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케이프 하태균 기자]

“그 같은 놈들 때문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왔다. 놈들을 총살하라. 사미르씨와 가족들의 프로필 사진 밑에 적힌 메시지”라는 근거 없는 악소문이 횡행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레픽=뉴스케이프)

미국 필라델피아 대학원생 사토야키 미트라 씨(27)는 이달 중순 인도 동부 콜카타에 사는 아버지(57)로부터 미열이 난다는 소식을 접했지만 크게 걱정하지 말고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받으라고 말했다.

최초의 검사는 음성이었지만, 부친 사미르·쿠마르·미트라씨의 용태는 서서히 악화돼갔으며, 다음 검사에서 양성으로 나타난 2일 후인 지난 3월 23일에 사망해, 가족을 슬픔에 빠뜨렸다.  동시에 콜카타 시민으로부터 분출한 욕설의 폭풍에, 사토야키는 큰 충격을 받았다. 로이터 통신이 지난 3월 29일 현지 르포로 올린 기사 내용이다.

콜카타의 거리에 바이러스를 흩뿌린다며 사미르씨의 화장을 그만두도록 요구하는 군중과 경찰이 몇 시간 동안이나 충돌했다. 페이스북에 남은 사미르씨의 계정에는, 그가 아들과 그 미국인 아내를 만나 죽음의 바이러스를 콜카타에 반입했다는 비판이 속출했다. 

“그 같은 놈들 때문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왔다. 놈들을 총살하라. 사미르씨와 가족들의 프로필 사진 밑에 적힌 메시지”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SNS상에서는 감염 확대가 심각한 이탈리아에 사미르씨나 그 가족이 여행하고 있었다는 글도 있었지만, 사트야키씨에 따르면, 해외여행을 한 사실이 없다.

이러한 사태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콜카타만이 아닌 것 같다. 의사나 항공기의 승무원 등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다고 의심되는 사람들은 군중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보도가 인도 국내 각지에서 나오고 있다.

인도에서는 일찍이 이슬람계 주민과 힌두계 주민 사이에 과거 수년에 최악의 폭동이 빈발해, 가짜 뉴스(Fake news) 등이 폭동 등을 조장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거센 비판과 유언비어가 퍼지면, 민중은 쉽게 망상에 사로잡혀 이성을 잃고 폭동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음이 드러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도 정부의 코로나 위기대응도 매우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 전역은 21일간의 록다운(Lockdown, 봉쇄)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다른 강국에 비해 신종 코로나 감염 확인자 수와 사망자 수는 적지만, 전문가와 일부 고위 관리는 앞으로 급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토야키씨에 따르면, 그와 아내는 소셜 미디어(social media)로 공격의 표적이 되어, 엄마와 할머니는 무서워서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병원에서 피난살이를 하고 있다.

“왜 여기까지 증오에 사로잡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사토야키씨는 미국에서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신종 코로나 감염 확산으로 도항이 제한돼 있어 사토야키 씨는 인도 국철 직원으로 오래 일한 아버지를 배웅하는 마지막 의식을 위해 귀국하기도 어려웠다.

* 격리자 명단 확산

인도 정부는 지난 3월 20일, 소셜 미디어 기업에 대해, 가짜 정보나 감염 확대에 관한 미검증 데이터의 확산을 단속하도록 요구하는 권고를 발표했다. 인도 정부 고위 당국자들도 동원되어 가짜 뉴스 적발에 나섰다.

인도의 민간 팩트 체크 기업 2사에 따르면, 인도에서 감염자가 최초로 확인된 이래, 소셜 미디어에서 잘못된 정보나 가짜뉴스가 급증하고 있다.

뉴스체커 발행인 라지네일 카마스는 큰 정치행사 기간 중 잘못된 정보의 급증세를 빼닮았다고 지적한다. 인도 각지의 언어로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누구나 이게 정말입니까?”라고 묻는다.

온라인의 플랫폼을 사용해, 리스크가 높다고 여겨지는 지역에서 최근 돌아간 사람이나, 감염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특정하려고 하는 움직임도 볼 수 있다.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 주 당국은 복수 지역에서 격리되어 있는 사람들의 리스트를 온라인에 올려 그것이 대화 앱 ‘왓츠앱’의 현지 그룹으로 공유 되고 있다.

주소도 기재되어 있는 이 목록을 바탕으로, 이용자들이 자신의 우편 번호를 입력해 근처에 격리되어 있는 사람이 없는지 조사할 수 있는 웹 사이트도 등장했다.

3월 28일 저녁 현재 인도에서 확인된 감염자는 909명, 사망자는 19명이다. 인도 보건당국은 국내 감염자가 감염 확산 지역으로 건너간 적이 있는 사람이나 접촉한 사람들로 대부분 한정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5월 중순까지 10만 명 이상이 감염될 수 있다는 예측도 있어 노후한 인도의 의료체제에 엄중한 중압감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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