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노리개로 가지고 논다

[뉴스케이프 하태균 기자]

시위 진압 경찰이 물대포를 쏘며 해산시키려 하자 시위대의 일부는  "우리 집에는 쓸 물조차 없다"며 당혹 해 했다고 알 자지라 방송이 23일 보도했다. 사진은 2019년 10월 26일 베이루트 시민들의 시위 장면(사진=위키피디아)새로운 내각이 들어서면서 거의 100일 동안 레바논 베이루트 시위는 종파정치(sectarian politics)의 종식을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철조망과 철문, 금속판으로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는 베이루트 중심가에서는 시위대가 의회 정문 부근의 수도 한복판에 모여들면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현지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 최루탄, 고무탄 등을 발사했고,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돌과 폭죽, 거리 표지판 내던지는 등 시위 양상은 매우 격렬해졌다. 

레바논은 3개월간의 정치적 봉쇄에 이어 지난 21일 새 정부 구성을 발표했다. 그러나 시위자들은 새 정부가 지난해 10월 17일 이후 친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과 같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한다. 

모하메드라는 이름의 한 시위자는 우리가 반대해온 낡은 내각이 오히려 한통속의 새로운 내각가보다 좀 낫다면서 현 내각을 비난했다고 카타르 소재 위성채널인 알 자지라(Al-Jazeera)방송이 23일 보도했다. 

방송 보도에 따르면, 시위자들은 “전면적인 개혁과 독립적인 기술 관료”들이 주도하고, 경제 위기와 광범위한 부패를 다룰 수 있는 정부를 요구해 왔다.

시위대는 1990년 내전 이후 레바논을 지배해 온 현 정치 엘리트에 소속된 인사들을 거부해왔으며, 그들이 경제위기의 원인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들은 아직도 우리한테서 훔쳐가고 있다”며 “전기도 없고, 병원도 없으며 굶어 죽고 있다”고 아우성이며, “우리는 더 이상 혁명이 평화롭지 않게 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들에게 30년 동안 기회를 주었다”며 반정부 시위를 계속 이어 갈 것임을 강조했다. 

또 다른 시위자는 “저놈들(정부 관리들)이 우리를 가지고 놀고 있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레바논은 지난해 10월 국가 부패와 부실 경영에 반대하는 강력한 시위 압력을 받고 있는 사드 하리리(Saad Hariri) 총리가 사임한 이후 유명무실한 정부만 존재하고 있다.

하산 디아브(Hassan Diab) 신임 총리는 21일 “우리 정부는 시위자들의 요구를 들어 독립된 사법부를 강화하고, 횡령한 자금의 회수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하산 다이브 총리는 “수십 년 만에 최악의 경제위기가 닥친 가운데, 내각이 이전 정부와는 다른 금융 및 경제 방식을 채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위자들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는 “오직 독립적인 전문가들로 구성된 정부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시위대의 주요 요구는 “내전 이후 정치로 전환한 단체들을 포함한 집권여당을 해체하라”는 것이다. 

시위대는 “그들은 우리를 가지고 놀고 있다. 그들은 다른 얼굴을 가진 같은 사람들”이라고 단언한다. “사람들이 여기 있는 것은 일자리조차 없으며, 또 필요하다면 변화를 정부에 알리려고 여기에 모여 시위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에서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들은 여전히 우리를 강도질하고, 고문을 하고 있으며, 우리가 좋은 일을 받을 자격 없는 사람들 인양 대우하고 있다는 게 시위자들의 항변이다. 

시위자들은 또 “그들이 우리 같은 사람들을 책임자로 내세울 때, 그리고 정말 우리를 도와주고 싶은 사람들이 이 일에서 벗어나게 해줄 때,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덧붙였다.

시위는 좀처럼 누그러지려는 분위기가 아니다. 보안이 삼엄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위자들은 디아브 총리에 반대하는 구호를 크게 외쳤다. 보안군은 군중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물대포를 발사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이런 상황에 시위자는 “그들이 여기 와서 우리에게 물을 뿌리고 있는데, 우리 집에는 물조차 없다”고 소리쳤다고 알 자지라 방송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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