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는 공업도시도 아니고 첨단도시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서 벗어나야

[뉴스케이프 공희준 기자] 공희준(이하 공) : 변호사님께서는 안양이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쾌적하고 미래지향적 첨단 자족도시로 발전하려면 안양시에 필요한 혁신과 변화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안양이 서울의 단순한 위성도시를 탈피해 독자적인 미래비전과 자생력을 갖춘 완전한 자족도시로 거듭날 방법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지금의 안양, 베드타운도 아니고 자족도시도 아니다

민병덕 변호사는 안양이 공단지역으로 겪었던 아픈 기억을 잊지 말 것을 간곡히 호소했다. (사진 김한주 기자)

민병덕 (이하 민) : 안양은 오랫동안 공업도시로 알려져 왔습니다. 박창수 열사가 1991년 5월 초에 의문사한 사건도 이곳 안양에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그보다 3년 전인 1988년 3월 25일 이른 새벽에는 안양시 비산1동에 자리했던 그린힐 봉제공장의 기숙사에서 화재가 일어나 22명의 젊은 여성 노동자들이 꽃다운 나이에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박창수 열사는 1958년에 부산에서 태어나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심하게 다친 이유가 명쾌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안양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가 며칠 만에 결국 숨지고 말았다. 

제 고향은 해남입니다. 저는 큰누나가 방직공장에서 일하면서 야간고등학교를 힘들게 졸업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노동자들이 죽고 다치는 사건이 결코 남의 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공 : 지금은 서울 구로구와 마찬가지로 경기도 안양시에서도 공장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습니다. 주로 어디로 이전했나요?

민 : 안양 남쪽인 군포 같은 곳들로 대부분 빠져나갔습니다.

공 : 안양은 구로와는 달리 예전에 공장이 있던 땅들에 현대적인 첨단 업종이 들어오지는 않았습니다.

민 : 예, 그렇습니다. 공장이 위치했던 곳들이 아직까지는 혁신적으로 개발되거나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안양은 전통적 공업도시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첨단 자족도시도 아닌 어중간한 단계에 머물러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안양이 전형적인 베드타운은 아닙니다. 다행히, 서울과의 거리가 30분 정도로 비교적 짧은 덕분입니다.

저는 안양이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 멈춰선 근본적 원인과 배경이 뭘까를 오래전부터 진지하게 고민해왔습니다. 그런데 저의 이런 문제의식을 안양 지역에서 국회의원을 무려 6번을, 5번을, 그리고 역시나 5번을 하신 선배 정치인들께서는 별로 심각하게 갖고 계시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굉장히 답답하고 안타깝습니다.

안양 옆에 서울대 있다

민병덕 변호사는 서울대가 안양의 미래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확신하는 듯했다. (사진 김한주 기자)

안양은 여느 위성도시들과는 다른 아주 좋은 지리적 조건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방금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서울과의 거리가 30분밖에 되지 않습니다. 서울과 정말 어깨를 나란히 맞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매우 훌륭한 입지 환경을 구비했습니다. 단, 아쉬운 점이 한 가지 있다면 안양과 서울 중간을 관악산이 딱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안양을 기준으로 바라보면 관악산 왼쪽을 지나가는 도로가 경수대로입니다. 전철 1호선 또한 이러한 경로를 통과하고 있습니다. 관악산 오른쪽으로는 남태령을 거쳐 사당동이나 양재동 방면으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지하철 4호선도 이 방향으로 지나갑니다. 전철 1호선과 4호선 사이의 공간이 안양 시민들 입장에서는 공백으로 남아 있습니다. 왜냐면 관악산이 떡하니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관악산 바로 건너에서는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으로 통해온 서울대학교가 있습니다. 안양과 서울대는 그야말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서로 있습니다. 문제는 안양시가 서울대의 그 어떤 인프라도 실질적으로 사용하지 못해왔다는 점입니다. 저는 서울대의 최첨단 기반시설을 안양의 발전과 안양시민의 복지 증진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어디엔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민병덕 변호사는 그와 같은 비전과 청사진을 일찌감치 준비해놓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방안들을 함부로 언급했다가는 자칫 사전선거운동의 오해를 살 수도 있는 터라 그는 공개를 애써 참는 표정이 역력했다.

안양은 강남 테헤란로와 판교 테크노밸리를 연결하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현재는 관양2동 쪽에 스마트시티가, 그리고 옛날 대한전선 부지에 여러 기업들이 들어서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판교와 명실상부하게 자웅을 겨루기에는 아직은 힘이 달립니다. 더욱이 안양에 있는 회사들 가운데에는 안양을 판교로 가는 징검다리 정도로 여기는 곳들도 종종 있기까지 합니다.

공 : 안양을 일종의 중간 기착지쯤으로 생각하는 것이네요

민 : 예, 그렇죠. 지금 안양의 어중간하고 어정쩡한 상태를 기업하시는 분들도 다 알고 계십니다. 강남이나 판교에서 멀쩡하게 잘 돌아가는 회사들을 안양으로 끌어오기는 솔직히 어렵습니다. 저는 그래서 안양만의 경쟁력 있는 뭔가가 빨리 나와야만 한다고 봅니다. 저는 그 안양만의 특화되고 차별화된 ‘한 방’을 창출하는 데 서울대학교가, 특히 서울대 공대의 인프라와 노하우와 인재들(Manpower)이 중요한 역할을 해줄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공 : 안양의 교육 여건은 어떤가요? 서울의 경우에 목동이 강남 못잖은 동네로 행세하게 된 건 순전히 잘 정비되고 발달된 교육 여건 때문이거든요.

민 : 안양은 교육도시가 아닙니다. 솔직히 표현하자면 학원도시, 즉 사교육의 메카일 따름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안양을 교육의 중심지라고 착각해온 까닭은 입시학원들이 밤마다 불야성을 이루고 있어서입니다. 입시는 교육의 일부이기는 해도 전부는 아닙니다. 따라서 사교육이 번창한 곳이 미래교육의 산실은 아닙니다. 안양이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선도적이고 성공적으로 대비하려면 서울대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관한 폭넓고 진지한 논의와 합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습니다.

공 : 새롭고 혁신적 의견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민 : 진지하게 경청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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