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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지도부의 흔들리는 정통성 -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에 분노하는 이란 국민
  • 기사등록 2020-01-13 19: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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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이니에게는 임기는 없고 이란·이슬람 공화국을 수립한 호메이니가 1989년에 사망한 이후 최고지도자의 지위에 올라 지금까지 군림하고 있다.(그래픽=뉴스케이프)우크라이나 국제항공 여객기 격추에 대한 대응에 이란 국내에서 분노가 확산돼 이란의 이슬람 정권이 정통성 위기에 직면해 있다.


여객기 격추는 이란이 미사일을 오발한 것이 원인이었으나, 이란 군이 격추를 인정하기까지 3일이나 걸렸다.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이란혁명수비대의 정예군인 쿠드스군(Quds Force : 아랍어로 ‘예루살렘’이라는 뜻)의 카셈 솔리이마니(Qassem Soleimani)사령관이 미군의 MQ-9 리퍼 드론(drone)의 공습에 의해 살해된 이후, 이란에서는 국내에 반미운동 등 일체감이 퍼지고 있었다.


그러나 여객기 격추를 둘러싸고 국내외에서 비판이 강해지는 가운데, 반미운동에 따른 국민적 일체감이 사라져 가고 있다. 오히려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에 전국 규모로 행해져 왔던 반정부 시위가 도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일 새벽에 격추당한 우크라이나 국제항공(UIA)여객기를 둘러싸고 미국과 캐나다가 빠른 단계에서 이란에 의한 미사일 발사가 원인이라는 결정적 증거인 ‘스모킹 건’인 영상을 내보이자 SNS 상에서는 이란 지도부에 대한 격렬한 비판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이번 여객기 격추로 캐나다인 57명을 비롯 탑승객 176명 전원이 목숨을 잃었다. 


지금의 이 같은 상황은 2월에 있을 이란 국회의원 선거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선거 결과가 정책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란 지도부는 정권의 정통성을 주장하면서 그동안 높은 투표율에 다수 의석 확보를 목표로 세워왔다. 


지난해 11월 반정부 시위로 수백 명이 사망한 이후 지도부는 이란 국민들의 불만이 커져왔다. 미 국무부는 지난해 반정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사망자가 1500명은 될 것이라고 발표한 적이 있다. 


이란 일부 국민들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퇴진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란의 고위 당국자는 “이란 지도부에게는 지금이 매우 민감한 시기이다. 심각한 신뢰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진실을 숨겼을 뿐만 아니라 사태에 대한 대응을 잘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이란 정권은 자신들의 권력에 대한 도전을 물리쳐 왔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반정부 시위 활동으로 현 정권과 이란 국민들 사이에 골이 깊어져 가고 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다니엘 바이먼 수석연구원은 “정권 지도부에 단기적인 상처가 될것‘이라고 지적하고, ”미국과의 대립이 이번에 높아지기 전부터 안고 있던 정치 경제적인 문제에 의한 부담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독재자에게 죽음을...


트위터에 올려 진 동영상은 시위 참가자가 테헤란에서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치는 영상을 담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지칭한 것이라고 이라ᅟᅥᆫ 국영통신사는 이 같은 항의 활동이 벌어진 것이 사실이라고 보도했다. 


이란혁명수비대는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에 대한 사과 성명을 내고, 높은 경계태세 속에서 방공시스템이 잘못 발사했다고 설명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 살해 보복으로 이라크 영내의 두 곳의 미군기지(아인 알 아사드와 에르빌에 위치)에 탄도미사일로 공격한 이란은 미국의 반격에 대비하고 있었다.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란의 한 강경파 정권 관계자는 여객기 오발을 지도부와 혁명수비대에 대한 정치적 공격 소재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엄격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매우 민감한 시기이다. 모두들 신경질적인 상태이다.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가 국가를 지키기 위해 일해 온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 국민들의 반응과는 사뭇 다른 발언이다. 


그러나 선거에서의 높은 투표율이 이슬람 지배의 정통성을 증명한다고 밝혀온 하메네이는 국민이 정권을 그다지 지지하지 않는 것을 목격할지도 모른다. 


테헤란의 한 대학생인 헤산 간바리(Hesham Ghanbari. 27)는 “왜 이 정권에 투표를 해야 하는가 ? 그들을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 여객기 격추로 거짓말을 했다”면서 “저쪽(정권)이 국민을 신뢰하지 않고, 진실을 말하지 않는데, 이쪽(국민)이 그들을 믿을 리가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18년 미국이 이란 핵 합의에서 빠져나간 이후 이란은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제재 아래 경제적인 어려움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주요 수입원인 석유수출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지지층의 반정부 시위활동


우크라이나 여객기의 격추라는 비극이 잊혀지는 일이 없을 것이며, 경제 제재뿐만 아니라 국내로부터 압력을 받는 국민이 이 비극을 극복하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는 것이 영국 왕립 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 측은 지적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현 이란 지도부의 통치에 커다란 결함이 있음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8년간에 걸친 이라크와의 전쟁 등 이란의 이슬람 정권은 과거에 더 심각한 상황을 극복해왔다. 그러나 기름 값 인상을 계기로 발생한 지난해 11월의 시위에서 맨 먼저 거리에 나온 것은 지금까지 정부의 선량한 원조를 누려온 빈곤층, 하류층이라는 반석 같은 정권 지지자들이었다.


항의의 목소리는 곧 정치적인 것으로 바뀌었고, 그들은 지도부의 퇴진을 요구했고, 이에 당국이 엄격하게 시위자들을 단속했다.


* 다시 국민을 죽였다


사고였는지의 여부에 관계없이, 이란 군부가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격추한 것이 밝혀진 것은 이란 정권에 있어서 새로운 타격이 아닐 수 없다. 탑승객 대부분은 이란 국적도 보유하고 있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이란 국민들의 분노의 소리로 넘쳐났다. 이란 정부가 유족을 위로하기보다 격추의 책임을 부정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는 내용의 댓글이 훨씬 더 많았다.


미국 외교문제평의회(CFR)의 시니어 펠로인 레이 타케이는 “국민에게는 충격이었다. 정권은 또다시 거칠게 국민을 죽였다”면서 “솔레이마니 사령관 살해가 국민을 단결시켰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오는 2월 21일은 이란 의회 선거와 병행해 전문가 회의의 멤버도 뽑는다. 이슬람 법학자로 구성된 이 기관은 80세가 되는 하메이니의 후계자를 모두 선출하는 임무를 맡는다.


하메이니에게는 임기는 없고 이란·이슬람 공화국을 수립한 호메이니가 1989년에 사망한 이후 최고지도자의 지위에 올라 지금까지 군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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