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분도를 위해서라면 이재명 경기도지사와도 연대할 수 있어

[뉴스케이프 공희준 기자] 공희준(이하 공) : 이한동 전 국무총리,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손학규 현 바른미래당 대표의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경기도에 연고가 있는 대선주자였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분들 가운데 그 누구도 대권고지에 근접해본 적이 없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정도가 대통령 선거에서 본인 얼굴과 이름이 들어간 벽보를 붙여본 게 고작입니다. 대변인님께서는 경기도 출신 정치인들이 이처럼 뒷심이 약한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그리고 경기도, 더 범위를 넓히면 수도권이 인구와 경제력에 걸맞은 정치권 위상과 영향력을 확보할 방안들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경기 북부는 통일 한국의 중심

김성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경기도 북부가 한반도의 중심지로 떠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사진 김한주 기자)

김성원(이하 김) :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한 중차대한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경기도가 분도가 되어야만 한다는 점입니다. 지금의 경기도는 규모가 너무 커졌습니다. 따라서 경기 북부를 별도의 광역자치단체로 만드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습니다. 게다가 경기도 분도에 대한 논의는 아주 오래전부터 제기돼왔습니다. 하지만 기득권을 장악한 사람들은 분도 요구에 좀처럼 응하지 않아왔습니다. 

공 : 경기도 북부의 인구는 얼마쯤 되나요?

김 : 330만 명 정도입니다.

공 : 제 생각으로는 경기남도에 해당하는 지역의 사람들이 분도에 찬성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김 : 우리는 통일된 대한민국 시대를 미래지향적 안목과 자세로 준비해야 합니다. 경기북도의 신설이 왜 필요하냐? 그건 도시경쟁력 강화의 관점에서 필수적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대학원에서 토목환경공학을 전공해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그는 도시개발과 관련된 이야기가 주제로 등장하자 물 만난 고기처럼 만면에 아연 활기를 띠었다.

울산은 독립된 광역시로 승격한 다음 경상남도의 일부분이었을 때와 비교해 크게 달라졌습니다. 인천광역시 역시 경기도의 한 구성요소였던 시절과 견주면 몰라볼 만큼 상전벽해로 변화했습니다. 그 성장동력이 무엇이겠습니까? 각자의 지역적 특성에 적합한 발전계획을 추진력 있게 실천해갈 수 있었던 덕택입니다.

경기도는 한강을 경계로 해서 남과 북으로 나눠 있습니다. 이제는 경기 북부를 더 이상 볼모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경기 북부를 수동적으로 도움을 받는 고장으로 여겨서도 안 됩니다. 그리고 경기 북부의 발전에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합니다. 경기도 북부는 통일 대한민국의 중심 지역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김성원 대변인의 장밋빛 예측대로 경기 북부가 통일된 한반도의 중심축으로 웅비하려면 남북관계의 평화적 발전이 선행되어야 한다. 허나 그의 소속 정당인 자유한국당은 시대착오적 대북강경론만을 여전히 맹목적으로 고집하는 중이다. 필자는 이와 같은 모순과 당착을 그와의 또 다른 인터뷰가 성사될 경우 반드시 집요하게 추궁해볼 작정이다.

경기 북부의 발전 가능성을 실제로 현실에서 구현하려면 구체적 발전전략과 세밀한 시행방도가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경기 남부의 지원에 소극적이고 타성적으로 계속 의존만 한다면 경기 북부의 잠재력은 영원히 잠재력으로만 머물 뿐입니다.

경기도에서 걸출하고 카리스마적 정치 지도자가 어째서 나타나지 못해왔을까요? 저는 자신의 기득권을 대담하게 포기할 줄 아는 인물이 없었던 탓이라고 확신합니다. 경기도 분도는 분가의 개념으로 인식돼야 합니다. 경기도가 해체되는 일로, 소멸되는 사태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경기도는 많은 인구와 풍부한 경제력에도 불구하고 중앙정치 무대에서 제대로 된 몸값과 대접을 받지 못해왔습니다. 저는 그러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이끄는 국가 지도자가 되겠다는 포부와 야망을 가진 인사들일수록 경기도 분도를 더욱더 강력하게 주장하고 추진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 : 자신의 입김이 미치는 영역이 경기도 남쪽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을 각오하고서요?

김 : 예, 그렇습니다.

공 : 경기도 분도가 행정수도 이전과 청계천 복원에 상응하는 파괴력과 임팩트를 지닌 정치적 기획이나 선거용 이벤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인가요?

김 : 경기도 분도를 정치적 이벤트로 단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시각입니다. 저는 경기도 분도가 대한민국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이자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문희상 의장은 경기 분도에 앞장섰어야

공 : 경기도 분도가 서울을 강남과 강북을 경계로 삼아 남북으로 분시(分市)하는 촉발점과 자극제로 작동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김 : (거세게 손사래를 치며) 그건 아닙니다. 서울은 경제적 수준의 괴리감이 클 따름이지, 행정구역의 개편을 서둘러야 할 동기가 크지 않습니다. 반면에 경기도는 북부와 남부가 행정적으로, 지리적으로, 위치적으로, 환경적으로 큰 차이가 있습니다. 공희준 위원께서는 강북 지역 서민대중의 삶과 애환을 이해하는 정치인이 수도 서울을 이끌어야만 한다고 말씀해오셨습니다.

공 : 저는 제 나름의 원대한 구상을 강북에서 이루는 데 실패해 월계동에서 잠실로 야반도주하듯이 도망쳐 왔습니다.

김 : 저의 인식은 위원님의 발상과 비슷합니다. 경기 북부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설움과 고통을 함께할 수 있는, 경기 북부의 꿈과 염원을 이뤄줄 수 있는 인물이 작게는 경기도를, 크게는 대한민국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공 : 그렇다면 가정법을 한번 사용해보겠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출신지는 경기도 부천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만약에 김근태 전 장관이 결자해지의 자세와 마음으로 생전에 경기도 분도를 강하게 요구했다면 그분의 정치적 명운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평가하시나요?

김 : 21세기의 세계화 시대는 국가의 경쟁력이 도시의 경쟁력에서 비롯되는 시대입니다. 잠시 서울을 예로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강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한 강남을 발전시키려면 강북의 특성에 걸맞은 비전을 제시하고 청사진을 작성해야 합니다. 경기도 또한 서울과 마차가지로 한강 이북과 이남의 지역적 특성에서 커다란 차별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남부도, 북부도 제각기 특성화된 발전전략을 요구하기 마련입니다. 경기도 제2청사 와 있죠, 법원 와 있죠, 검찰청 와 있죠, 세무서 와 있죠, 경기도 분도에 필요한 행정적 준비 절차는 이미 모두 마무리된 상태입니다. 이제 최종 결정권자인 대통령의 결단만 남았습니다.

남양주에서 생활하는 필자의 한 지인은 동일한 경기도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남양주시와 바로 강 건너 하남시가 서울의 강북과 강남의 관계처럼 집값을 위시한 제반 사회경제적 여건들에서 아주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고 필자에게 귀띔해준 적이 있다.

공 : 문희상 현 국회의장은 현역 정치인들 중에서 경기도 북부에 지역구를 가진 인물로는 가장 유명하신 분입니다. 대변인님께서는 만일 문희상 국회의장이 경기도 분도를 강단 있게 주장했다면 국회의장 이상의 역할과 좌표를 노려볼 수 있었다고 생각하시나요?

김 : 당연히 노려보실 수 있었습니다. 울산과 인천 모두 자체적으로 도시의 미래를 설계해 시민들과 함께 지역의 운명을 스스로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분도된 경기도가 그러한 독자성을 확보하면 국가적으로 굉장히 엄청나고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창출할 수가 있습니다.

공 : 이재명 현 경기도지사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입니다. 대변인님께서는 이재명 지사가 “경기도를 나눕시다!”라며 높이 깃발을 쳐들고 나간다면 분도 문제와 관련해 그와 초당적으로 연대할 의향을 갖고 계십니까?

김 : 물론입니다. 연대합니다. 경기도 분도는 특정 정치인이나 특정 정당을 위한 사업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전체를 위한 과업입니다. 저는 만약에 이재명 지사께서 분도를 추진하신다면 기꺼이 힘을 보태겠습니다.

공 : 그렇다면 이재명 지사의 경기도 분도에 대한 현재의 견해는 어떤 건가요?

김 : 지방선거 전에는 주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의지가 많이 퇴색한 것처럼 보입니다.

공 : 사실 자기 관할구역에서 330만 명이 빠져나간다고 하는데 이를 좋아할 지방자치단체장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젊음=열정’은 아니다

대화는 벼르고 벼르던 화제인 세대교체 문제에 드디어 이르렀다.

공 : 앞서 말씀드린 김세연 의원은 1972년생입니다. 그러나 김 의원의 경우는 부친으로부터 지역구를 물려받았기 때문에 순수한 청년정치인으로 인정받기는 어렵습니다. 지금은 세대교체가 21대 총선의 중요한 화두로 부각된 상황입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안에서는 벌써부터 ‘86그룹 퇴진론’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세대교체를 선거승리의 중요한 전략적 승부처로 삼아야 올바를 자유한국당은 ‘꼰대정당’인 더불어민주당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을 ‘노땅정당’ 이미지가 가면 갈수록 유권자들 사이에서 더더욱 확실하게 굳어져가고 있습니다. 현재의 국회에서 몇 안 되는 1970년대 생 지역구 국회의원의 한 명으로서 우리나라 유권자들의 오랜 염원이기도 한 정치권의 전면적 세대교체를 이룩하는 데는 어떤 길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또한 정치권의 전면적 세대교체를 관철해가는 과정에서 의원님 개인적으로는 어떠한 역할을 맡을 수 있으리라고 예상하십니까?

김 : “세대교체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정치권의 판갈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어제오늘 나온 이야기가 아닙니다. 벌써 수십 년 전부터 분출되어온 구호이고 요구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 취지와 맥락을 곰곰이 곱씹어봤습니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그의 대표작인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정치인이 꼭 갖춰야 할 세 가지 자질을 제시해놨습니다. 열정, 균형감각, 그리고 책임윤리가 그것입니다. 저는 베버가 언급한 세 가지 자질들 중 열정을 정치인의 가장 중요하고 우선적인 자질로 손꼽고 싶습니다.

다선의 중진 의원들께서 책임감과 균형의식에서 빼어난 경우가 많은 건 물론 사실입니다. 책임감과 균형의식은 오랜 연륜과 경험의 산물일 수도 있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저는 그분들께서 초선 의원 시절에 가슴에 품었던 열정을 현재까지도 변함없이 견지하고 계신지에는 의문부호를 붙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많고 적음 하나로 열정의 있고 없음을 판별할 수 있을까요? 나이만으로 열정의 유무를 섣불리 가늠하는 것은 치명적 오판으로 귀결될 수가 있습니다. 저는 나이가 어리면 열정이 있고, 나이가 많으면 열정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오로지 젊음만을 추구하고 선호하는 맹목적이고 무조건적 세대교체에는 찬성하지 않습니다. 저는 노장청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국회가 참다운 현실에 보다 부합하면서도 국민들께 더 큰 효능감과 만족감을 드릴 수 있는 국회가 되리라고 믿습니다. 단순한 충동과 순간적 욕구에 의해서 무작정 세대교체만을 좇다 보면 21대 국회 말에도 20대 국회 말과 똑같은 상황이 초래될 게 분명합니다.

공 : “겪어보니 70년대 생들도 60년대 생들과 똑같더라. 이번에는 80년대 생들로 싹 바꿔보자”는 식의 무한정한 악순환만 반복될 거라는 전망이신가요?

김 : 생물학적 연령에만 의존해 사람의 능력의 우열을 가려서는 안 됩니다. 나이와는 상관없을 내면의 열정이 가늠자 구실을 해야 합니다. 저는 지역구 활동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열정이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곧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치열하게 고민하는지 혹은 하지 않는지가 정치인의 열정을 측정하는 척도가 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이유에 근거해서 저는 인위적인 세대교체에는 반대하고 있습니다. (④편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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