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주택공사가 장사를 하면 민간 건설회사의 아파트 분양가도 높아져

[뉴스케이프 공희준 기자] 공희준(이하 공) : 저는 공시지가는 토지보상비와 직결된다고 들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초부터 박근혜 정부나 이명박 정부 못잖은 대규모 국토개발과 건설투자를 추진해왔습니다. 3기 신도시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그런데 천문학적 액수의 토지보상비가 결국에는 강남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견해가 많습니다. 그 결과 정부가 땅값 안정을 명분으로 밀어붙인 정책이 되레 강남발 부동산 가격 폭등을 또다시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비등한 실정입니다. 정권의 성격이 진보든 보수든 가리지 않고 대규모 국토개발 사업에 몰두하는 동기는 무엇입니까? 그리고 정부가 시장에 쏟아 부은 수십조 원의 토지보상비가 강남으로 다시 환류되는 연결고리를 차단할 방안은 혹시 있을까요?

신도시 개별형 주택공급 정책은 한계 다다라

조정흔 감정평가사는 주민들의 삶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개발이 이뤄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김한주 기자}

조정흔(이하 조) : 신도시 개발 형태의 주택공급 방식에는 명확한 한계가 존재합니다. 특정 지역이 신도시 개발에 들어가면 조 단위의 천문학적 규모의 액수가 일시에 풀리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개인 차원에서는 보상비를 갖고서 당장에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공 : 땅 사야죠. 이왕이면 강남에. (웃음)

조 : 저도 대다수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그런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경우로 로또 1등에 당첨됐다고 상상해보세요. 그때는 또 어떤 선택을 할까요?

공 : 열에 아홉은 강남 아파트를 사려고 들겠죠. 하지만 요즘에는 강남 아파트가 로또 맞아도 살 수 없는 고가의 물건이 됐습니다.

조 : 수조 원씩 풀린 돈이 나중에 어디로 가겠습니까? 주변 지역으로 흘러가든, 서울 강남권의 아파트들로 유입되든 부동산 시장으로 향하면서 최종적으로는 땅값을 또다시 끌어올리는 악순환을 확대재생산하게 됩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토지보상비를 쥐어주는 대가로 주민들을 쫓아내는 방식은 똑같습니다. 원래부터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동네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해온 기존의 소중한 인간관계 같은 삶의 안정성과 연속성의 뿌리들을 유지하고 보존할 수 있게끔 도와주려는 행정당국 차원의 노력은 사실상 없습니다. 돈 몇 푼 쥐어주고서 나 몰라라 하는 식입니다. 그러니 오랫동안 그곳에서 살아온 주민들의 삶은 치명적으로 파괴될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면 농사를 짓던 분들이 계속 농사를 지으려고 해도 더는 농사를 지을 수가 없습니다. 왜냐면 토지보상비로 새로 농토를 장만하려고 해도 주변 땅들의 시세가 이미 다 치솟았기 때문입니다. 신도시가 개발되면 주변 땅값도 모두 들썩이는 게 보통입니다. 더욱이 시골 농가주택 보상비로는 도시로 나가 번듯한 아파트를 마련하기가 힘에 부칩니다. 정부와 사업자들은 토지보상비를 빼면 그 어떤 대안도 땅과 집을 잃어버린 주민들에게 제시하지 않아왔습니다.

토지주택공사가 장사에 나서면 벌어지는 일은

조정흔 감정평가사는 LH 공사가 대놓고 장사에 열중하면 집값이 안정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진 김한주 기자)

조 : 한국 토지주택공사(LH 공사)는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막대한 이윤을 거두곤 했습니다. 공기업이 땅장사로 수익을 내면 안 된다는 비판에 대한 LH 공사 나름의 논리가 물론 준비돼 있기는 합니다.

공 : 어떤 얘기로 항변하나요?

조 : 정부로부터 더 이상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들도 어쩔 수 없이 장사에 나서야만 한다는 논리입니다. 장사를 해 돈을 벌어야만 거기에서 남는 재원으로 임대주택도 짓고, 공공주택도 건설할 수 있다는 게 토지주택공사 측의 주장입니다.

그렇지만 LH가 장삿속으로 민간 건설사들에 택지를 비싸게 분양하면 그 연쇄작용의 영향을 받아서 집값이 올라갑니다. 이와 같은 먹이사슬의 기초를 이루는 게 바로 정부가 추진하는 신도시 개발 사업입니다. 그러므로 신도시 개발은 주택공급 측면의 순기능과 비교해 LH와 민간 건설회사들의 잇속을 채워준다는 의미의 역기능이 더 크다고 하겠습니다.

공 : 신도시 건설이 특정 지역만 일시적으로 땅값을 안정시킬 따름이지, 장기적이고 전체적으로 조망하면 부동산 가격을 앙등시킨다는 뜻인가요?

조 : 현재 같은 구조에서는 그런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가 빚어지고 맙니다. 첫 번째로 풀린 보상비가 어김없이 부동산 시장으로 돌아갑니다. 두 번째로 LH 공사가 수익을 남길 필요성 때문에 택지를 높은 가격에 분양하면 이게 결국은 민간 건설사를 경유해 일반 소비자에게 전가됩니다.

공 : 대규모 신도시 개발 없이도 주택공급이 원활하고 충분하게 이뤄질 방법이 있나요?

조 : 솔직히 쉽지 않은 일이기는 합니다. 지금 도시재생 사업이니,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이니 해서 신도시 외의 다른 대안들을 모색하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업들 가운데 어느 것도 땅값과 분양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뛰어오르는 악순환의 고리를 확실하게 단절시키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뭔가 자신감 있게 시원하고 통쾌한 쾌도난마의 해결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필자의 기대와는 달리 조정흔 감정평가사는 이 대목에 이르러 극히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공 ; 평가사님께서 혹시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주택공급 방식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내가 김현미였다면 국토교통부 장관으로서 이런 일을 역점을 두고 집행”했을 거라고요.

조 : 정부는 주택이 모자란다는 점을 전제하고 공급에 무게중심을 두어왔습니다. 부족한 주택의 대부분은 잘 지어놓은 아파트들이기 십상입니다. 단지 안에 초등학교와 대규모 쇼핑몰 등의 생활기반시설이 들어선 아파트 단지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대단지 아파트들이 실제로 집이 없어서 고통을 받고 있는 실수요자들도 소유할 수 있는 가격에 분양되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집이 진짜로 절실하게 필요한 무주택자들은 수중에 돈이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공 : 돈이 없어 집이 없는 거니까요.

조 : 그렇죠. 돈이 없으니까 집도 없는 것입니다. 주택공급은 당연히 해야만 하는 과제입니다. 저는 오래되고 불편한 낡은 주택들을 순차적으로 새로운 집으로 바꿔나가는 주거환경 작업의 필요성 또한 인정합니다. 그러나 이런 사업들을 시행하기에 앞서서 반드시 통과해야만 할 한 가지 사전단계 절차가 있습니다. 정말 집이 간절하게 필요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면밀하게 확인하고 조사하는 일입니다.

공 : 그럼 문재인 정부가 중시하는 도지재생 뉴딜 사업 같은 프로젝트는 무주택 서민들에게 사실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인가요?

조 : 저는 그게 어떤 유형의 일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잠시 말을 쉬었다가) 아마 신도시 건설과 비슷한 방식 아닐까요?

조정흔 감정평가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동을 뜨고 박원순 시장이 행정현장에서 밀어붙이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에 대해 그의 답변처럼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가 약간의 짜증이 섞인 어조로 필자의 대답에 아주 짧게 답변한 점을 미루어 볼 때 나는 조정흔 감정평가사가 문제의 도시재생 뉴딜을 극히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은연중에 받았다. (⑤편에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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