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듀폰 모럴헤저드다뤄…웨스트버지니아, 희비갈려

[뉴스케이프 민형준 기자] [뉴스케이프=민형준 기자] ‘잘 고른 영화 한 편 수백억 광고 안부럽다.’

광고계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2000년대 들어 영화나 TV 드라마를 통한 간접광고(PPL)가 대세로 자리하면서 기업들이 작품 고르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이다. 잘 고른 영화 등을 통한 PPL은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광고 효과에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크게 기여하기 때문이다.

뉴스케이프는 영화 관람객 연 2억명 시대를 맞아 영화와 기업의 홍보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다룰 계획이다.

‘화학약품으로 더 나은 삶을’ <듀폰 사훈>

‘천국 같은 웨스트 버지니아’ <존 덴버의 노래 웨스트버지니아>

미국 팝가수 존 덴버의 노래 ‘웨스트버지니아’로 포근한 고향 이미지를 가진 웨스트버지니아가 화학 회사 듀폰의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로 기존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

12일 국내 극장가에 걸린 다크 워터스(감독 토트 헤인즈)는 듀폰의 무분별한 화학 물질 오남용을 고발하고 있다. 다크 워터스가 2010년대 후반 존 덴버의 노래처럼 ‘웨스트버지니아’를 미화한 영화 ‘웨스트버지니아’와는 정반대의 이야기인 셈이다.

다크 워터스는 미국 듀폰사의 모럴헤저드를 고발한 영화이다. [사진=듀폰 사이트 캡처]

1988년. 오하이오주의 대형 로펌에 근무하는 롭 빌럿(마크 버팔로 분) 변호사는 할머니가 살고 있는 웨스트버지니아에 사는 한 농부를 자신의 사무실에서 만난다.

농부(빌 캠프)는 듀폰이 공장에서 나온 화학 물질을 매립한 매립지 침출수가 수돗물에 흘러들어 관내 기형아 출산과 농장 소 등의 장기가 비이상적으로 변형된 점을 롭에게 알린다.

롭은 당시 듀폰의 고문변호사로 사건 수임을 거부하지만, 자신의 할머니 집과 농부의 집을 각각 방문하고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다.

롭은 각종 서류와 인터뷰 등을 통해 듀폰의 비위 사실을 캐낸다.

듀폰은 자사가 개발한 신개념 화학 물질인 PFOA(C8)의 위해 사실을 알면서도 프라이팬 등 일상에서 광범위하게 사용했다.

실제 C8에 노출된 듀폰의 공장 직원들은 고환암 등에 시달리고 있으며 기형아를 출산했지만, 듀폰은 이를 알고도 숨긴 것으로 드러난다.

듀폰은 C8이 인체에 무해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인체 축적되면서 암 등을 유발한다는 게 의학계 분석이다. 

롭은 1999년 듀폰을 기소해 7년이 지난 2012년 C8의 질병과의 관계를 입증하는 데 성공한다. 롭은 재판에서 1,0000억원에 육박하는 듀폰의 보상을 이끌어 낸다. 

다크 워터스와 악몽에서는 벤츠가 홍보 효과를 낸다. 벤츠의 삼각별 엠블럼. [사진=민형준 기자]

다만, 듀폰은 이에 굴복하지 않아 사건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유가 어찌 됐건 극중 듀폰이 가장 큰 홍보 효과를 누린다는 게 영화계 분석이다.

아울러 극중 카메라가 롭의 차를 자주 포착하지만, 차명이나 엠블럼 등은 노출되지 않는다. 반면, 카메라는 극중 지나가는 차량 중에 메르세데스-벤츠와 토요타 세단을 잡고 엠블럼을 노출한다.

아울러 극중 롭이 핀란드 노키아의 2G폰을 사용하면서 노키아도 홍보 효과를 낸다. 여기에 세계 각국이 2000년 듀폰의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당시 MBC 엄기영 앵커가 보도하는 장면이 극중 나오기도 하다.

틈새시장을 노린 방화 ‘악몽(감독 송정우)’에서는 벤츠가 톡톡한 홍보 효과를 낸다.

이연우(오지호) 영화감독은 ‘악몽’을 제작하기 위해 공개 심사를 통해 수를 주연 배우로 뽑는다. 오디션 이후 연우가 수(차지헌)와 밀회를 즐기는 사이 어린이집 앞에서 그를 기다리던 딸 예림(신린아)이가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극은 꿈과 현실을 오가면서 진행된다. 2017년 개봉한 조선호 감독의 ‘하루’처럼. 이로 인해 관객은 영화를 이해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는 게 고객 입장이다.

극중 연우는 기아자동차 스포티지를 탄다. 극중 기아차 엠블럼이나, 차명은 노출되지 않는다.

악몽에서 연우는 캐논의 DSLR 카메라를 사용한다. [사진=민형준 기자]연우는 악몽이 성공하자, 극 중반 벤츠의 검은색 카브리올레로 차를 바꾼다. 카메라가 라디에이터 그릴의 대형 삼각별 엠블럼을 서너 차례 포착하면서 벤츠 브랜드 알리기에 나선다.

아울러 연우가 극 초반 예림의 어린이집 발표 회장에서 캐논 DSRL 카메라로 예림을 찍으면서 캐논도 PPL을 진행한다.

결국 극은 연우가 모든 일을 제자리로 돌리기 위해 ‘악몽’ 시사회에서 수를 죽이게 되고, 다시 연우와 수가 잠자리를 하는 장면이 이어지면서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다. 

꿈과 현실이 구분이 안된 채 막을 내리는 셈이다.

영화계 관계자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전국 확산으로 극장가가 한산하다”며 “이로 인한 대작 개봉이 사라지면서 PPL시장도 숨을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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