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나이가 아닌 젊은 생각으로 승부하겠다

[뉴스케이프 공희준 기자] 공희준 : 정치권의 전면적 세대교체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오랜 여망이자 숙원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국민들의 이러한 바람이 무색한 지경입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 모두가 다음 달 치러질 예정인 제21대 총선 입후보자의 평균연령이 만으로 거의 60세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천준호 후보께서는 이처럼 정치권 전체가 세대교체와는 담을 높게 쌓고 있는 상태에서 주요 유력 정당의 공천을 받고 출마한 인물로서는 아주 드물게 아직은 만으로 40대에 해당하는 상대적으로 젊은 정치인입니다. 한국사회에서 마치 이른바 “잃어버린 세대”처럼 돼버린 70년대 생, 40대 유권자들을 위해 우리나라의 정치인과 정당들이 해야만 하는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시대정신과의 교감이 젊은 생각을 낳는다

천준호 후보는 생각의 젊음을 강조할 뿐, 자신의 자연적 나이의 젊음을 앞세우지는 않았다. (사진 김한주 기자)

천준호 : 세대교체는 당연히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러나 저는 물리적 연령의 교체 이상으로 중요한 숙제가 생각의 교체라고 생각합니다. 시대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그 흐름을 잘 이해하고, 또한 제대로 읽는 일이 직업정치인들에게는 불가결한 덕목이기 때문입니다.

젊은 생각, 즉 생각이 젊다는 건 변화한 시대정신이 무엇인지를 적시에 지혜롭게 포착하는 능력을 가리킵니다. 나이의 많고 적음은 생각의 젊고 늙음에 견주면 부차적 요소일 수가 있습니다. 저는 젊은 생각을, 곧 새로운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정치에 참여하는지가, 동시에 얼마나 많이 공천을 받아 선거에서 당선되는지가 본질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대가 내포한 의미는 여전히 작지 않습니다. 동시대를 같이 살아온 사람들끼리, 그리고 비슷한 사회적 경험을 공유하는 시민들 사이에 형성된 유대감과 동질성은 전혀 과소평가될 수 없는 부분인 이유에서입니다.

1970년대에 태어난 세대인 지금의 40대 역시 다른 세대들처럼 자신들만의 독특한 경험과 기억을 공유해왔습니다. 40대의 바로 윗세대는 현재의 50대입니다. 보통은 86 세대로 불리는 세대에 속하는 분들입니다. 86 세대는 민주화와 통일 같은 거대 담론에 일반적으로 익숙합니다. 이와 달리 40대는 거대 담론에 대한 관심보다는 자기 주변의 구체적이고 미시적인 문제들을 찾고 해결하는 일들에 각별한 주의와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이와 같은 차별성은 정치적 측면에서의, 사회경제적 관점에서의 상이함으로 표현되기 마련입니다. 40대들은 자신들의 실제 생활과 관련되는 현안들에 그들의 선배 세대와 비교해 더욱더 커다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40대가 당면한 문제는 우리 사회의 보편적 문제

천준호 후보는 기성 정당과 정치인들이 40대 유권자들의 요구에 무감각한 현실을 비판했다. (사진 김한주 기자)

우리나라 정치는 40대들이 갖고 있는 문제의식과는 멀리 동떨어진 모습을 자주 드러내왔습니다. 40대들이 가진 개혁의 열망과 변화의 욕구를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실제적인 생활의 변화를, 삶의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정치인으로서의 소명감을, 정당으로서의 책임감을 우리나라의 기성 정당과 기존 정치인들은 충분하게 보여주지 못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국민들이 당면한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나아지게 만들 의지와 역량을 갖춘 정치인의 등장을 유권자들께서 그 어느 때보다 애타게 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가 국민들이 직면한 일상적인 생활상의 문제들을 유능하고 진정성 있게 풀어내기를 바라는 건 이제는 어느 특정한 세대만의 희망이 아닙니다.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보편적 염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의 40대 유권자들이 특히 중시하는 현안과 쟁점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저는 주거와 주택, 교육과 보육, 소득과 일자리, 그리고 안전과 건강 등이 40대 유권자의 문제의식과 관심사항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적 열쇳말들일 것이라고 믿습니다.

21세기 들어서 역대 정부와 여러 정당들은 제가 방금 말씀드린 문제들의 해결과 완화를 목적으로 다양한 정책과 방안들을 쉴 새 없이 제시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과 방안들의 수혜자일 일반 국민들은 정치권과 정부가 내놓은 대책과 해법에 대해 그리 후한 점수를 매기지 않았습니다. 국민들은 날이 갈수록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격차가 도리어 더 심각해졌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나날이 악화되는 삶의 환경과 생활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정치권 전체가 뜻과 힘을 모아 나서야 한다는 게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이고 바람입니다.

40대는 자기와 자신의 가족이 일상에서 겪고 있는 삶의 환경과 생활의 질을 우선적 잣대로 삼고서 정치의 좋고 나쁨을, 정치인의 유능함과 무능함을 평가하는 사람들입니다. 더욱이 40대는 우리 사회의 허리 구실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저는 우리 사회의 허리를 이루는 40대 유권자들이 기대하는 정치의 역할과 정치인의 사명에 대해 제 자신이 나름 잘 인식하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저는 우리나라 40대 유권자들의 관심과 여망에 기반한 의제를 발굴하고 정책을 개발하는 데 상당한 역점을 두고서 그동안 정치인으로서 활동해왔습니다. 저는 제가 이제까지 민생현장에서 들어온 국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여의도의 제도정치권에 전달하고 반영시키는 전달자 역할을, 책임자 구실을 이왕이면 원내에서 유능하고 믿음직하게 해나가고 싶습니다.

카리스마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천로에 자리한 천준호 후보 선거사무소 모습. 그는 아직은 예비후보 단계 신분이다. 모습 (사진 김한주 기자)

천준호 후보는 “유능하고 참신한 지역 일꾼”으로 본인의 위상과 브랜드를 자리매김하려고 애쓰는 분위기였다. 그는 예전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비서실장으로 일한 적이 있다. 서울시장 비서실장은 냉철한 판단력과 명민한 정무감각이 요구되는 직책이다. 필자는 ‘일꾼 천준호’의 범주 바깥에 낮은 자세로 포진하고 있을 정치인 천준호의 면모와 실체가 문득 궁금해졌다. 그래서 원래 예정에 없던 돌발성 질문을 그에게 던져보기로 결심했다.

공희준 :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은 ‘40대 기수론’을 표방함으로써 작게는 활력과 생기를 잃고서 침체된 야당에, 크게는 그들만의 특권적인 고인 물처럼 썩어가던 한국정치 전반에 새로운 화두와 신선한 충격파를 던졌습니다. 후보님께서는 생전의 YS와 DJ 두 사람이 젊은 시절 도전적으로 제기한 40대 기수론이 지금 이 시점에 또다시 나타날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천준호 : (생각을 정리하려는 듯 잠시 골똘한 표정을 지은 다음) 저는 김대중과 김영삼 두 전직 대통령들께서 제기하셨던 40대 기수론과 지금 절박하게 요구될지도 모를 40대 기수론은 결도, 맥락도 달라야 한다고 봅니다.

당시에는 오늘날과는 다르게 싸워야 할 상대가, 극복해야만 할 대상의 정체가 아주 뚜렷하고 명백했습니다. 이분법적 구도로 아군과 적군을 구분한 다음 상대방 진영을 돌파하고 무너뜨리는 게 당대의 역사적 과제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치인에게는 앞에 나서서 대중을 이끌고 가르치는 선도자와 예언자로서의 투사적 자질이 긴요하게 요구되었습니다. 국민들 또한 그러한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갖춘 정치인을 선호했습니다. 김대중과 김영삼 두 걸출한 정치 지도자는 박정희 정권이 자행한 독재와 폭정에 용기 있고 선명하게 투쟁할 수 있는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갈망하는 그들 시대의 범국민적인 민심의 요구에 훌륭하게 응답하고 부응한 경우였습니다. (②편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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