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불신당하는 이유는 국민들의 속도를 못 따라가기 때문

[뉴스케이프 공희준 기자] 공희준 (이하 공) : 김세연 의원은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영남 지역에서 3선을 이뤄낸 중진의원입니다. 이런 김세연 의원이 “자유한국당은 존재 자체가 민폐”라며 내년 총선에서 불출마할 것임을 선언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라는 로또 맞은 것과 마찬가지일 초대형 호재를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최고의 비호감 정당으로 낙인찍혀 있습니다. 오죽하면 자유한국당의 전통적 동맹세력이라고 말해질 수 있는 조선일보마저 자유한국당에게 발전적 해체를 촉구하고 있겠습니까? 의원님께서는 1973년생으로 한국정치의 기준에서는 굉장히 젊은 정치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유한국당 핵심 당직자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젊은 X세대 정치인의 눈높이에서 평가했을 때 한국당은 과연 희망이 있는 정당인가요? 그리고 자유한국당이 지속가능성과 수권가능성을 모두 갖춘 정당으로 거듭나려면 어떤 특단의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국민들, 한국당에 대한 노여움 아직 안 풀려

김성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한국당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아직 덜 가라앉은 사실을 솔직담백하게 시인했다.

김성원(이하 김) : 저는 김세연 의원님께서 하신 말씀에 상당 부분 동의하고 있습니다. 김세연 의원님 말씀의 요지는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는 데 있습니다. 당대당 통합이나, 또는 헤쳐 모여 같은 정치공학적 방법과 대책만으로는 보수우파가 국민들의 믿음을 되찾을 수 없습니다. 국민들께 그 어떤 감동도 드릴 수가 없습니다.

왜 자유한국당은 국민들에게 대표적 비호감 정당 이미지로 각인될 것일까요? 저는 그 근본 원인이 자유한국당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노여움이 아직 풀리지 않은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한국당이 무슨 일을 해도 국민들의 마음에 와 닿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자유한국당이 하는 일들이 자신들과는 무관한 ‘그들만의 리그’에 관계된 사항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국민과 자유한국당 사이에 소통과 공감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 것입니다. 국민들이 자유한국당을 마치 다른 나라 정당처럼 인식하고 있으니 한국당이 민심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비호감 정당으로 낙인찍힌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유한국당이 국민들에게 기대와 희망을 주는 정당으로 거듭나려면, 국민들의 믿음과 애정을 받는 정답으로 환골탈태하려면 무엇보다도 유능한 대안정당 역할을 해낼 수 있어야만 합니다. 국민들의 마음속에서 이제까지의 자유한국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일삼는 당이었습니다. 유권자들 눈에 떼만 쓰는 정당으로 비치는 당이 어떻게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겠습니까?

지금까지의 자유한국당은 많은 지점에서 급하게 서두르기만 했습니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민들께 저희의 생각을 차분하게 설명을 드리려는 노력이 몹시 부족했습니다. 공수처가 왜 만들어서는 안 되는 기관인지를, 연동현 비례대표제가 어째서 위험한 제도인지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가 어떤 연유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 유지에 오히려 해로운 결정인지를 국민들께 성의 있고 진지하게 설명하는 일을 그동안 소홀히 해왔습니다. 저희가 왜 그와 같은 당론에 도달했는지를 국민들께 자세히 알리려는 과정과 노력이 미흡하다 보니까 자유한국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정당으로 비쳐지게 되었습니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당과 관련된 질문에서는 비교적 신중하고 절제된 답변을 시종일관 이어나갔다. 그러나 인터뷰 후반에 거론될 그의 개인적 진로에 관한 물음들에서는 상당히 공격적이고 도발적 응답을 내놓게 된다.

국민들로부터 사랑과 지지를 받으려면 유권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정치를 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2016년 4월의 제20 총선 이후 지난 3년 반 넘는 동안 자유한국당이 과연 무엇으로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었느냐는 꾸중과 나무람이 섞인 질문을 받았을 때 자신 있게 이것이라고 대답할 수 있는 성과나 내용물이 솔직히 아직은 없습니다.

공 : 정당이 국민들에게 할 수 있는 성의 표시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좋은 정책과 의제를 개발해 감동을 준다는 건 사실은 정치학 교과서에나 통용되는 하나마나한 덕담에 지나지 않습니다. 저는 정당이 국민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사람을 과감히 바꾸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인적 쇄신 내지 인척 청산으로 표현되는 일입니다. 국민들이 자유한국당을 비호감 정당으로 철저히 낙인찍은 데에는 사람이 전혀 바뀌지 않은 탓이 큽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기 도중 탄핵을 당해 정말 부끄럽고 수치스럽게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왔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잘못 보필한 데 대한 책임감을 통감하면서 자발적으로 물러나는 사람이 자유한국당 안에 왜 거의 없느냐는 것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치마폭에 숨어서 호가호위하던 인사들이 진솔한 반성과 사죄는커녕 요즘은 황교안 대표의 뒤에 숨어 기득권 유지를 꾀하고 있거든요. 이건 단지 저 혼자만의 의견이 아닙니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사장이나 윤평중 한신대 교수 같은 보수논객들도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주장입니다.

필자가 당명을 계속 ‘자한당’으로 호칭하자 김성원 대변인은 조금은 못마땅한 기색을 내비치며 ‘한국당’이라고 정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나는 원정경기를 뛸 때에는 홈팀에게 유리하게 판정과 규칙이 작용하는 ‘홈콜(Home Call)’의 기능을 어느 한도까지는 수긍하고 존중하는 입장이다. 홈콜은 흥행을 위한 일종의 무대장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성원 자유한국당 대변인과의 인터뷰에서는 그의 바람대로 우리나라 제1야당의 당명을 ‘한국당’ 또는 ‘자유한국당’으로 표기하기로 편집 방침을 정리했다.

뺄셈의 인적 혁신뿐만 아니라 덧셈의 인적 혁신도 필요해

김성원 대변인은 인적 쇄신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덧셈의 인적 혁신’이 필요하다는 신중론을 피력하였다.

김 : 인적 혁신에는 두 가지 방향의 인적 쇄신을 상정할 수가 있습니다. 하나는 뺄셈의 인적 혁신입니다. 다른 하나는 덧셈의 인적 혁신입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는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김용태 의원님 주도로 주로 기존 인물들을 빼내는 형태의 인적 혁신이 추진되었습니다. 종전에 활동하던 사람들을 내보내는 데 주안점을 준 인적 혁신이었습니다. 그런데 빼낸 자리에 다른 새로운 인물을 더하는 일이 지지부진했던 까닭에 일회성 이벤트 수준의 인적 혁신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따라서 한국당의 인적 쇄신은 덧셈과 뺄셈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동시적으로 진행되는 인적 혁신이 되어야 합니다. 남겨지고 비어진 공간에 어울리는 새롭고 적합한 인재들이 들어오는 방식의 인적 구조의 변화와 쇄신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지금은 그러한 변화가 당내에서 한창 일어나고 있는 단계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국민들께서 미처 예상하지 못하셨던 뜻밖의 유능하고 참신한 인물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시장경제체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한국당에 속속 합류할 것이라고 저는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공 : 의원님께서는 빼내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우리나라 지역구 국회의석수는 현행 선거법 기준으로 253석에 불과합니다. 2,530개가 아닙니다. 자기 발로 걸어나가든, 아니면 남들에게 밀려서 쫓겨나든 기성 인사들이 정리되어야 새로운 인물들이 영입될 수 있지 않나요? 의원실이 여러 가구가 원만히 공존하고 동거할 수 있는 무슨 다세대주택은 아니니까요. 게다가 국민들이 자유한국당을 바라볼 적마다 왜 눈살을 찌푸리겠습니까? 박근혜 정권 실패의 결정적 빌미와 시발점을 제공한 영남 지역의 친박계 국회의원들이 “내가 왜 관둬?” 하는 표정으로 오히려 출마 의지를 더욱더 불태우고 있는 탓입니다.

김 : 저는 아직은 시기적으로 조금 빠르다고 생각합니다.

공 : 빠르다니요?

김 : 그분들(영남 친박)을 인위적으로 청산하고 정리하는 방안도 물론 고려해볼 수는 있겠지요. 그러나 저는 그와 같은 인위적 물갈이 시도 없어도 자연스러운 시대 흐름에 따라 자유한국당의 인적 혁신이 충분히 실현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내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낸 김성원 의원은 성격이 여유 있는 편에 속한다. 허나 정치의 세계에서마저 무위자연의 법칙을 신봉할 정도로까지 느긋한 성정은 아니다. 그는 영남권 친박들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당 지도부에서 사전에 정해놨을 공식적 가이드라인을 좀처럼 넘어서려고 하지 않았다.

국민의 속도와 정치인의 속도가 다른 게 정치불신의 중요한 원인

국민들께서 신속한 인적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은 저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당, 특히 일정 규모 이상의 공당에는 규정된 절차와 순서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저는 당내의 합의된 프로세스에 기반한 쇄신이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돌연 목소리를 높이며) 왜냐? 인적 쇄신 없이는 저희 한국당이 도저히 총선을 치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시 음성을 낮추고는) 저희는 현재 단계를 밝아가면서, 절차를 지켜가며 인적 쇄신 작업을 해가고 있다는 점을 많은 국민들께서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공 : 대변인님께서 말씀하신 자유한국당의 시간과 국민이 생각하는 시간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저는 지금 매우 강하게 받고 있습니다. 국민은 1분이 60초인데, 반면에 자유한국당은 1분이 6,000초쯤 되는 것 같습니다.

김 : 국민의 시간과 한국당의 시간이 다르다는 지적에 반론을 굳이 펴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국민의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는 정당은 자유한국당 하나만이 아닙니다. 그건 더불어민주당 같은 다른 정당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당들로 구성된 국회도 국민들의 속도감과 시각감각을 따르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정치인들과 정당과, 그리고 국회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국민의 의사를 받들겠다고 수십 년 전부터 공언해왔습니다. 문제는 정치권이 국민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왔다는 데 있습니다. 그 결과로 말미암아 국민은 늘 저만치 앞서가는데, 정치는 숨을 헐떡이며 한참 뒤에서 쫓아하는 현상이 줄곧 빚어져왔습니다. 느리기도 한 데다 국민들의 열망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니 정치가 불신의 대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므로 자유한국당이 시대와 함께하는 정당이 되려면, 청년들과 같이하는 정당이 되려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명실상부한 수권정당이 되려면 국민들의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는 민첩한 정당으로 변모해야만 합니다.

김성원 의원은 한국의 정치권이 대동소이하게 동작이 굼뜨다고 진단했다. 나는 그의 분석에 전적으로 동감했다. 단, 자기들만은 빠른 것처럼 보이게금 일반 대중의 눈을 속이는 기술과 솜씨에서 정당들 사이에 약간의 수완과 숙련도상의 차이는 분명 존재해왔다.

공 : 제가 아는 분들 중에서 현실 정치에 몸담게 된 사람들을 예전과 견주면 기상시간 하나만 빨라졌지 다른 행동은 도리어 더 느려졌더라고요. (②편에서 계속됨…)

저작권자 © 뉴스케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