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안철수, 유승민 누구도 통합야당의 공천권 장악해선 안 된다

[뉴스케이프 공희준 기자] 공천개혁,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일

김성원 대변인은 통합야당의 공천심사작업은 제3의 공정한 인물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 김한주 기자)

김성원(이하 김) : 대의민주주의는 신속한 의사 결정이 어렵다는 태생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 5년 단임제를 실시해오고 있으면서, 국회는 상임위원회 중심주의로 운영돼왔습니다. 상임위 중심주의의 일차적 원칙은 합의제에 있습니다. 그런데 합의를 도출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공희준(이하 공) : 의회정치가 합의를 중시하고 지향하는 일인 것은 물론입니다. 그러나 과감한 공천개혁과 같은 인적 쇄신 작업은 비록 바람직하지는 않을지언정 군사작전을 방불하게 하는 방법으로 수행되어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는 법입니다. 저는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개혁공천이 원만한 합의로 이뤄졌다는 얘기를 솔직히 별로 들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김 : 과감한 개혁공천이 합의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물갈이에 대한 당위성과 필요성은 김성원 대변인도 동감하는 눈치였다. 한국정치에서 여태껏 모든 공천개혁은 여당의 경우에는 청와대의 비민주주의적 원격조종 아래에서, 야당의 경우에는 제왕적 총재 혹은 당대표의 일사불란한 진두지휘 밑에서 가능한 일이었다. 황교안 대표가 당내에서의 입지 강화를 위해 단식까지 불사해야만 하는 한국당 지도부의 옹색한 처지를 감안하면 과감하고 전면적인 공천개혁은 그리 쉽지 않아 보였다. 이윽고 대화의 주제는 야권 통합 문제로 옮겨갔다.

공 : 내년 총선에서 여당과 야당의 일대일 대결구도가 형성되지 않으면 현행 선거법 아래에서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게 승리하기는 아주 어렵다는 것이 정치인들 스스로는 물론이고 정치부 기자들을 비롯한 대다수 정치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문제는 자유한국당이 다른 정당과 연합정치를 해본 경험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은 안철수 진영과 유승민 세력까지를 전부 아우르는 빅 텐트를 치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야당에게는 내년 총선 승리의 기본적 전제조건일 야권 통합 내지 선거 연대를 위해 어떤 결단과 조치를 준비하고 있습니까? 그리고 만약에 다른 야당에서 자유한국당에게 기득권 포기를 요구한다면 당내 일각의 거센 반발을 극복하고 이를 전향적으로 수용할 자신이 있습니까?

문재인과 안철수 두 야당 대선주자는 2012년 가을,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야권후보 단일화 협상을 진행했다. 양쪽이 밀고 당기는 와중에 안철수 측에서 문재인 측에 이해찬 당시 민주통합당 대표의 퇴진을 단일화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자 이해찬 대표는 구시렁거리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결국에는 당수직에서 마지못해 물러났었다.

문재인 정권 심판을 위한 야권 통합은 국민의 명령

김성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문재인 정권 심판을 위해 야권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김한주 기자)

김 :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야당이 힘을 합치는 일은 국민의 명령입니다. 야당 정치인들은 왜 그와 같은 준엄한 국민의 명령이 나왔는지를 냉정하게 직시해야 합니다. 국민들께서는 문재인 정부를 지금 이대로 놔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계십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대한민국이 정말 큰 위기와 어려움에 봉착할 게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여온 잘못된 정책들에 강력히 제동을 걸려면 야권이 분열되어선 안 됩니다.

야권이 분열하지 않고 통합하려면 각자가 갖고 있는 기득권의 포기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자기는 아무런 손해를 보지 않으면서도 통합을 하겠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 소리입니다. 저는 통합을 위해서는 야권 전체가 원점(Zero Base)에서 출발한다는 각오와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야권의 전면적 재구성(Reshuffling)에서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조건이 있습니다. 인위적 통합은 안 된다는 것입니다. 왜냐면 인위적 통합은 “1×1=1”일 뿐인 물리적 통합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공 : 어떤 형태의 통합이 인위적 통합인가요?

김 : 서로의 기득권을 지키려고 무리하게 당대당 통합을 강행하는 것입니다. 한쪽이 다른 한쪽을 흡수합병(M&A)하는 사태 역시 인위적 통합에 해당합니다. 야권 통합은 거대한 공동의 목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상태에서 추진되어야 합니다. 국민들은 각자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지분 나눠먹기 방식의 통합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정치권이 가장 하지 말아야 할 일이 ‘꿩짓’이라고 국회에 들어오기 전부터 확신해왔습니다. 꿩은 몸은 바깥으로 훤히 드러난 상태로 머리만 숨습니다.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를 자기 손바닥 내려다보듯이 환하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당리당략을 목적으로 이합집산을 했다가는 국민들에게 금방 들통 날 게 뻔합니다. 따라서 보수대통합을 실현시키려면 모두가 각자의 기득권을 내려놓은 후에 문재인 정부의 그릇된 경제정책을, 민생정책을, 안보정책을 바로잡을 수 있는 진정한 야권통합을 이뤄내야 합니다.

공 : 한국당이 포기해야 올바를 기득권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 : 자유한국당은 지금으로서는 지켜야만 할 기득권이 없습니다. 이미 모든 것을 내려놓았기 때문입니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의 이러한 응답을 듣고서 나는 즉각 뜨악해질 수밖에 없었다. 기득권을 포기하자고 강조하면서 곧바로 포기할 기득권이 없다고 토를 달다니. 김성원 대변인은 자유한국당 버전의 살라미 전술을 안철수나 유승민을 상대로 구사하려는 모양이었다.

제3의 공정한 인사가 후보공천 작업을 주도해야

공 : 아니, 국민들은 한국당이 포기한 기득권이 도대체 뭔지를 전연 모르겠거든요.

김 : 저희가 내려놓은 것이 일반 국민들께는 아직은 체감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희는 야권 전체가 지금 갖고 있는 당권과 공천권 등을 모두 내려놓자는 의미입니다.

공 : 대변인님 말씀대로 통합야당이 출범했다고 일단 가정해보겠습니다. 새롭게 등장한 통합된 야당의 공천심사위원장을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나 또는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에게 통 크게 맡기실 의향이 있습니까?

김 : (단호한 어조로) 안 됩니다. 저는 공정성이 보장되고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3의 인물이 공천심사 과정을 주도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황교안 대표나 안철수 전 대표나 유승민 전 대표 중에서 한 사람이 공천권을 장악하게 되면 그 즉시 당내 주도권 다툼이 생겨날 게 명약관화하기 때문입니다. 특정인이 공천권을 행사해서는 안 되는 까닭입니다. 자유한국당이 기득권을 내려놓은 것처럼 다른 보수우파 정치인들 또한 기득권을 내려놓아야만 합니다.

공 : 황교안, 안철수, 유승민 세 분 모두로부터 승복과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공천심사위원장감의 인물군이 현재 우리나라에 있다고 보시나요?

김 : 만들어오면 됩니다.

공 : 누가 만들어오나요? 만들어오겠다는 사람부터가 폭넓은 신뢰와 위임을 못 얻을 수도 있는데요.

김 : 그래서 꿩짓을 하면 안 됩니다. 국민들은 설령 세 분이 합의해 공심위원장으로 누군가를 추대하거나 영입한다고 해도 특정 세력의 사심이 개입한 인사라면 즉각 알아챌 겁니다.

공 : 그렇다면 대변인님께서는 저를 공심위원장에 추천하실 수 있으십니까? 제가 알고 보면 엄청 공정한 사람이거든요.

김 : 안 됩니다.

공 : 저는 왜 안 되나요?

김 : 안철수계이기 때문입니다.

김성원 대변인의  재치 반, 썰렁 반의 답변이 나오자마자 인터뷰 자리에 동석했던 사람들 전원이 일제히 웃음보를 터트렸다.

공 : 저처럼 공명정대한 인물을 공심위원장으로 거부하다니. 이 부분은 인터뷰에 꼭 싣도록 하겠습니다. (웃음)

김 : 안철수계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그 이유까지 빼지 말고 실어주세요. (웃음) (③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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