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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흔③ “공시지가 낮추기에는 여당과 야당의 구별이 없어”
  • 기사등록 2020-02-03 14: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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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과 대책의 차이는 일관성과 지속성, 그리고 예측가능성의 유무에 달려 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송나라 저공이 원숭이들을 달랠 때 구사한 조삼모사의 수법이 일시적 대책은 될 수 있을지언정 근본적 정책은 될 수 없는 까닭이다. 우리나라에 과연 정상적 의미의 부동산 정책이 존재할까? 정부가 정책이라고 내놓는 것들은 본질적으로 대책일 따름이었다. 지속성과 일관성, 그리고 예측가능성이 원천적으로 결여돼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의 공시지가 정책은 심모원려의 정책일까, 아니면 조삼모사의 대책일까? 조정흔 감정평가사의 진단과 분석이 이를 명쾌히 판가름해줄 평가의 잣대가 될 듯하다.

공희준(이하 공) : 요즘 공시지가 때문에 나라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공시지가가 너무 올라서 무거워진 세금 때문에 도저히 못살겠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습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공시지가를 추가로 올려서라도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야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 모순된 요구들을 모두 충족시켜줄 솔로몬의 판결 같은 방안이 있을까요? 만약 한쪽 손을 들어줘야만 한다면 장기적인 국가발전과 사회안정,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어느 쪽 손을 들어줘야만 할까요?


공시지가가 오락가락하면 국민들만 힘들어져


조정흔 감정평가사는 이명박 정부 당시 공시지가를 낮추라는 압력이 쏟아졌다고 회고했다. (사진 김한주 기자)

조정흔(이하 조) : (단도직입적으로) 양쪽의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킬 방안은 없습니다. 표준 공시지가는 국가가 공인한 부동산 가격입니다. 원칙적으로 공시지가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수단으로 기능하거나, 조세정책의 일환으로 작동해서는 안 됩니다. 공시지가는 정권의 이념적 성격과 상관없이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결정되어야 합니다. 시세의 절반이든, 70퍼센트이든, 아니면 100퍼센트이든 일관되고 장기적인 기준이 있어야만 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저는 공시지가를 다른 정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보조적 수단으로 자꾸만 사용하려는 경향에 대해 큰 우려감을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정부가 바뀌면 그에 따라 공시지가의 잣대도 자꾸만 바뀌니 국민들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움과 어지럼증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공시지가가 지금처럼 수시로 오락가락하게 되면 국민들은 자신이 보유한 부동산을 긴 시각에서 계속 갖고 있어야 하는지. 아니면 최대한 빨리 팔아야만 하는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얼마 정도의 세금을 더 부담해야 할지도 확실히 예상할 수 없는 건 물론입니다. 한마디로, 정상적인 상황 예측이 불가능해집니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정치적 고려와 부동산 시장의 변동 같은 외부적 요인들과는 관계없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단순명료하게 정해져야만 합니다. 그러자면 독립적 지위를 확보한 감정평가사가 국토교통부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주체적이고 원칙 있게 지가를 책정하는 일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문제는 독립적 위치에서 원칙 있게 공시지가를 결정하지 못하게끔 감정평가사들을 외부에서 집요하게 흔들어온 데 있습니다.


공 : 어떤 식으로 감정평가사들을 흔들었나요?


조 : 이명박 정부 당시 같은 경우에는 공시가격을 낮추라는 압력에 저희 감정평가사들이 지속적으로 시달렸습니다. 그러한 압력은 선거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는 더더욱 가중됐습니다.


선거 때면 들끓는 공시지가 인하 요구


공시지가의 오르내림에 따라 국민들의 희비가 엇갈려왔다. 양천구의 한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 김한주 기자)

공 : 요즘에는 어떤가요?


조 : 언론보도를 보니까 최근 여러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자기들이 지방행정을 관할하는 지역의 공시지가를 낮춰줄 것을 국토부에 요청하고 있다고 합니다.


공 :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들조차 그런가요?


조 : 자유한국당에 당적을 가진 자치단체장들과 마찬가지라고 들었습니다. 공시지가 문제에서 여당과 야당이 비슷한 입장을 취하는 이유는 주민들의 절반 이상이 집주인이고 땅주인이기 때문입니다. 단체장들이 그분들의 민원을 외면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저는 국회의원들의 속내 역시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심리와 큰 차이가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총선을 앞둔 현재는 공시지가를 인하해 달라는 민원이 빗발치기 마련이니까요. 공시지가가 너무나 높아서 못살겠다는 아우성이 도처에서 넘쳐날 걸로 보입니다.


공 : 제가 사는 동네가 넓은 의미의 강남권에 속하는 잠실인데, 여기 현역 국회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을 자처하는 인물입니다. 최재성 의원이라고요. 그런데 문재인의 복심이 세금 낮추겠다고 장담하면서 동네를 돌아다닙니다. 문재인의 복심이!


조 : 제가 감정평가사로 일하며 수시로 받는 질문이 세금이 왜 이렇게 많으냐는 것입니다. 정권 수뇌부가 부동산 관련 세금을 아무리 많이 걷으려고 해도 당장 국민의 절반이 세금 내리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는 게 객관적 현실입니다.


조정흔 감정평가사는 지가의 높고 낮음이 아닌 일관성과 안정성에 중점을 두는 눈치였다.


집권세력의 이념적 지향점이나 부동산 시장의 상황으로부터 초연한 위치에서 감정평가사들이 예측가능한 부동산 가격을 제시해주지 않으면 과세당국이 납세자들의 동의와 승복을 구하기기 어렵습니다. 우리 동네 아파트 한 채 가격이 3년 만에 5억 원에서 10억 원이 됐다면, 왜 그렇게 가격이 폭등했는지에 대해 납득할 만한 자세한 설명이 따라야 합니다. 주민들 중에는 담합을 불사해서라도 인위적이고 의도적으로 가격을 끌어올리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순수한 거주 목적으로 집을 가지고 있는 터라 공시가격이 올라봤자 괜히 세금만 더 오른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국민들의 이해와 요구가 날카롭게 맞설수록 정부가 중간에서 더 확실하고 공정하게 중심을 잡아줘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는 무원칙하게 자꾸만 왔다 갔다 하고만 있습니다.


공 : 공시가격의 높낮이가 아니라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말씀이네요?


조 : 예, 그렇습니다.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이 관건입니다. 공시지가가 들쭉날쭉하다 보니 실제로는 더 가난한 동네의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이 부자동네의 그것보다 심지어 더 높은 사례마저 발견됩니다. 정부는 이렇게 뒤죽박죽인 무원칙한 사례들부터 먼저 정리할 책임이 있습니다. (④편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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