이분들은 각각 5선 의원, 5선 의원, 그리고 6선 의원이십니다.

2019년 10월 현재, 57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안양시에는 통틀어 3명의 지역구 의석이 배정돼 있다. 안양시에 할당된 3개의 지역구 의석을 6선의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동안구갑),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5선의 이종걸 의원(만안구), 역시나 5선인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동안구을)이 제각기 오랫동안 지역의 맹주인 양 차지해왔다. 뒷물이 앞물에 답답하게 가로막혀 있기로는 안양천이 전국 최고라 평가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게다.

국회의원만 기득권화된 해온 것이 아닙니다. 그분들을 밑에서 뒷받침하는 풀뿌리 권력도 오랫동안 변화의 무풍지대에 놓여 있으면서 마찬가지로 기득권화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안양은 새로운 인물이 진입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곳이 되었습니다.

저는 어떤 사람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10년 내에 현실에서 구현하지 못했다면 그건 앞으로도 구현할 능력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0년이 지났는데도 아이디어가 현실에서 결실을 맺지 못했다면 이는 어쩌면 처음부터 좋은 아이디어가 아예 아니었을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다. 즉 지역구 규모가 매우 작다는 뜻이다. 거대한 국가 차원의 숙제가 아니라, 좁다란 지역구 단위에서마저 10년 동안 아이디어 단계에만 그쳐온 발상과 제안이라면 그것은 민병덕 변호사의 지적처럼 애초부터 치명적 결함을 내재했거나 혹은 실현 가능성이 전무한 발상과 제안일 수 있다.

그런데 10년이 지나도 자기의 생각을 현실에서의 뚜렷한 결과물로 만들어내지 못한 분들이 여전히 할 일이 있다면서 20년간, 더 나아가 30년간 그 자리를 계속 지키겠다고 고집하고 있습니다. 저는 혹시 그분들이 그동안 태업을 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공 : 책임 있는 자리에 앉은 높으신 분들이 되레 사보타지를 벌인 셈이네요. (웃음)

민 :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기득권의 벽이 높기 때문입니다. 저는 기득권의 높은 벽을 넘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안양에 있는 유력한 정치세력이나 유명 정치인에게 기대어 기득권을 타파하려고 시도하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더불어민주당 안에서부터 제 스스로의 힘으로 당당하게 기득권을 바꿔내기 위해 경선에 나선 지가 10년이 되었습니다.

공 : 벌써 10년째 당내에서 경선 중?

민 : 예, 10년째 경선을 치르는 중입니다.

민병덕 변호사는 10년이라는 세월에 무척 큰 의의를 부여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10년을 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라고 일갈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벌써 10년째 경선 중이라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필자는 그의 담백한 술회 안에는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승부를 걸겠다는 비장한 배수진의 각오와 결의가 반영돼 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③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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