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목사와 우리 사회 사이에 더 늦기 전에 단호하게 선을 그어야만 한다

[뉴스케이프 공희준 기자] 전광훈 목사, 배금주의 대놓고 부추겨

김용민 PD는 전광훈 목사 추종자들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사진 박진선 기자)

공희준(이하 공) : 전광훈 목사는 하나님도 자기한테 까불면 죽는다고 기염을 토한 분입니다. 집회 참석자들 상대로 돈 좀 걷는 건 그분 입장에선 숨 쉬는 일만큼이나 당연한 일로 여겨질 듯합니다.

김용민(이하 김) : 전광훈 목사가 지금 전파하는 건 복음이 아닙니다. 그는 배금주의(Mammon)를 퍼뜨리고 있을 뿐입니다.

공 : 돈이 최고야?

김 : 전광훈 목사는 사람들에게 돈을 낼 것을 집요하게 종용해왔습니다. 그는 대형 교회가 아닌 교회는 온전한 교회가 아닌 것처럼 매도했습니다. 그가 심지어 어떤 말까지 했는 줄 아세요?

공 : ‘전광훈 어록’에 주옥같은 말씀이 또 있나요? (웃음)

김 : 목사 부인, 즉 사모에게 휘둘리는 교회는 신도가 15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개척교회에 머물 뿐이란 막말마저 서슴없이 내뱉었습니다.

공 : 큰 교회로 성장해 성공하려면 여성의 의견을 무시하라는 함의로 해석되네요. 정작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대형 교회들 가보면 예배자의 주류가 여성들입니다.

김 : 여성 폄하도 문제이지만, 작은 교회는 제대로 된 교회가 아니라는 오만하고 비뚤어진 편견과 선입관도 문제입니다. 교회의 가치는 신자들의 숫자가 좌우하지 않습니다. 믿음의 진실성에 달려 있습니다.

공 : 예수님께서도 시작하실 때는 15명도 안 되는 12명만 데리고 조촐하게 출발하셨습니다.

김 : 그렇죠. 목회자와 신자들 모두가 순수한 마음과 확고한 윤리의식, 신실한 믿음과 건전한 사회적 가치관을 갖고 있다면 그런 교회야말로 진정으로 훌륭한 교회라고 평가될 수가 있습니다. 탐욕스러운 배금주의로 무장하고 권위주의적 가부장주의가 횡행하는 곳을 어떻게 좋은 교회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자기 앞에서 속옷을 벗을 수 있어야 진짜로 자신을 따르는 것이라는 망언을 여성 신자들에게 태연히 늘어놓는 목사가 이끄는 교회는 참다운 믿음의 터전이 될 수 없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공 : 저도 마초라는 손가락질을 자주 당하고, 김용민 PD님께서도 과거에 여성에 관련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고 해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김용민과 공희준도 혀를 내두르게 만들 지경이면 전광훈 목사는 여성 폄하에 관해서는 ‘끝판왕’ 또는 ‘최종보스’로 불려도 결코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김 : 전광훈 목사는 여자들이 하는 말의 절반은 사탄의 말이라는 참담한 극언을 토해낸 적도 있습니다.

공 : 그럼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태극기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의 최소한 절반은 사탄일 수도 있습니다. 요즘에는 진보든, 보수든 무슨 행사만 하면 청중의 반 이상이 여성인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김 : 전광훈 목사는 끊임없이 혐오를 유포해왔습니다. 분별없이 선거에 개입해왔습니다. 시대착오적인 냉전적 반공주의와 반민족적인 친미 사대주의를 선동해왔습니다. 가짜 뉴스를 양산하고 확산시켰습니다. 게다가 그는 교조주의를 드러내놓고서 앞세우고 있습니다.

공 : 교조주의라면 어떤 맥락에서인가요?

김 : 전광훈 목사의 말을 무조건 맹종하라는 의미에서입니다. 그는 남성 신도들을 향해선 집에 있는 인감을 가져오라고 말했습니다.

공 : 통장도 아닌 인감도장을 가져오라니? 그건 토지사기단들이나 자행하는 고전적이고 악질적인 수법입니다.

김 : 그 정도의 믿음과 신심을 증명해야만 전광훈 목사의 신도로 인정해주겠다는 얘기였습니다.

공 : 구원을 받으려면 목사님이 내미시는 서류에 인감도장을 꽉 찍어줘야 한다는….

김 : 전광훈 목사는 우리나라 개신교의 잘못된 민낯을 전부 낱낱이 드러내는 존재인 셈입니다. 그 전광훈을 명색이 제1야당의 수장이라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현재 마구 띄워주고 있습니다.

전광훈의 허물은 황교안의 허물

김용민 PD는 전광훈 목사(사진)에게 멍석을 깔아준 황교안 책임도 크다고 말했다. (사진 김한주 기자)

김 : 제가 얼마 전에 「KBS 열린 토론」 프로그램에 토론자로 나설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가 저처럼 토론자로 출연한 보수 성향의 개신교계 인사들에게 이렇게 호소했습니다.

공 : 뭐라고 말씀하셨나요?

김 : 전광훈 목사류의 사람들과 너무 늦기 전에 확실하게 절연하지 않으면 교계 전체가 국민들로부터 전광훈과 똑같은 부류로 취급당한다고 제 간절한 진심을 담아 이야기했습니다. (한숨을 쉬며) 전광훈 목사는 우리나라 기독교의 수치입니다. 같은 기독교인으로서 저도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제가 형님과 지금 인터뷰를 하고 있는 곳의 명칭이 벙커1교회입니다. 명칭 그대로 설교도 듣고, 예배도 드리는 신앙의 공간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개신교는 아직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교회를 사유재산처럼 세습함으로써 수많은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 여성이 목사가 되는 일을 여전히 불허하는 봉건적 잔재가 남아 있습니다.

공 : 여성들이 목사가 될 수 있는 길이 현재는 넓지가 않나요? 지금은 2019년인데….

김 : 전광훈 목사가 소속된 교단은 물론이고 총신대학교의 운영 주체인 예장합동교단 역시 여성이 목회자가 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있습니다.

공 : 그렇다면 여성 목회자를 받아들이는 교단이 어디인가요?

김 : 예정통합이 대표적입니다. 고인이 되신 문익환 목사님께서 속하셨던 한국기독교장로회 역시 여성 목사들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공 : 개별 교회로 소개해주셔야 독자들의 이해가 빠를 것 같습니다.

김 : 명성교회, 영락교회, 온누리교회 등이 예장통합입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담임목사직을 무리하게 물려준 까닭에 최근 커다란 사회적 물의를 빚어온 명성교회가 여성 목사를 받아들인 교단에 속한다는 사실이 필자에게는 상당히 의외로 다가왔다.

공 : 김용민 PD님의 설명을 듣고 나니 외려 더 머리가 아파옵니다. 통합과 합동 사이에 도대체 무슨 변별력이 있나 해서요. 저 같은 무종교인에게는 다 그게 그거로 들립니다. ‘진짜 원조’와 ‘진짜진짜 원조’가 서로 다투는 설렁탕 가게들도 아니고.

김 : 제가 생각해도 모양새가 솔직히 썩 좋지는 않습니다. 예장통합과 예장합동이 갈라진 때가 1959년이었습니다. 한쪽은 통합을 내걸고, 또 다른 한쪽은 합동을 표방하며 분열했습니다. 일종의 말장난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저희 벙거1교회에서 하는 일들 중의 한 가지가 교회의 낡고 잘못된 관행과 습속을 하나하나씩 확실하게 고쳐나가자는 운동입니다. 왜냐? 개혁을 해야만 기독교가 존속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망하지 않으려면 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공 : 김용민 PD님께서는 그럼 아직은 정식 목사가 되신 건 아닌가요?

김 : 예, 아직까지는 아닙니다. 제가 작년인 2019년에 신학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대학원을 졸업했다고 곧바로 목사가 될 수는 없습니다. 2년 동안 목사 수련생으로 활동해야만 합니다. 그래야 목사고시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비로소 생깁니다.

공 : 인턴 비슷한 시기를 보내야 자격을 취득하는 거네요.

김 : 지금은 교계의 풍토와 제도가 크게 바뀌었습니다. 목사가 되려면 4년제 대학 학력은 필수입니다. 대학졸업 후에는 보통 2~3년 과정인 신학대학원을 다녀야 합니다. 그 후에는 2년의 수련생 생활을 거쳐야 합니다. 남자들의 경우에는 중간에 군복무도 마쳐야겠지요. 이것저것 모두 따지면 10년 넘는 세월이 소요되기 마련입니다.

공 : 전광훈 목사도 그런 절차를 거쳤나요? 사회 모든 분야들이 예전에는 많이 허술했었습니다.

김 : 전광훈 목사는 자신이 4년 과정의 정식 신학대학에서 공부했다고 주장하는데, 이걸 사실로 입증할 뚜렷한 흔적이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교단장을 역임했다고, 한기총 회장이라고 요란하게 세상을 주름잡고 있습니다. 정식으로 신학을 연구한 사람이 전광훈 목사 같이 교양이 모자라고 동시에 무지막지할 수는 없습니다. 그가 신학 수업을 정상적으로 받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하겠습니다.

공 : 그럼에도 전광훈 목사에 대한 만만찮은 수요가 우리 사회에 엄존한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힘듭니다.

김 : 우리는 전광훈에 대한 수요의 양이 아니라 질에 주목해야만 합니다. 인간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과 처지에 놓이게 되면 자연스럽게 종교를 찾게 됩니다. 의지할 수 있는 절대자를 절실히 원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절대자가 눈에 단박에 보이지 않는다고 가정해보세요. 성경을 열심히 뒤적여도 신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고요. 그러면 답답한 마음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 되기 쉽습니다.

공 : 그때 짠하고 나타나는 게 사이버 교주들입니다.

김 : 기독교는 존재론적 종교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종교입니다. 예수님의 가치를 따라가는 길은 어쩌면 어려운 길일 수도 있습니다. 그때 살며시 속삭이며 찾아오는 게 쉽고 편한 길에 대한 달콤한 유혹입니다.

공 : 그런 길은 가시밭길인 십자가의 길과 달리 당장은 안락한 꽃길일 수 있어도 종국에는 파멸에 이르는 죽음의 길인 법입니다.

김 : 이는 우리가 하나님의 대리자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을 특히 경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그러한 자칭 ‘능력의 종’들에게 속아 넘어가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만 합니다.

공 : 그런 능력의 종들 가운데에는 장롱 속에 꼭꼭 보관해온 인감도장 가져오라고 요구하는 기발한 능력의 황당한 종도 있겠네요?

김 : 전광훈 목사의 이미지가 얼마나 그럴싸합니까? 보수 야당 지지자들의 눈에는 전광훈 혼자서만 문재인 정부와 맹렬하게 싸우는 것처럼 보이니까요. 더욱이 교단 총회장을 역임하고, 지금은 한기총 회장으로 있으니 밖으로 내단 간판들도 번쩍번쩍합니다. 더욱이 집회에서 연단에 사면 빵빵 터뜨리기까지 하고요.

공 : 연예인 반, 약장사 반인 격이네요.

김 : 그러니 겉으로는 얼마나 권능이 강해 보이겠습니까? 교인들이 광화문으로 계속 몰려들 수밖에요.

공 : 사람이 모이면 덩달아 돈도 모입니다.

전광훈 목사 꼭 사법처리 되어야

김 : 저는 전광훈 목사가 반드시 사법처리를 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이비 지도자가 영향력을 무서운 속도로 확대해가는 일은 사회공동제의 건강한 존립과 장기적 발전에 전혀 도움도, 보탬도 되지 않습니다. 더 늦기 전에 지금, 바로 여기에서 제동을 걸어야 합니다.

전광훈 목사에게는 우리나라 개신교의 맹점과 모순, 한계와 치부가 고스란히 반영돼 있습니다. 누군가 나서서 사회와 전광훈 목사 사이에 단호하게 선을 그어야만 합니다. 전광훈 사태에 대해서는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대표도 정치적 책임감을 무겁게 통감해야 합니다. 황교안 대표는 교회 전도사입니다. 교회 전도사가 사이비를 구분해내는 기본적 안목과 상식적 분별력조차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 : 정치인은 자기에게 도움만 되는 것처럼 보이면 심지어 양잿물도 벌컥벌컥 들이킵니다.

김 : 황교안 대표, 아니 황교안 전도사는 종교를 주제로 한 책까지 여러 권 써낸 분입니다. 이단을 가려낼 수 있는, 사이비를 골라낼 수 있는 실력과 눈썰미가 없으려야 없을 수가 없습니다. 아니, 종교를 믿고 믿지 않고를 떠나서 여성들을 향해 ‘빤스’를 내리라고 요구하는 사람이 과연 정상적 인간일 수가 있겠습니까? 이런 사람을 유력 정치인이 교계의 지도자로 추켜세우니 나라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공 : 전광훈이 인물은 인물이네요. (웃음)

김 : 전광훈 목사는 상식이 없는 사람입니다. 반성을 모르는 사람입니다. 더군다나 거짓말까지 천연덕스럽게 해대는 사람입니다.

공 : 전광훈 목사가 어떤 거짓말을 했나요?

김 : 황교안 대표가 전광훈 목사에게 장관 자리를 제안했다는 내용입니다. 자기 입으로 황 대표가 그런 제의를 했다고 말해놓고서는 언론에서 확인취재에 들어가니까 그와 같은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발뺌을 했습니다.

공 : 저는 모르쇠를 재벌들과 정치인들과 뇌물 먹은 공무원들의 주특기로만 알았는데, 종교인들도 모르쇠에 일가견이 있네요.

김 : 그런 발언이 포함된 설교 영상이 객관적 물증으로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광훈 목사는 아니라고 뻔뻔스럽게 둘러댔습니다.

공 : 그런데도 전광훈 추종자는 나날이 늘어만 가는 추세입니다.

김 : 저는 전광훈 목사의 추종자들이 이미 합리적 사고 능력을 상실한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그를 따르는 분들은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한사코 거부하고 있습니다.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에 빠졌습니다. (우울한 표정으로) 슬픈 현실입니다. 총체적으로 병든 현실입니다. 이 병들고 슬픈 현실을 바로잡으려면 무엇보다도 기독교계 내부에서부터 먼저 자성의 목소리가 나와야 합니다. 저는 그와 같은 자성의 목소리와 자정 활동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면 어떤 힘들고 괴로운 역할도 마다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공 : 깊은 성찰이 필요한 메시지들을 쉽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 : 솔직한 대화 나눌 수 있는 기회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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