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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계현① “김현미 장관이 고발당하니 국토교통부 움직여” -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소비자운동을 지향해
  • 기사등록 2019-12-10 16:2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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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운동은 소비자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한다는 측면에서는 매우 온건하고 타협적인 개량주의적 활동으로 대중의 시선에 비칠 수가 있다. 사고파는 물건인 상품의 존재를 일단은 인정하고 들어가는 연유에서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놓인 기업들의 영리추구 활동을 정면으로 조준한다는 점에서 소비자운동은 아주 급진적이고 과격한 운동으로 평가될 수도 있다.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은 대한민국 시민사회운동의 산증인과도 같은 인물이다. 그는 파릇한 청년 시절부터 지천명의 나이를 훌쩍 넘은 지금까지 시민사회단체의 울타리만을 견결히 지켜왔다. 그러한 선택의 결과로 말미암아 남들이 의원이 되고 장관이 되며, 청와대 수석이 되고 심지어 대도시 시장이 되어 대권주자의 반열에 오를 때 그의 직함은 처장에서 총장으로 느릿느릿하게 변화해왔다. 시민사회의 오래된 느티나무 고계현 총장을 만나 4차 산업혁명의 격랑에 휩싸인 한국경제에서 작게는 소비자운동 부문이, 크게는 시민운동 전체가 지켜야만 할 가치와 지향해야 할 역할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봤다. 인터뷰는 2019년 12월 9일 월요일 오후, 서울지하철 3호선 안국역 근처에 위치한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의 고계현 총장 사무실 안에서 진행되었다. 사진 촬영과 편집은 김한주 사진전문기자가 맡아주었다.

공희준(이하 공) : 우리나라에서 소비자운동의 역사는 이제는 짧다고 보기 어려운 시점에 이미 도달했습니다. 기존의 여러 소비자운동 단체들과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활동내용과 조직구성의 관점에서 어떠한 차별성을 띠고 있는지 말씀해주십시오.


한국의 소비자운동은 관주도의 역사


고계현 사무총장은 시장의 3대 주체인 정부와 기업, 그리고 소비자 사이의 대등한 관계가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고계현(이하 고) : 우리나라 소비자운동의 역사는 박정희 정권이 주도하던 개발독재 시대인 1970년대 초에 시작되었습니다. 따라서 시민사회의 자발적 활동들보다는 고도경제성장 시기에 정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작업들이 그 효시를 이뤘습니다.


공 :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인가요?


고 : 대표적으로 저축장려운동이 있습니다. 관치금융이 당연시되는 시절이었기 때문입니다. 민간에서 저금을 많이 해줘야 금융의 안정성이 높아질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니 물자 절약하고, 소비 억제하는 게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적 행동인 것처럼 인식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계도활동을 당국에서만 벌이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따르기 마련이었습니다. 정부가 생각하기에 민간의 협력이 요구됐던 배경입니다. 박정희 시대의 소비자운동은 정부의 지원을 받는 관변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주로 전개되었습니다. 한국의 소비자운동이 주부 대상의 관주도 방식으로 태동된 사실을 부인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우리나라의 소비자운동은 1980년대까지도 정부의 지원을 받는 계도운동 양상을 계속 띠어왔습니다. 정부에서 직접 처리하기 곤란하거나 부담스러운 일들을 대리로 수행하면서 관의 지원을 받는 형태였습니다. 필요할 경우에는 정부와 수시로 긴밀하게 협의하기도 했었습니다.


시장의 감독자인 정부, 시장의 주요 생산주체인 기업, 그리고 소비의 주역인 소비자 3자가 고루 균등하게 서로 감시하고 견제하며 역할과 책임을 나눠가져야만 시장의 건강성이 확보될 수 있습니다. 한국경제의 경쟁력 역시 제고될 수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초중반에 이르는 개발독재 시기에는 시대적 특수성으로 말미암아 정부, 기업, 소비자 사이에 대등하고 독립적인 관계가 형성되지를 못했습니다. 이때는 정부와 기업이 유착된 구조에 기초해 경제가 발전했습니다.


그로 인해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가 완전히 배제되고 말았습니다. 정부는 수출기업들을 밀어주는 데만 관심이 있었을 뿐입니다. 반면에 내수시장의 국내 소비자들은 부당한 희생과 피해를 오랫동안 감내해야만 했습니다. 이와 같은 경향의 흔적은 현재에도 남아 있습니다.


소비자 주권의 요체는 참여와 자발성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은 소비자들의 권익을 강력히 주창하는 활동방식을 채택해왔다고 말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소비자 주권의 원칙과 기준을 다시금 환기시키는 활동에 역점을 두어왔습니다. 소비자, 기업, 정부 3자 간의 역할을 시대의 흐름에 걸맞은 방향으로 재설정하는 게 저희의 목표이자 지향점입니다.


오늘날, 관건은 소비자와 기업의 관계에 있습니다. 소비자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관계는 바람직하지도 않거니와 더 이상은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양자의 관계는 진정으로 대등한 동반자 관계로 발전하고 성숙해야 합니다. 그러자면 재화와 용역의 생산자로서의 기업의 역할이 제대로 정립될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러한 정립 작업과 소비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일은 동전의 양면처럼 동시에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경제의 체질이 더욱더 튼튼해질 수 있다는 것이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출범 취지입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문제의식의 출발지점 자체부터가 여느 소비자운동 단체들과는 확연히 다른 셈입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의 운동방식은 강력한 주창(Advocacy)을 그 기조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시장을 기만하고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말 것을 기업들을 향해 단호히 촉구해왔습니다. 소비자들의 주권 보장과 증진을 위해 필요할 경우에는 법정 소송도 불사했습니다.


강력한 주창형 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려면 조직의 활동이 몇몇 명망가나 소수의 활동가들에게만 의지해서는 안 됩니다. 저희는 소비의 주체인 평범한 일반 소비자들께서 저희 단체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운동에 참여하실 수 있도록 기존의 소비자운동들과는 차별화된 방식에 입각해 다양한 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저희는 운동의 시작점과 사명에서의 차별화를 꾀한 것만큼이나 조직형태에서도 종래의 다른 소비자운동과 구별되기 위해 폭넓은 고민을 해왔습니다. 왜냐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일반 회원이나 대다수 소비자들의 참여를 매우 중요하고도 필수적인 요소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애플의 꼼수와 국토교통부의 무책임


고계현 총장은 장관이 고발당해야 뒤늦게 소비자 보호책을 실시하는 국토교통부의 안일함을 맹렬히 질타했다.

공 : 저는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창립된 것이 몇 해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굵직굵직한 운동들을 기획하고 실천해왔다고 들었습니다. 광범위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시켰던, 소비자주권시민회의만의 성과 또는 쾌거로 표현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면 이 자리에서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고 :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2017년 9월에 출범했습니다. 햇수로는 창립 3년째이고, 만으로는 발족한 지 2년 3개월 정도가 되었습니다. 창립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은 2018년 1월 초에 저희가 애플을 상대로 아이폰 집단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아이폰은 충전기능에서 취약성을 드러내왔습니다. 그러자 애플사는 아이폰 사용자들의 동의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제품의 다운그레이드(Downgrade)를 강행했습니다. 아이폰의 운영체제인 ‘IOS’의 성능을 일부러 저하시켰습니다. 충전지의 수명을 늘리는 대신에 휴대전화기의 성능을 의도적으로 떨어뜨리는 꼼수와 편법을 대응책으로 택한 것입니다.


공 : 윈도우즈 환경에서 돌아가면 전기세 많이 나온다며 컴퓨터를 도스 시절로 강제로 역주행시킨 셈이네요.


고 : 그렇습니다. 과다한 전력소모를 구실로 제품의 기능을 제조사 측에서 고객들의 허락도 없이 약화시켰습니다. 제품이 다운그레이드가 됐으니 어떤 사태가 빚어졌겠습니까? 기기가 돌아가는 속도가 전반적으로 느려졌습니다. 인터넷 연결이 중간에 끊기는 일은 다반사가 됐습니다. 참을 수 없는 아이폰의 불편함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 가득 찬 아우성이 폭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공 : 사용자 입장에서는 엄청 짜증나는 노릇입니다.


고 : 게다가 스마트폰에 설치한 각종 애플리케이션들이 구동되는 데 필요한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졌습니다.


공 : 시간이 돈인 세상에서 적지 않은 금전적 손실이 애플 때문에 초래됐네요.


고 : 애플은 자사의 히트 상품인 아이폰의 기계적 결함이 야기한 손해와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하려고 들었습니다. 저희는 350명 정도 되는 아이폰 사용자들의 참여 아래 이와 관련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애플을 상대로 진행해왔습니다.


공 : 사람들이 들으면 금방 알 수 있는 다른 일도 또 있지 않나요?


고 : 자동차에서 사용하는 안전장치인 에어백 중에서 ‘다카타 에어백’이라는 제품이 있습니다.


공 : 다카타 에어백이요?


고 : 예. 에어백은 자동차가 충돌 시에 탑승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주는 굉장히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 장치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에게 개발한 에어백이 제조과정상의 오류 탓으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에어백이 작동하는 것에 더해서 금속제 연결고리까지 차량 탑승자의 몸 쪽으로 무서운 속도로 튀어나왔습니다.


고 : 그건 그야말로 흉기 아닌가요?


고 : 예, 흉기와 다름이 없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것이 원인이 되어 실제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여럿 생겨났습니다. 그러자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한 전 세계 여러 나라들에서 이 다카타 에어백에 대한 제품회수(Recall) 조치에 즉시 착수했습니다. 치명적 불량품을 판매한 해당 제조사는 그에 따른 집단소송의 직격탄을 맞고서 결국에는 도산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만은 유독 예외였습니다. 작년 중반기 시점까지도 특별한 제품회수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습니다. 다카타 에어백을 장착한 외제 차량들이 우리나라에서는 대략 12만대 가량이 굴러다니고 있었습니다. 국내 자동차 회사들은 다카타 에어백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다른 제품으로 이를 교체했습니다. 문제는 방금 말씀드린 바대로 수입 자동차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문재인 정부 아래서 김현미 장관이 이끌어온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에서 철저하게 무능을 드러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필자는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국토교통부가 국토와 관련된 일과 더불어 교통에 관계된 사안에서도 역시나 무능하다는 사실을 새롭게 확인하였다. 현재의 국토교통부는 가히 무능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고 : 우리나라 국토부는 다카타 에어백 장착 수입 자동차들에 대한 자발적 제품회수 조치를 황당하게도 거부했습니다. 그러한 리콜은 심지어 중국에서조차 실시된 안전대책이었습니다. 국토부가 꿈쩍하지 않는 데 분노한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서는 마침내는 김현미 장관을 직무유기로 급기야 고발까지 했습니다.


공 : 김현미 장관께서 어쩔 수 없이 반응을 보이셨겠네요?


김 : 고발한 다음날 다카타 에어백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리콜조치가 긴급히 이뤄졌습니다. 


공 : 정말 대단한 분이십니다. 어차피 나중에 선거에 나오셔야 되니까요. (웃음)


고 : 고발을 당하자마자 갑자기 벼락같이 움직이셨습니다. (웃음)


고계현 총장의 조금은 씁쓸하고 겸연쩍은 경험함을 듣고 나니 필자는 강용석 변호사 일행 같은 ‘직업이 고소고발인 사람들’이 문재인 정권 등장을 계기로 마치 물 만난 고기들처럼 신나게 설쳐대는 까닭을 비로소 확실히 이해할 수가 있었다. (②편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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