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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46일째, 문중원 기수는 아직 말에서 내려오지 못했다 - “‘이겨야 산다’ 무한경쟁 체제에 기수와 말관리사 7명 죽음 내몰아”
  • 기사등록 2020-01-13 17: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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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 부조리 운영을 비판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문중원 기수의 아버지(앞 우측) 문군옥 씨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3일 정부의 문제해결을 촉구하며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김한주 기자) [뉴스케이프=강우영 기자] 13일 오후 3시 한국마사회 부조리 등을 비판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문중원 기수의 유족과 시민대책위가 정부의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가두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문중원을 살려내라’ ‘정부가 책임져라’ 손팻말을 들고 같은 구호를 외치며 헛상여를 들고 청와대로 향했다. 


이날로 문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지 46일째가 됐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지난 9일부터 서울정부청사 앞에 시민분향소를 차리고 고인의 죽음에 대한 한국마사회의 공식 사과와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제도 개선 등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있다. 


문씨는 지난해 11월 29일 마사회의 권한 남용 등 부조리를 알리는 세 장 짜리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유서에는 조교사의 부당한 지시에 따라야 하는 현실, 마사회의 권한 남용 등 여러 문제들을 폭로했다. 유가족들은 문 기수가 남긴 유서 내용을 개선해 추후 유사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제도개선을 마사회에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데 있다. 문씨가 일했던 부산경마공원에서만 2004년 개장 이후 기수 4명과 말 관리사 3명 등 모두 7명이 목숨을 끊었다. 2005년 이명희 기수, 2010년 3월 박진희 기수, 2011년 박용석 말 관리사, 2017년엔 박경근·이현준 말 관리사, 작년엔 조성곤 기수와 문중원 기수가 그들이다. 


“한국 경마, 무한 경쟁시스템” “친분 없으면 마방 배정도 어려워”


"죽음의 경주를 멈춰라" 한국마사회 부조리 운영을 비판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문중원 기수의 진상규명과 문제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시민단체 회원들이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김한주 기자) 

이들 죽음의 원인을 파악하려면, 한국 경마 시스템을 확인해야 한다. 한국의 경마는 마사회가 마주와 경주마 출주 계약을 맺은 뒤 마주가 조교사와 경주마 위탁계약을 맺고, 마사회는 조교사에게 면허를 교부한 뒤 마방(말을 훈련하고 관리하는 공간)을 임대한다. 이후 조교사가 기수, 말관리사와 각각 기승계약과 고용계약을 맺고 마방에서 말을 관리하면서 말을 경주에 출전시키는 구조다. 


특히 부산경남경마공원은 개장 때부터 ‘선진경마’라는 경쟁시스템을 도입해 경마순위에 따라 기수와 말관리사의 임금을 결정했다. 조교사가 기수나 마필관리사의 임금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보니 조교사의 불합리한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울·제주·부산·경남경마공원 중 유독 부산경남에서 죽음이 잇따른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 상임활동가 “임금에 경쟁성상금 비중이 높아서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서에서 감독에 해당하는 조교사의 부당한 지시에 대해 이야기했다”며 “사실상 승부조작을 요구하는 것인데, 기수들이 이것을 거부하면 말을 태우지 않거나 병든 말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조교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결국 생계 유지가 어려워 부당한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문씨는 이런 현실을 바꾸려고 스스로 조교사 자격증도 따고, 해외연수도 다녀왔지만 높은 분들에게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마사회가 마방을 대여해주지 않았다.


한편 한국마사회는 김낙순 회장과 유재길 민주노총 부위원장의 면담을 통해 고(故) 문중원 기수 사태 해결을 위해 공공운수노조와의 협의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10일 밝혔다.


마사회는 공공운수노조가 제시한 4가지 사항(진상조사,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마련, 유족위로)에 대한 세부 협의를 위해 전담팀 구성에 돌입했으며, 협의는 오는 13일부터 본격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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