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와 극좌 양극단 세력은 정치하지 말아야

[뉴스케이프 공희준 기자] 공희준(이하 공) : 우리나라 국회가 몹시 노쇠한 건 객관적 사실입니다. 국민도, 정치인도 나날이 노령화하는 한국과 달리 프랑스에서는 40대 초반 나이에 해당하는 19977년생인 에마뉘엘 마크롱이 대통령에 선출됐습니다. 심지어 30대 총리가 배출된 나라도 여럿입니다. 저는 한국정치가 비정상적으로 노쇠한 원인의 하나로 관료나 판검사 같은 사람들이 정치를 인생 이모작 수단으로 악용해온 데 있다고 봅니다. 자신의 노후대책으로 국회의원이 됐거나, 되려는 인사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인생 이모작 정치인들, 역기능이 더 크다

김성원 의원은 인생 이모작 의원들이 국회의 활력과 유연성을 떨어뜨린다고 일침을 가했다. (사진 김한주 기자)

김성원(이하 김) : 유럽 각국에서 30대 후반과 40대 초반의 인물들이 정치적으로 크게 약진할 수 있었던 배경은 정치인 육성체계(Incubating System)가 효과적으로 구축된 데 있습니다. 이러한 나라들에서는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정당의 당원으로 가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찌감치 정당에 들어온 사람들이 여야 간의 대화와 협상 기술을 비롯한 정치인으로서 가져야 할 소양과 전문성을 착실하게 쌓아갑니다. 그러니 30대 후반, 40대 초반에 정당의 당수가 되고, 국가 원수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정치인 훈련 과정이 부재합니다. 이는 한국정치의 고질적 문제점이기도 합니다.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건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기성세대들은 청년들의 활발한 정치 참여를 내심으로 터부시해왔습니다. 정치가 기성세대의 리그로 계속 남아 있기를 바란 탓이었습니다.

장관과 차관 출신 인물들이, 판사와 검사를 퇴직한 인사들이 인생 2모작을 목적으로 대거 원내에 입성함으로써 우리나라 국회는 더욱더 경직됐습니다. 타협과 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그분들이 오랜 관료생활과 조직생활의 습성에 젖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분들의 경험과 전문성이 국회 운영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음을 부인해서는 안 됩니다. 이를테면 기획재정부는 국가의 전체 예산을 총괄해 다루는 부서입니다. 기재부에서 고위 관료를 지낸 분들이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에는 국회의 정무위원회나 기획재정위원회 대신에 환경노동위원회나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활동하면, 기존에 해당 상임위원회에 계셨던 분들과 견주어 더 폭넓고 종합적 시야를 지닐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전직 고위 관료 출신들이 국회를 경직되게 만드는 건 사실입니다. 비율로 따지면 이분들이 순기능이 2이고, 역기능 8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 : 전직 고위 관료들의 노하구가 굳이 금배지를 달아야 발휘될 수가 있나요? 예컨대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활동할 수도 있잖아요? “전직 장관 출신 보좌관”, 얼마나 아름답고 훈훈합니까? 단적으로 예전에는 법원장이었는데 지금은 김성원 대변인님의 수행비서로 활약하고 있다면, 이건 창피한 일도 아니고, 체통 깎이는 일도 아닙니다. 오히려 사회의 귀감이자 미담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이과 정치인들, 문과 정치인에 결국은 순치돼

대화는 김성원 대변인 개인에게로 초점이 이동했다.

공 : 의원님께서는 젊은 정치인이라는 부분에서도 희소가지가 있지만, 토목공학을 전공한 이공계 출신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에서도 특이점을 갖고 계십니다. 우리나라 정치는 문과 출신들이 과도하게 높은 비중을 차지해온 까닭에 미래도 없고, 전문성도 없는 말장난의 향연만이 난무하는 소모적 정치가 되고 말았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전문역량과 미래감각을 지닌 이공계 전공자들이 제도정치권에 활발하게 진출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왜냐면 전형적 이과생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정치인으로서 참담하게 실패한 여파로 말미암아 이공계 출신 정치인들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매우 박한 방향으로 반전됐거든요.

김 : 저는 안철수 전 대표가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의 그분의 정치가 아직은 현재진행형이라고 평가합니다.

필자가 김성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에게 사전에 보내준 질문지에는 안철수와 관련된 물음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김성원 대변인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안 전 대표에 대해 우호적 언급을 내놨다.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물론이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까지 망라하는 보수대통합은 자유한국당의 확고부동한 전략적 방침으로 보였다.

공 : 안철수 전 대표를 우호적으로 평가하자는 게 한국당의 확정된 당론인가요?

김 : (조금은 말을 얼버무리며) 그건 아닙니다. 단지, 저는 지금의 안철수 전 대표의 상황이 ‘~ing(현재진행형)’이라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안철수 전 대표와 관련된 대화는 이번 인터뷰에서 필자와 김성원 대변인 사이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약간이나마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김 : 국회는 민심을 수렴하고 대변하는 기관입니다. 그러므로 민의의 전당으로서 반드시 다양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러나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분들이 주로 국회에 들어오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 다양성에 한계를 드러내왔습니다. 본선 경쟁력만을 중시하거나, 소위 ‘즉시 전력감’만을 찾다 보니 전‧현직 고위 관료들을, 판검사 출신들을, 의사나 변호사 등의 잘나가는 전문직 종사자들을, 아나운서 같은 대중에게 익숙하고 많이 알려진 유명 인사들을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정당들에서 선호해왔습니다. 그분들의 지식과 경험을 활용한다는 점에서는 분명 긍정적 요소가 존재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분들은 사고가 경직돼 있기 쉽습니다. 활동의 폭이 제한적이곤 합니다.

강준만 교수는 강남좌파가 한국사회에서 엘리트와 대중이 결정적으로 서로 분절되고 격리되도록 이끌었다고 그의 새 책인 「강남좌파2」에서 통렬히 비판했다. 나는 김성원 대변인의 이야기 중에 “활동폭이 협소하다”는 지적에 전폭적으로 공감이 갔다. 왜냐면 공적인 활동에서도, 사적인 생활에서도 한국의 출세하고 성공한 엘리트들은 똑같이 출세하고 성공한 엘리트들만을 주로 만나고 상대하는 탓이다. 가령,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대화를 하건, 대결을 하건 그들만의 높은 성벽 안쪽에서 대화하고 대결할 뿐, 평범한 대다수 서민대중이 살고 있는 성 밖으로는 좀처럼 나오는 법이 없다.

게다가 그 제한된 인재의 범위마저 문과 출신들로만 심각하게 편중돼왔습니다. 그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공천 작업을 진두지휘했던 지난 19대 국회에서 상황이 약간 달라졌습니다. 2012년 새누리당 공천에서는 이과 출신들에게 가산점을 부여한 결과로 이공계 출신들이 그전과 비교해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많이 들어왔습니다. 문제는 힘들게 등원한 이과생들이 문과생들에게 순치가 됐다는 데 있습니다.

공 : 문과생들에게 그냥 동화가 된 거네요?

김 : 예, 그렇습니다. 이공계 출신 정치인들이 많아져야만 한다는 공희준 의원님의 말씀에는 공학도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그렇지만 저는 보다 큰 틀에서 문제를 조망했으면 합니다. 저는 정열을 가진, 열정을 품은 분들이 정치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런 분들께서 전문성까지 있으면 금상첨화이겠고요. 그러자면 정열을 가진 사람들이, 열정을 지닌 인물들이 국민을 위해서 마음껏 일할 수 있는 정치적 풍토가 먼저 마련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지금의 국회가 바뀔 수 있을 테니까요.

공 : 열정과 정열로 치자면 문빠니, 박빠니 하는 소위 빠들이 단연 최고, 최강 아닌가요?

김 : 아니죠. 저는 극우와 극좌의 양극단에 치우쳐 있는 사람들은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분들은 정치 대신에 시민운동을 전개하면서 우리 사회가 현재보다 나아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맡아야 합니다. 그분들이 운동이 아닌 정치를 하면 정치 발전을 이루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김성원 대변인은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전에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의 정무비서관을 역임했다. 정의화 전 의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 상도동계가 창당한 신한국당 소속으로 국회에 입성했으며, 보수진영에서는 대표적인 비박 인사이기도 하다. 김 대변인의 이념적 지향성이 중도보수 성향임을 쉽사리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공 : 촛불 든 사람은 계속 광장에서 촛불 들고, 태극기 흔드는 사람은 계속 거리에서 태극기 흔들라는 말씀인가요?

김 : (단호한 어조로) 그렇게 이분법적인 편 가르기에 저는 절대 찬동할 수가 없습니다. 태극기 흔드는 시민들 가운데에는 건전한 애국심에 기초해 우리나라의 발전에 기여해온 분들이 많습니다. 마찬가지로,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을 모조리 급진좌파로 몰아붙여서도 안 됩니다. 언론은 나라와 국민을 태극기 부대와 촛불 시위대로 가르고 나누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한 단순한 이분법이 우리 사회를 자꾸만 분열시키기 때문입니다. 저는 공희준 위원님 같은 분들이 그러한 이분법을 추종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사회적 갈등으로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불필요하게 소모해왔습니다. 최근에는 그나마 지역주의로부터 비롯된 갈등은 상당히 완화되었습니다. 그러나 세대 간의 갈등 해소는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게다가 이데올로기적 갈등의 해결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저는 사회를 태극기와 촛불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로부터 우리들이라도 빨리 벗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대권도전? 아직은 역량이 달린다

김성원 대변인은 1973년생이다. 그는 큰 그림을 그리려 나서기엔 아직은 이르다고 말했다. (사진 김한주 기자)

공 :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은 ‘40대 기수론’을 내세우며 40대에 대권 도전에 나섰습니다. 두 사람의 진취적 발상과 발 빠른 행보는 세칭 요정정치의 수준에 머물던 한국정치를 명실상부한 대중정치의 시대로 한 단계 격상시켰습니다. 사실, 40대 정치인의 대권 도전은 얼마 후만 줄줄이 단체로 환갑잔치 치르게 될 86세대가 주도하는 한국에서만 파격일 뿐이지, 다른 나라들에서는 별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대변인님께서는 내년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하실 경우 과감하게 대권 도전을 선언할 의향을 갖고 계신가요? 대변인님의 대권 도전 선언이 위축되고 주눅 든 우리나라 40대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면서, 이제는 정치도 바야흐로 수도권 시대에 진입했음을 천명할 수 있는 까닭에서입니다.

김 : 저는 제가 무엇이 되겠다는 야심과 포부를 생각하기에 앞서서 우리나라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를 고민해왔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이 전 세계와 함께 호흡하는 방향으로 나야가야만 한다고 확신합니다. (다소 조심스러운 말투로) 저는 대한민국이 성공적 세계화를 이루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기에는 제 역량이 아직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한민국이 성공적 세계화를 이룩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려고 준비하는 사람들이 어딘가에 많이 있을 것이라 봅니다. 제 스스로가 저를 판단했을 때 대권 도전에 나설 역량은 아직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공 : 시기적으로 이르다는 뜻인가요?

김 : 역량이 안 됩니다. (웃음)

공 : 마지막 질문에 도달해 의외로 소심한 답변을 주셨네요. (웃음) 의정 활동에 더해 대변인 활동으로 바쁘신 중에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 : 공격적 답변까지도 진지하게 경청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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