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구조가 경제 활성화의 한계 요인

[뉴스케이프 정석동 기자]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위원장이 집권 이후 나름대로 꾸준히 추진해온 경제개혁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등 국제사회의 엄격한 대북 제재로 한계에 봉착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할아버지 김일성, 아버지 김정일이 강조해 사용해온 ‘자력갱생’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011년 말 집권 이후 9년째를 맞이하고 있으나, 경제 활성화와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으며, 새로운 경제 정책을 단계적으로 이행해왔다. 특히 이른바 ‘사회주의 경제 체제’운영을 위한 개혁조치를 내놓았다는 점이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동안에 걸친 “김정은표 경제개혁”의 특징은 “사회주의 기업책임 관리제”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자본, 기술, 노동의 결합체라고 할 수 있는 경제의 속성을 사회주의라는 틀에 집어넣은 것이 특징이다. 대체적으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경제 체제는 중앙통제경제로서 경제 활성화를 가져 오지 못한 역사적인 많은 사례들이 많다. 

김정은표 경제개혁인 “사회주의 기업책임 관리제”의 핵심은 “국가나 협동조합이 소유하고 있는 국영기업이나 협동농장의 생산을 활성화하기 위해 관리운영 방법을 개혁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 당국은 ‘기업소법, 수산법, 농장법’ 등 여러 법률을 제정해왔다. 

이 관리제는 공업과 기업소, 협동단체 등에 권한을 부여해, 스스로의 책임아래 경영 활동을 주체적으로 행사하도록 하는 방식을 말한다. 민주적, 자본주의 기업 경영 방식을 어느 정도 도입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치체제, 사회주의 사상에 깃든 소비 주체인 국민들의 의식, 비정상적인 소비의 장인 시장의 부재, 이른바 고위 간부들의 부정과 부패의 만연한 사회에서는 자유민주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경영 성과를 얻을 수 없는 사회구조적 한계에 놓여 있다. 

김정은표 경제개혁의 이 관리제는 생산과 분배에 관한 국가의 권한을 현장의 기업소로 대폭 이양해 생산 활동을 활성화하고, 생산성을 높여보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사회주의 책임관리제”는 공업, 상업 등 기업소에서는 “사회주의 기업 책임관리제”, 협동농장이나 국영농장 등 농업 부문에서는 “농장 책임관리제”의 형태로 실시되고 있다. 주목할 것은 ‘농장 책임관리제’를 실행하기 위해서 도입된 것이 “포전 담당 책임제”이다. 

즉, 5명 이하의 노동단위를 조직해, 해당 단위에서 수확된 곡물 중 국가에 할당된 일정량을 제외한 나머지는 해당 단위에서 분배한다는 취지이다. 이 같은 제도는 중국에서는 매우 오래전부터 실시해온 제도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추진할 “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내놓고 지금까지 달려왔다.

연료와 원료, 설비의 국산화 등을 간조하며, 수입 대체산업의 육성을 진행 ‘자급자족형 경제’를 지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왔다. 석유화학을 석탄화학으로 대체하기 위한 ‘탄소하나화학공업’ 건립, 코크스를 사용하지 않는 제철 생산 공정인 ‘주제철’ 개발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물론 품질 측면에서, 그리고 지속적인 공급 가능성 측면에서 분명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또 김정은의 의지가 듬뿍 들어간 주체경제, 자력갱생 경제에 따른 ‘국산화’ 움직임은 경공업, 중공업 부문에서도 추진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2019년 말 조선노동당 제 7기 제 5차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자립 경제를 떠받드는 주요 공업 부문들에서부터 겹쌓인 난관을 ‘정면돌파’하고 실제적인 생산적 아양을 일으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의 이 같은 강조점은 사실상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의한 경제 활성화의 어려움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어 “자력갱생의 위력으로 적들의 제재 봉쇄 책동을 총파탄시키기 위한 정면돌파전에 매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실질적으로 북한에는 제대로 된 국영산업이 거의 없다. 대부분 물자를 중국에 의존하는 북한에서는 자력갱생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일부분에 대해서는 국산화를 이루고 있지만, 원료, 연료, 소재부터 최종 제품에 이르기 까지 라인업이 되어 있지 않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 샌디애이고 대학의 스테판 해거드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제 7기 제 5차 전원회의에서 농업 상황 등에 대해 너무 과장되게 장밋빛을 그렸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김정은표 경제 개혁은 경제의 자유화가아니라 부족한 상태에서 어떻게 살아남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좀 과장되게 표현하면 ‘무(無)에서 유(有)를 창출해 내야만 하는 생존의 위기라는 설명이다. 

또 조지타운대 윌리엄 브라운 교수도 글로벌 체인(global chain)시대인 현대사회에서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려는 것은 매우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경제는 의지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김정은이 말하는 ’자력갱생‘은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 더욱 더 실현시키기 어려운 과제임이 틀림없다. 

따라서 대북제제 완화 혹은 해제만이 북한의 자력갱생도 활기를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지난해 2월 말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김정은은 영변 핵시설 파괴를 내어놓으면서 대북제재의 해제를 강력히 요구했으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내문제가 심각해지자 회담 자체를 결렬시켜버리는 통에 김정은은 60시간 이상을 기차를 타고 빈손 귀국을 할 수밖에 없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의 완화 혹은 해제만이 경제 부흥으로 가는 첫걸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1990년대 중반의 ‘고난의 행군’시절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처절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설령 제재가 완화되더라도 사회주의식 중앙통제경제를 유지하면서 일부 ‘포전 담당 책임제’ 등만으로는 경제 활성화는 어렵다. 대대적인 경제 개혁이 수반되지 않으면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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