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케이프 정석동 기자]

미셸 푸코(Michel Foucault)의 말이 상기된다. 푸코는 “페스트는 바로 그 순간”이라며 “인구의 공간적 분할과 세분화(quadrillage : 분할통치방식)가 위험한 의사소통, 무질서한 공동체, 금지된 접촉이 더 이상 나타날 수 없는 극한 상황으로 치닫는 순간”이라고 적고 있다.(그래픽=뉴스케이프)<<< 신자유주의적 비상사태(neoliberal state of exception)는 계엄령과 유사하지만, 공익의 이름으로 법치를 초월하는 국왕(최고지도자)의 능력에 근거한 칼 슈미트(Carl Schmitt)의 법률 이론의 개념이다. 이 개념은 조르지오 아캄벤(Giorgio Agamben)의 저서 “State of Exception”과 아킬 뭄베(Achille Mbembe)의 네크로폴리스틱스(Necropolitics : 죽음의 정치)"에서 유래됐었다. ‘네크로폴리틱스’란 사회적, 정치적 권력을 이용하여 어떤 사람들은 어떻게 살 수 있고, 어떤 사람들은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를 지시하는 ‘죽음의 정치’를 말한다.>>> 

아래는 미국 뉴욕 해밀턴에 있는 콜게이트 대학(Colgate University)의 영화 미디어 연구 부교수 애니 마이트라(Ani Maitra)가 중동의 알 자지라에 3월 29일에 기고한 글이다. 

그는 “민간 부문의 이익이 최우선 과제인 비상 상황에서 ‘신자유주’의 정부는 어떻게 행동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2020년 2월 말, 이탈리아의 철학자 조르지오 아캄벤은 코로나19(COVID-19)가 일반적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전혀 다르다는 충분한 증거 없이 격리 및 사회적 거리를 규정하는 이탈리아 언론과 정부를 비난했다.

아캄벤에게 이러한 조치들은 그가 그의 작품에서 “예외 국가(State of Exception)”라는 말을 만들어 냈다. 즉, 정부가 시민들의 자유에 대해 흔치 않은 권력을 획득하며 초법적인 상황을 뜻한다. 다시 말해. 예외적인 상태로, 정부 당국이 그들만이 겉으로 보장할 수 있다는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자유를 속박한다. 

지난 몇 주 동안 전 세계에 대한 검역, 폐쇄, 정부의 감시도 18세기 유럽의 전염병에 의해 도입된 예외적인 정치 통제 방식(exceptional mode of political control)이라고 한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 Foucault)의 말이 상기된다. 푸코는 “페스트는 바로 그 순간”이라며 “인구의 공간적 분할과 세분화(quadrillage : 분할통치방식)가 위험한 의사소통, 무질서한 공동체, 금지된 접촉이 더 이상 나타날 수 없는 극한 상황으로 치닫는 순간”이라고 적고 있다.

<미셀 푸코는 ‘서양문명의 핵심이라 할 합리적 이성에 대한 독단적 논리성을 비판하고, 소외된 비이성적 사고, 즉 광기(狂氣)의 진정한 의미와 역사적 관계를 파헤친 프랑스 철학자이다> 

전염병의 확산을 제한하기 위해 인구 이동 제한을 하고 자택 대기 조치 등을 취하는 것은 “완전히 투명하고, 완전히 방해받지 않는 힘”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푸코는 전염 당시 사분오열로 정부 권력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조르지오 아캄벤은 이탈리아에서만 1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자 코로나19의 심각성에 대해 생각을 바꿨을 가능성이 높지만, “예외 국가”에 대한 그의 푸코에서 영감을 받은 주장은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정부 권력(governmental power)이 민간 부문의 이익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주로 신자유주의적 세계질서에서 ‘예외 국가’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애니 마이트라(Ani Maitra)는 “시민들에게 집에 머물 것을 요구하거나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것에 대해 많은 정부들이 처음에 주저했던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라고 묻고는 또 “왜 미국 정부는 즉시 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방해되지 않은(unobstructed" power)’ 힘을 주장하지 않았을까?”라고 되물었다. 

먼저 여러 정부가 폐쇄 또는 대량 격리 조치를 시행하기 위해 보여준 다양한 수준의 주저함을 고려해보자. 어느 모로 보나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봉쇄 조치는 극도로 엄격했다. 하지만 그 폐쇄는 특정한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후에야 이루어졌다. <’티핑 포인트란 ‘갑자기 뒤집히는 점’이란 의미로, 때로는 엄청난 변화가 작은 일들이 쌓이면서 시작될 수 있고, 대단히 급속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 정부가 대유행(Pandemic)의 영향에 대한 자체적인 공포가 국내에서 작용한 것은 분명하지만, 이 티핑 포인트는 또한 국내외를 막론하고 아직 감염이 안 된 국가 행위자들의 압력의 산물이었다.

최근 영국의 가디언이 보도한 대로, 중국 정부는 2019년 11월 가장 초기의 코로나19 발병 사건을 알고 있었다. 12월 중순까지 확인된 사례는 약 60건이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발병 가능성을 조사하는 대신 언론 보도를 검열하고 우한에서 새로운 사스형 바이러스가 출현하는 것을 우려하는 내부 고발자들을 단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 중국사무소가 지난해 12월 5일 ‘미지의 식생학 폐렴 환자 44명’의 상황에 대해 국제경보를 발령하고, 관영 중국 중앙TV가 12월 7일 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확인한 데 반해 중국 정부는 올 1월 20일이 돼서야 ‘인간과 인간 사이 전염’을 공식 인정했다. 그리고 마침내 1월 23일에 우한 봉쇄가 전격 시작됐다.

대규모의 폐쇄나 격리 조치는 중국 정부가 자국 인구를 통제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었을 것이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보도를 억제함으로써, 예방하고 싶어 정확히 폐쇄로 이어진 것이었는데, 이는 지난 두 달 동안 중국의 산업생산 성장의 역사적인 침체를 가져왔다. 

사실은 경제 민족주의(economic nationalism), 주식시장과 초국가적 기업의 지배, 그리고 그 외 경제 상호의존성이 이상하게 뒤섞인 현재의 신자유주의적 세계경제에서 자본, 노동, 상품의 이동을 방해하는 모든 대규모의 제약은 ‘반(反)성장(counter-growth)’으로 보여 지고 있고, 따라서 비성장적인 것으로 보인다.

페스트(역병) 같은 예외 상태에 빠진 이탈리아도 심각한 경제적 여파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방 정부와 주 정부에 비상한 권한을 부여하는 한편, 이탈리아에서의 폐쇄는 다가오는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촉발시키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투자회사인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관광, 여행, 요식업 등 서비스업, 소매 등의 폐쇄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부문이 이탈리아 국내총생산(GDP)의 약 23%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 연합의 신자유주의적 긴축 조치에 대한 많은 비평가들에게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폐쇄는 사실 자유 시장 경제의 약점, 민간 부문에 대한 지나친 의존, 그리고 압도당한 의료 시스템의 명백한 폭로 사건들이라 할 수 있다.

스페인 정부가 모든 민간병원을 국유화하기로 한 당일인 3월 16일 마드리드의 한 병원 밖에서 한 여성이 애절하게 우는 장면을 전 세계가 지켜봤다. 그녀의 남편은 코로나19로 막 사망했고, 그녀 자신도 양성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 여성은 이런 응급 상황에서 치료를 받을 만큼 ‘아프지 않다(not sick enough)’는 이유로 병원에서 외면당한 상태였다.

어떤 시민의 생명을 살릴 가치가 있는지, 어떤 시민의 생명을 구할 가치가 없는지를 예외적으로 결정한다. 일방적으로 권력을 휘두르는 마치 초법국가처럼 돼 버린 셈이다. 역설적으로 보면, 그 결정이 이루어지는 순간은 신자유주의 국가가 대부분의 시민들을 구하고 돌볼 능력이 없다는 것을 드러낸다.

그거 놀랍지도 않은 일이지만, 영국과 미국 모두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해 폐쇄 조치를 취하는 것이 꽤나 느렸다. 여기서 무언의 두려움은 예외적인 상태가 사람, 상품, 금융시장의 이동성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국가에 추가적인 책임(장기적으로 시장에 양도됨)을 부과할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모든 사람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의료 서비스가 (영국처럼) 부적절하거나 (미국처럼)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예외적인 것을 선언하는 일을 꺼리는 것은 ‘자연적인 것이다. 그리고 현재 유행병에 대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각 나라는 바이러스의 확산, 가장 취약한 시민들의 건강, 그리고 ’발전된‘ 자본주의 경제로서의 국제적 명성에 대해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신자유주의적 안일과 아웃소싱(outsourcing : 외주)의 희생은 아마도 미국의 반응에서 가장 두드러질 것이다. 연방정부는 마침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3월 중순에 사회적 거리(social distancing)를 두기 위한 지침을 발표하기 전에 몇 주 동안 바이러스의 심각성을 경시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바이러스에 의해 야기된 위험에 눈을 뜨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주식시장의 여러 역사적 침체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결국은 전염병 감염 확산이 가져올 인간의 생명보다는 자본주의의 자본에 더 관심이 있었다는 것으로 보여준 사례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복음의 기쁨’이라는 책에서 ‘주식 가격 등락에 대해서는 큰 뉴스거리가 되지만, 한 두 사람 사고로 죽은 것은 그리 큰 뉴스가 되고 있지 않다’며 잘못된 자본주의 특히 자본에 함몰된 정치 지도자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유사시까지만 해도 코로나19가 ‘또 다른 (민주적) 대통령 탄핵 시도"’고 주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폭스뉴스의 보수적 진행자의 태도와 말투가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유사했다.

또한 연방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시나, 시험 인프라 개선을 위한 민간-공공 파트너십에게 으름장 놓았다. 무엇에 우선을 두었는지는 잊을 수 없는 사항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1조 5천억 달러의 단기대출을 서둘러 은행들을 돕기 위해 달려들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대출에 대해 "대규모 시장을 위한 비상사태(emergency backstop for the markets writ large)"라고 강하게 주장했지만, 3월 13일 트럼프 대통령의 긴급 선언 보다 먼저 연방정부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것 보다 훨씬 적은 50억 달러의 초기 발표가 있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폴리티코의 아니타 쿠마르(Anita Kumar)가 지적한 바와 같이, 미 백악관이 전국에 걸쳐 시험(검사 키트)을 늘리기 위해 구글, 타겟, 아마존, 월마트와 같은 기업과 전례 없는 민관 제휴를 촉구했다. 비상사태 국면에서 이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한 연방정부의 지원 발표조차도 ‘뚜렷한 시장 우선’이었다.

이러한 파트너십이 정부의 부조화보다 더 바람직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들은 또한 이러한 예외 상태의 진정한 설계자는 특히 월 스트리트를 이끄는 거대 다국적 기업들일 것임이 분명하다. 예외주의 신자유주의 국가는 이 시점에서 이러한 파트너십이 없는 기능장애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애국심을 환기시키고, 전시 대통령(a wartime president)으로 자신을 새롭게 이미지화 하는 등 피해 통제를 시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방정부와 지방정부와 주정부의 끈질긴 단절이 가져올 의미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여기서도 아캄벤이 말하는 예외적 초법국가 상태나 혹은 푸코가 방해받지 않는 정부권력이라고 부르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연방정부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기 훨씬 전에 주지사와 시장들은 앞장서서 학교 폐쇄와 사회적 거리를 두도록 명령했었다. 그리고 특히, 대통령이 부활절 전에 사회적으로 거리를 두는 지침을 완화하고 경제를 개방하려고 애쓰는 동안, 보건 공무원들과 주지사들은 그 상승곡선을 평평하게 하기 위한 더 엄격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코로나19는 내부적으로 분열된 미국의 예외 상태를 초래했는데, 그것은 격리(파손된 의료 시스템과 완전히 붕괴된 복지 구조 앞에서)를 통해 생명을 구해야 하는 의무는 금융 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하려는 경향에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균열과 분열(cracks and divides)은 올해가 선거의 해라는 사실로 인해 잘 드러나겠지만, 그들은 앞으로 몇 달 동안 더 깊은 사회경제적 비상사태를 가리키며, 대통령 선거의 과장도, 신자유주의 유행어(예: "자유", "민주주의" 또는 "시장")도 고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통과된 2조 2000억 달러 경기부양법안의 ‘재난사회주의(disaster socialism)’가 재선 전략 이상의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한편으로, 그것은 주 정부, 병원, 산업에 매우 필요한 경제적 구제책을 약속한다. 반면 이 법안의 우선순위는 기업 500억 달러, 의료 100억 달러, 주 및 지방 정부 150억 달러, 저소득층 가정은 거의 구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심각한 의료 인프라 위기와 치솟는 실업 보험 청구에 직면한 앤드류 쿠오모(Andrew Cuomo) 뉴욕 주지사는 이미 자신의 주 정부에 할당된 자금을 ‘세발의 피(drop in the bucket)’라고 비난했다. 쿠오모 등 민주당 인사들도 트럼프가 국방물자생산법( Defense Production Act)을 발동하고도 의료기기 생산을 국유화하지 않는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못마땅해 했다.

우리는 연방정부가 책임지기를 거부하는 아주 특이한 예외 상태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연방정부는 위임만을 원하고 있다.

아캄벤과 푸코가 말하는 예외적인 상태에서, 정부 권력은 순수한 규율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의 예외 상태는 순수한 혼돈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바이러스가 전정되거나 백신이 보급될 때쯤이면, 생계가 심각하게 향상되어야 할 수백만의 미국인들에게, 이 혼란스러운 미국의 예외 상태는 완전히 민영화된 경제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나라에서 사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에 눈을 뜨는 순간이기도 하다. 보통의 미국인들은 스스로 변동을 통제할 수 없다.

정치인들과 TV 앵커들은 자유시장이 제공하는 '자유'의 애호가로서 '미국 국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 비틀거리는 예외 상태를 겪고 있는 미국인들이 실제로 그러한 인식을 바꾸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나오미 클라인(Naomi Klein) 씨가 최근 ‘코로나 저본주의(Coronavirus Capitalism)’에 대해 자신의 동영상에서 주장해 왔듯이, 위기 상황에서 불가능한 아이디어가 가능해 질 수 있는 반면, 누구의 아이디어가 가능한지, 즉 버림받은 자와 취약계층 또는 이미 부유층과 특권층의 아이디어가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예외 상태는 미국이나 그 밖의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변화의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그 기회라는 것은 우리가 포괄적인 사람 중심의 안전망을 위해 동원하고, 슬그머니 내리는 조치와 친시장적인 기업 구제 조치에 만족하지 않을 경우에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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