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 본부장

[뉴스케이프 강우영 기자]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 본부장은 연도별 강남권 주요 아파트 가격 변동(출처:부동산뱅크) 자료를 근거로 분양가 상한제 실시 이후 아파트값 변화 추이를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2008년 1월 분양가 상한제가 본격 시행된 이명박 정부 들어서 집값이 안정세로 접어들었으며 2014년 12월 분양가 상한제 폐지 뒤부터 아파트 값이 크게 올랐다고 지적했다. (사진=김한주 기자)

[뉴스케이프=강우영 기자] 2010년 이명박 정부는 집권 3년차를 맞아 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교육비리와 토착비리를 척결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2015년 박근혜 정부도 집권 3년차에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방산비리, 대기업 비자금, 해외자원개발 등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척결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투기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집값 안정을 위해 더 강력한 정책을 줄기차게, 끊임없이 내놓겠다고 밝혔다. 

한 정부가 어떤 대상과 전쟁을 벌이겠다고 하는 것은 그 문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부정부패와 전쟁을 선포했지만, 자신들의 부정부패가 발목을 잡았고 현재 두 전직 대통령 모두 재판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부동산 투기세력과 전쟁을 펼치겠다는 것은 그만큼 부동산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 본부장에게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까지 역대 정부로 거슬러 올라가 진보와 보수 세력이 정권을 잡을 때마다 달라진 부동산 값, 아파트 값의 ‘파동’에 대해 물었다.

- (앞선 인터뷰에서) 관료에 대한 비판을 제기했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국토부 관료나 재경부 관료는 바뀌지 않았다. 지난 정부에서 현 정부까지 그 관료들이 그대로 있는데 유독 노무현,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이 많이 오른 것을 지적했다. 친재벌 정부인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집값이 떨어지고 친서민 정부인 문재인 정부는 집값이 크게 올랐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사람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오히려 집값을 올렸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명박 5년, 박근혜 4년 동안은 집이 안 팔렸다. 미분양이 50만 채, 100만 채 이렇게 되고, 집값이 오르지도 않았다. 박근혜 정부 말기에는 돈을 빌려줄 테니 집 좀 사라는 정책까지 썼다. 이명박은 세금을 깎아줬다. 보유세 부담을 낮춰줬는데도 집값이 안 올랐다. 세금만 가지고 집값 잡을 수 있는 게 아니고, 돈을 빌려준다고 집을 사는 게 아니다. 집값이 이렇게 계속 오른다면 불안해서 혹은 더 올라가서 이익을 얻기 위해 집을 사는 거다. 그런데 집값이 내려가는데 누가 돈을 빌려다가 집을 사겠나.” 

- 그러면 반대로 노무현 정부 때는 왜 이렇게 집값이 올랐나.

“(노무현 대통령은) 세금을 계속 올렸다. 세금을 올렸더니 집값이 내려갔냐. 아니다. 집을 사지 않으면 손해를 보고 집을 사면 프리미엄이 붙어 몇억씩 공돈이 생겼다. 그러니 한두 채 사는 게 아니라 여러 채를 사재기했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니 집값이 뛰었다.”

- 어쨌든 관료는 바뀌지 않았다.

“똑같은 관료가 있었는데 왜 그러냐. 이 관료가 이명박은 속일 수 없었다. 이명박은 건설회사 회장을 했다. 다른 대통령은 속았지만 (이명박은) 속지 않았다.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특징은 주택 정책을 다루는 사람이 한 사람이었다. 김수현이라는 사람이 이 안에 숨어 있다. 박근혜 후반기에도 박원순 서울시장 밑에서 (김수현이) 일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사람을 누굴 쓰느냐, 관료에게 속지 않을 사람을 쓰면 된다. 대통령이 정확하게 알거나 대통령이 잘 모르면 관료에게 속지 않을 참모를 앉혀놓고 정책을 맡기면 속지 않는 것이다.”

-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듯하다. 

“노무현과 이명박 사이에는 숨어 있는 사람이 오세훈이 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노무현 정부 때 이명박은 서울시장을 했다. 2003년 상암동 아파트를 1,100만원에 분양했는데 실제 원가는 700만원이었고 400만원을 남겼다. 많이 남겼다. 이명박은 그 돈으로 장학기금과 임대주택을 만드는데 쓰겠다고 2008년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은 공약했던 분양원가 공개를 ‘나는 반대다. 공기업도 기업인데 장사를 해서 좀 남기면 어떠냐’고 반대했다. 공기업이 장사를 하면, 그럼 민간기업은 열 배가 아니라 백배를 남겨도 괜찮은 거 아닌가. 분양가를 제멋대로 받아 (집값이) 폭등을 했다. 2006년 9월 오세훈 시장이 당선된다. 그 사람이 경실련 후보초청 토론회에서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 후분양제까지 다 하겠다고 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오세훈 시장이 9월 25일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분양가 상한제 한다니까 3일 있다가 9월 28일 (노무현) 대통령도 그동안 반대하던 분양원가 공개를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2007년에 법이 만들어졌다. 그 법 시행은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된 뒤부터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됐다.”

- 그러면 노무현 대통령 때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려고 한 거 아니냐. 

노무현 대통령이 반대해서 안 했다. 2004년 김근태 의원이 계급장 떼고 토론해보자고 했다. (김근태 의원이) 우리 국민하고 약속한 것은 지켜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가 전부 묵살 당했다. 

김근태 "분양원가공개, 계급장 떼고 붙자"고 했지만 결국 없던 일로

2004년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계급장 떼고 붙자”는 발언은 지금도 김 전 의원을 이야기할 때 빼놓지 않고 회자된다. 참여정부가 들어서고 2년 차인 2004년 당·청은 공공주택 분양원가 공개를 놓고 미묘한 침묵과 긴장이 흘렀다. 분양원가 공개는 열린우리당 4·15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대표적인 개혁과제였으나 총선 이후 노무현 정부가 난색을 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여기에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분양원가 공개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노 대통령은 2004년 6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개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대통령의 소신"이라며 "장사하는 것인데 10배 남는 장사도 있고 10배 밑지는 장사도 있고, 결국 벌고 못 벌고 하는 것이 균형을 맞추는 것이지, 시장을 인정한다면 원가공개는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문희상, 유시민, 임종석 등 열린당 수뇌부와 이해찬 총리 등이 노 대통령 발언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지도부가 노 대통령 발언에 지지를 표명하자 열린당 의원들은 모두 침묵했다. 하지만 단 한사람만은 달랐다. 김근태 의원이었다. 

당시 김 의원은 6월 14일 개인 성명을 내고 당·청간 정책을 놓고 마찰과 불협화음은 탈권위주의 시대에 당연한 일이라며 청와대를 향해 계급장을 떼고 치열하게 논쟁하자고 노 대통령을 압박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묵살로 논쟁은 성사되지 않았고, 분양원가 공개 공약은 결국 '없던 일'이 됐다. 노 대통령은 퇴임후 가장 후회스런 실책으로 부동산투기를 잡지 못한 점을 꼽았다.

"똑같은 땅에 똑같이 짓는데 가격이 왜 다르냐"

김헌동 본부장은 지난 2010년 이명박 정부 당시 강남 세곡동 LH힐스테이트가 평당 970만원에 분양됐다며 이명박-오세훈도 하는 반값 아파트를 문재인-박원순이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하게 말했다. (사진=김한주 기자)

- 분양가 상한제 이후 아파트 값이 떨어졌나.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파주 교하 1500만원, 용인 1700만원에 분양하고. 인천송도는 1800만원에 분양을 했다. 그런데 2010년 오세훈과 이명박은 강남 세곡동 LH힐스테이트에 유럽 네델란드 왕립 건축 양식처럼, 유럽 성처럼 아파트를 지었다. 그린벨트에 택지를 조성해서 이런 아파트를 지었다. 당시 아파트 분양가가 970만원이었다. 30평 아파트가 3억이 안 됐다. 산이나 논밭에 지으니 저렴할 거 아닌가. 970만원, 천만원도 안되는 값에 아파트를 분양하니 (당시) 강남에 평당 3천만원이었던 10억 넘는 아파트값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용인에 1700만원에 분양받은 사람들이 입주도 하기 전에 800만원으로 떨어졌다. 미분양 아파트가 이명박 때 1백만 채가 넘었다. 어디에 지어도 아파트가 안 팔린다. 아무도 아파트를 안 산다. 아파트값이 안 오르는 것이다.” 

- 친재벌인 이명박 정부가 왜 이런 정책을 시행했는지 의문이다. 난리가 났을 것 같다.

“난리가 났다. 이명박 때 분양가 상한제 없애려고 엄청난 노력을 했다. 이명박은 아니까. 이렇게 해도 돈이 남는데, 이렇게 해도 LH가 큰돈을 번다. 이런 아파트만 있는 게 아니다. 홍준표가 얘기해서 이 아파트에 옆에 (지은 아파트는) 건물만 분양했다. 30평대 아파트를 1억7천 만원에 분양했다. 그것도 강남 서초에!”

-지금으로 보면 상상할 수 없는 일 같다. 

“지금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지금도 강남에 가면 수서 희망타운이 지난주(1월 첫째주)에 2300만원에 분양했다. 이 아파트 바로 길 건너다. 땅값이 똑같다. 똑같은 땅을 사서 똑같은 아파트를 지었는데 한 사람은 970만원을 받고 다른 사람은 2300만원을 받았다. 그러니 집값이 떨어질 리가 없다. 그러면 이렇게 건물만 파는 정책이 한나라당, 이때 당시 한나라당의 당론이었다. 홍준표 의원이 건물만 분양하자고 했다. 토지는 어렵게 수용한 거니 팔지 말고, 가지고 있으면 올라가니까. 팔려면 국민연금 같은 공적기관에 팔고.” 

- 본부장이 줄곧 주장하는 내용과 일치한다. 

“건물만 팔면 된다. 박원순 시장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LH도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다 할 수 있는 정책이다. 이런 정책을 한다고 정부가 발표했나. 지금도 이런 정책을 한다고 발표하면, 분양원가 공개하고 분양가 상한제 실시하고 건물만 분양하고, 그래서 새 아파트가 헌 아파트 값의 절반도 안 되는 값에 공급을 하겠다라고 하면 어떻게 되겠나. 집값이 떨어진다.” 

- 현실적으로 이렇게 진행할 수 있나.

“똑같은 값의 땅을 사서 이명박과 오세훈은 했는데 문재인과 박원순은 왜 못하나.”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 본부장. (사진=김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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