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서 정권의 공영방송 낙하산 인사는 하고 싶어도 못해

[뉴스케이프 공희준 기자] 보수 유튜버들, 기본적 사실(Fact)조차 무시해

김용민 PD는 해석엔 진보와 보수가 있어도, 사실 즉 팩트에는 진보와 보수가 없다고 말했다. (사진 박진선 기자)

김용민(이하 김) : 극우 유튜브 방송들에는 명료한 한계가 존재합니다.

공희준(이하 공) : 어떠한 한계점인가요?

김 : 거기에서는 ‘가짜 뉴스(Fake News)’가 심각하게 판을 치고 있습니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의 가족들에 관한 터무니없는 가짜 뉴스들마저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습니다.

공 : 그쪽에서는 되레 진보들이 가짜 뉴스의 진원지라고 주장합니다.

김 : (격앙된 목소리로) 진보가 도대체 어떤 가짜 뉴스를 양산했다고 하는지 구체적 근거를 대보라고 저는 저들 극우 유튜버들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가짜 뉴스를 제조하는 진보 언론인이, 진보 유튜버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당장 퇴출돼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공 : 그럼 제가 진보 유튜버와 보수 유튜버가 정정당당하게 자웅을 겨루는 「유튜브 사망유희」를 흥행의 마법사 돈 킹 같은 객관적 프로모터 입장에서 진짜로 개최해보겠습니다. (웃음)

김 : 사망유희? 으하하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논객으로서의 생명을 걸고 논쟁에 임했던 「사망유희 토론배틀」 이야기가 나오자 김용민 PD는 특유의 너털웃음을 시원하게 터트렸다. 진중권이 변희재에게 뜻밖에 일패도지했던 기억이 아마도 그에게 잠시나마 즐거움을 안겨줬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공 : 대신에 전제조건이 한 가지 있습니다. 행사의 수익금은 주최 측인 제가 전액 챙겨갈 작정입니다. (일동 웃음)

김 : (조금 쉬었다가) 사실의 영역과 의견의 영역은 엄밀하고 명확하게 구분돼야만 합니다. 진보적 사실이, 보수적 사실이 따로 있을 수도 없거니와 따로 있어서도 안 됩니다. 물론 동일한 사실, 이를테면 똑같은 통계와 수치를 둘러싸고 해석이 다양할 수는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확언할 수 있는 부분은 사실을 다루는 역량과 태도에서 우리나라의 보수들이 현격하게 그 수준이 떨어진다는 대목입니다. 그들은 있는 얘기를 부풀리는 행동만으로는 부족한지, 아예 없는 이야기를 거짓으로 지어내기까지 합니다. 작년 자료를 금년 자료로 둔갑시키는 짓쯤은 일도 아닌 상황입니다.

유튜브에서는 진영과 지향성을 구태여 감추고 숨길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거짓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불문율만은 철저히 준수돼야 합니다. 인간은 실수를 범할 수 있습니다. 사실에 위배되는 틀린 얘기를 의도치 않게 내뱉을 수도 있습니다. 고의가 아닌 실수로 사실과 다른 말을 했다면 즉시 사과하고 잘못 나간 얘기를 너무 늦기 전에 확실히 바로잡아야 합니다. 이건 이념과 정파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해당되는 원칙입니다.

특정 정권의 방송 장악, 이제는 불가능하다

공 : 공중파 방송이 몰락한 사태에는 방송계 종사자들의 역량 부족도 있지만, 방금 전 대화에서 논의된 것처럼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의 역할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이 새로운 매체의 주도권을 현재 시점에는 보수로 불리는 사람들이 확고하게 장악하고 있습니다. 보수세력이 유튜브에서 기염을 토하며 득세하는 현상은 진보진영이 지상파 방송의 권력을 되찾았다는 승리감에 도취된 나머지 현상 유지에만 타성적으로 만족한 탓이 아닐까요? 지상파 방송이 ‘우리 세상’이 됐으니 더 이상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요.

김 : 공중파 방송이 어떻게 저희들 세상일 수가 있겠어요. 김어준 총수나 저에게 무슨 권력이 있어서 제작이건, 편성이건 방송을 좌지우지할 수가 있겠습니까? 외부에서 오해하는 것과는 다르게 이런 일은 더 이상 가능하지가 않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에 한국방송이 저를 진행자로 발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제가 여당과 가까워서? 천만의 말씀입니다. 저는 이병순 사장 체제가 들어서기 전부터 이미 KBS에서 방송을 하고 있었습니다.

공 : 이병순 사장은 어떤 사람인가요?

김 : 이명박 정권은 집권하기 바쁘게 정연주 사장을 KBS 사장직에서 몰아냈습니다. 정연주 사장을 쫓아낸 자리에 후임으로 들어앉은 주인공이 이병순 사장이었습니다. 저는 이병순 씨가 한국방송 사장에 취임하자마자 곧바로 마이크를 빼앗겼습니다. 그때 저와 함께 일했던 분들은 지방으로 좌천되거나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없는 부서로 발령이 났습니다.

제가 KBS에서 방송을 했을 때 잘한다는 평가를 들었으면 들었지, 못한다는 소리를 들은 적은 거의 없습니다. 저는 경험과 실력을 인정받아 KBS에 다시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방송국 관계자들에게 “내가 정권창출의 공신인데…” 식으로 목에 힘주고 오만하게 유세하고 다닌 덕분에 한국방송으로 복귀해 마이크를 잡게 된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필자는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다. 김용민 PD는 문재인 정부의 지지자로 분류되지 않는 필자에게 자신이 그동안 느껴온 억울한 감정을 마음껏 풀어놓고 싶은 눈치였다. 김용민과 정치적 코드가 백 프로 합치되는 이들에게 괴로운 심경을 토로한다면 또다시 자기들끼리의 위로와 격려에 그칠 것이 뻔하고, 그와 정치적으로 견원지간의 관계에 위치한 이들은 김용민 PD의 애끊는 호소에 처음부터 냉담하게 귀를 틀어막을 게 분명한 연유에서일 터이다.

제가 방송국 사람들을 상대로 “내가 누군지 알아!”라고 윽박질러 프로그램 진행자 역할을 꿰찬다는 게 형님께서는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그분들이 얼마나 자긍심이 강하고 콧대가 높은지는 겪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저를 기용한다고 하니 방송사 일각에서 격렬한 반발이 일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이뤄낸 방송 민주화인데 겨우 김용민 따위를 데려오느냐?”고 부글부글 끓었다고 합니다.

공 : 그러고 보니 그분들은 방송사의 늘공이시네요?

김 : 박근혜 정권이 임명을 강행한 고대영 사장을 축출한 주역들이 다름 아닌 방송사의 늘공들입니다. 그렇지만 그분들 중에는 제가 이명박 정권에 의해 강제하차당하기 전에 방송을 얼마나 재밌게 했는지를 잘 모르시는 분이 몇 명 계시는 것 같았습니다.

공 : 제가 솔직하게 주저 없이 인정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제가 방송 부적합 캐릭터라는 사실입니다.

김 : 형님이 얼마나 재밌는 인물인데…. (웃음)

공 : 제가 방송사 최고 의사결정권자였으면 설령 저와 정치적 코드가 다를지언정 시청자와 청취자를 몰고 다니는 인물이면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무조건 영입합니다. 이념과 사상이 방송국에 돈 벌어다주나요? 시청률 높여주고, 청취율 끌어올리면 그게 장땡이지! 제가 공영방송사의 사장이면 김어준 또는 김용민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욕하면서도 시청하거나 혹은 청취할 듯합니다.

김 : 그런 맥락과 견지에서 바라봐주시면 저희가 왜 방송에 자주 나오는지 쉽사리 납득이 되실 겁니다. 방송계 출신 인사로 문재인 정부 탄생에 기여했다고 해서 모두가 프로그램 진행을 맡고, 전부 다 고정 출연자로 발탁되지는 않았습니다. KBS이건 MBC이건 TBS이건 누구를 섭외하고, 누구를 출연시킬지에 관한 최종 권한은 방송국 내부 인원들이 쥐고 있습니다. 방송국 관계자들의 의사를 묵살하고 특정인을 내리꽂는다? 한마디로 불가능합니다.

이명박근혜 정부에서는 어땠을지 몰라도 지금의 문재인 정부에서는 권력이 방송을 쥐락펴락하는 행위는 있을 수 없는 처사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KBS 사장을 하지, 답답한 녹음실에 앉아서 라디오 진행을 하고 있겠어요?

라디오 방송은 나의 천직

김용민 PD는 그의 역량을 먼저 인정해준 곳이 KBS가 아닌 SBS였음을 환기시켰다. (이미지 : 서울방송 홈페이지)

공 : 저도 실은 심심풀이 땅콩 삼아 김어준 총수를 종종 씹고 있기는 한데, 몹시 의아하기는 합니다. 총수가 왜 지상파 방송국 사장을 하지 못하는지. 어차피 이래저래 욕먹는 것, 이왕이면 으리으리하게 사장 노릇 하면서 손가락질당하는 편이 낫지 않겠어요?

김 : (진지한 음성으로) 현재의 문재인 대통령을 드러내놓고 앞장서서 지지했던 사람들은 막상 공영방송 사장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지난 정부 당시에는 한나라당 이명박 전 대통령의 특보를 지냈던 김인규 씨가 KBS 사장에 떡하니 취임했습니다. 김인규 씨처럼 MB의 특보를 역임했던 구본홍 씨는 YTN의 사장 자리에 앉았습니다. 현재의 문재인 정부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들이었습니다.

공 :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청와대와 행정부에서 방송에 직접적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힘들다는 말씀인가요?

김 : 만약에 그렇게 한다면 야당과 언론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청와대 내부 인사 문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조차 언론과 야당이 수시로 들고 일어나는데, 방송국 인사를 정부가 자의적으로 밀어붙일 수가 있겠습니까? 그랬다가는 내부고발 때문에 골치 아픈 사태로 이어질 텐데요. 청와대에서 방송국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누구를 MC로 기용하라고, 누구를 출연진에서 제외하라고 압박하고 종용하는 건 이제는 꿈도 꿀 수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현재는 진짜 돈과 출세가 목적이라면 유튜브로 나가는 게 더욱 효과적인 지름길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유튜브는 남들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독자와의 직거래가 가능한 장소가 바로 유튜브입니다.

종전에는 방송사라는 중간 유통단계를 반드시 거쳐야만 본인의 견해와 주장을 대중에게, 그것도 간접적이고 순화된 형태로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요새는 팟캐스트를 통해, 유튜브를 활용해 소비자와 곧장 소통하고 대화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지상파가 주업이 아닌 부업이 되어가는 풍토입니다.

공 : 밤무대에서 몸값을 비싸게 받으려면 텔레비전 가요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쳐야 하는 구조와 비슷하네요?

김 : (살짝 웃으며) TV 쇼 프로와 밤무대의 관계까지는 아닙니다. 저는 본래 라디오 PD 출신입니다. 그러다 보니 라디오 방송에 대해 각별한 애정과 투철한 소명의식을 품어오게 되었습니다. 라디오에는 다른 매체에는 없는 라디오 방송만의 힘과 매력이 있습니다. 제가 아무리 힘들어도 라디오를 해야 하는, 하고 싶은 까닭입니다. 원래 제 라디오 방송의 주무대는 공영방송인 KSB 한국방송이 아니었습니다. 민간방송사인 SBS 서울방송이었습니다. SBS는 정권의 위세를 업고 입성하는 곳이 아닙니다.

공 : SBS는 철두철미하게 상업적 논리를 추종해 움직여왔습니다. 그러니까 나처럼 돈 안 되는 사람은 절대 안 불러주지. (웃음)

김 : SBS를 그만둘 때는 제 발로 차고 나왔습니다. 저는 2016년 2월에 「SBS 전망대」에 게스트로 출연을 시작했습니다. 2018년 3월부터는 역시 서울방송에서 「SBS 정치쇼」의 진행자를 맡았다가 같은 해 11월에 이 프로그램에서 자진 하차했습니다. 저는 KBS가 아니라 먼저 SBS에서 라디오 진행을 책임졌습니다. 집에서 빈둥빈둥 놀다가 정권 바뀌자 낙하산 타고서 KBS에 갔다는 저에 대한 비난은 따라서 근거가 없습니다. 애당초 성립 자체가 안 되는 그릇된 명제입니다. (⑥편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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