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대유행 때에는 ‘방어적 비관주의’가 ‘낙관주의’ 보다 훨씬 준비성 좋아

[뉴스케이프 하태균 기자]

우리는 항상 불안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배우면서, 방어적 비관주의로 이 상황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그래픽=뉴스케이프)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을 집중시키는 것은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로 그 영향이 미칠 것이다. 마치 “커브 컷 효과(The Curb-Cut Effect)”와 같다.

길거리를 걷다보면 차도와 보도 사이에는 4각으로 깎인 돌 등으로 구분을 해놓았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발을 높이 올려 넘거나 휠체어가 높아서 제대로 올라가지 못하는 경우를 없애기 위해 일부분을 경사지게 깎아 쉽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한 것을 두고 ‘커브 컷(curb-cut)'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장애인이나 유색인종 등 취약한 사람들을 위하여 만들어 놓은 법이나 프로그램이 종종 사회의 모든 사라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효과를 “커브 컷 효과”라고 한다. 장애인 등 취약한 사람들을 위해 도로의 연석을 경사지게 깎아 놓았더니 장애인은 물론이고 여행길을 위해 무거운 가방을 가지고 나온 정상인 여행객들에게도 쉽고 편리하게, 그리고 힘이 덜 들게 하는 효과가 있다. 

4월 7일 오전 9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감염 확진자는 134만 명 이상, 사망자 또한 7만 4천명을 웃돌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세계적 대유행(Pandemic,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대응책들이 커브 컷 효과와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는가? 

아래는 미국 콜로라도 볼더 대학의 여성 및 성(性)학 조교수인 마이삼 알로마르 (Maisam Alomar)가 중동 위성 채널 ‘알 자리자’에 5일(현지시각) 기고한 글이다. 

3월 첫째 주까지 발생한 코로나19(COVID-19) 전염병에 대해, 백악관의 거의 모든 언론 브리핑에서, 일반적으로 건강한 젊은이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가벼운 증상을 보일 것이라고 안심했다. 일부 브리핑에서는 “기초적인 건강상태에 있는 개인이 상식적인 예방책을 사용하여 자신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추가 정보도 포함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병해서 세계적 대유행으로 전파된 것은 건강한 젊은이들이다. << 장애인들이나 취약한 계층의 사람들이 팬데믹을 유도한 게 아니다>>

지난 2012년 메르스-CoV(코로나 바이러스)로 알려진 또 다른 종류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했을 때 사망률(death rate)은 65%로 추정됐다. 거의 모든 감염자들이 즉시 심각한 증상을 보였기 때문에, 대다수의 감염자들은 병원에 입원했고, 따라서 이 바이러스의 변종은 쉽게 억제될 수 있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처럼 초기 전염성이 강하고,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이 감염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메르스는 치사율은 높지만 전염율은 낮고, 감염자수가 많지 않아, 그들을 병원에 입원시켜 외부와 격리를 한 덕분에 쉽게 진정시킬 수 있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아무런 증상도 보이지 않았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활동을 계속할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증상들을 가지고 있지만, 전염력이 대단하다. 

건강한 젊은이들은 무증상 보균자(asymptomatic carriers)가 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은 동시에 부유한 백인들은 코로나19를 더 치명적으로 만드는 근본적인 조건을 가질 가능성이 적으며, 자가 격리를 하고 보호 장비를 갖추고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다. 또 부의 집중과 마찬가지로 건강관리, 자원, 보호, 마음의 평화 등의 집중도 줄어들지 않는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위한 도움이 부유한 사람들에게도 그 효과가 난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커브 컷 효과”는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들이 결국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말한다. 이 용어는 안젤라 글로버 블랙웰(Angela Glover Blackwell)이 1968년 건축장애물법(Architectural Barriers Act)이 건물의 접근성을 높이라고 규정한 이후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부모들, 무거운 수레를 밀고 다니는 노동자, 심지어 “아픈 곳이 없는 보행자”에게도 혜택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낸 연구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병 대유행의 맥락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먼저 돌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지만 실제로는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특히 위험을 느끼지 않은 대부분의 미국인에게 초기 대응은 무관심에서부터 공황(Panic)에 대한 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봄 방학 여행(Spring break trips)과 대학생들을 위한 활동은 3월까지 계속되었다.

기아, 모기, 심장병과 같은 문제들이 코로나19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는 지적은 옳았지만, 불행하게도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이러한 모든 문제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너무 많이 중복돼 있다.

유행병에 면역이 된다고 믿는 ‘제1세계(First-world, 부유한 사람들)’의 오만함, 특정 질병을 특정 신체에 고정시키는 인종차별적 낙담의 으스스한 위안, ‘중국 바이러스(China virus)’나 ‘우한 바이러스(Wuhan virus)’에 대한 반복적인 언급으로 재현된 이미지는 (역설적으로) 미국의 공중보건에 대한 늑장 대응을 뒷받침한 셈이 됐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싱가포르나 나이지리아와 같이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에볼라(Ebola)에 대한 과거의 경험으로 엄청나게 충격적인 효과를 예상하며 대유행병에 대한 일반적인 취약성을 가지고 있던 국가들은 훨씬 더 즉각적인 공중 보건 대응과 코로나19의 완화가 아닌 봉쇄를 통해서 더 많은 성공을 거두었다.

미국 당국이 마침내 전염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을 때, 그들이 취한 조치는 인구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추지 못했다.

트럼프 정부는 국민들에게 집에 머물 것을 요구했지만, 대다수의 미국인을 위해 집에 머물게 하는 것은 실업자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래서 빅 테크(Big Tech)와 같은 산업들이 집에서 하는 일과 같은 소규모 일용직에서 재빨리 손을 떼자, 많은 미국인들이 실업 수당을 청구하기 위해 줄을 섰다. <<< ‘빅 테크’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같이 정보기술 분야에서 대규모이자 지배적인 기업들을 말한다.>>

검사 시험도 문제였고, 또 매우 더딘 선별작업도 문제였다. 일부 주에서는 마침내 코로나19에 대해 무료 검사를 제공하고 있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접근하기 어려운 장애물이 존재하는 한편 검증된 의사의 진단서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무료 검사를 제공하고 있다.

연방과 주 당국은 필요한 보호구, 장비 및 소독제의 미국 내 생산을 추진했지만, 항상 이러한 제품을 제조할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예를 들어 뉴욕에서는 죄수들이 손 소독제를 만드는 일을 맡지만, 그들 자신도 알코올 농도가 높기 때문에 그러한 제품 사용이 금지되어 왔다.

대학들은 원격교육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재정지원에 의존하는 일부 학생들을 위한 주택, 음식, 인터넷 접속 등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다루기 위해서는 모든 단계에서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우리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즉각적이고 광범위한 검사와 유급 병가를 필요로 한다. 이익에 의해 추진되지 않고 보험사와의 협상으로 지연되지 않는 치료의 가용성을 포함해 모두를 위한 공공의료(public healthcare) 서비스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미국 입국을 막는 것에만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 달 이상 지속되고 있는 지역사회 감염 확산에 더 관심을 갖는 국가의 대응이 필요했었다. 우리는 오랫동안 공중 보건과 특히 격리 혹은 감금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위협이 되어온 교도소와 같은 기관들의 폐지를 요구할 필요가 있음에도, 그들의 무급 노동으로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손 소독제가 생산된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보다 전염병에 더 취약하게 하지 않는 자원들의 재분배가 필요하다.

미국이 대유행의 중심이 되기 전에, 무증상의 건강한 젊은이들은 할 수 있는 한 비필수적인 모임과 여행을 취소하고, 실내에 머무르도록 격려 받았어야 했다.

공황 상황이 역효과를 낳을 수 있지만, 불안이 없을 수가 없는 심각한 상황이다. 적절한 대응은 사람들에게 조용하게 있으라고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불안을 정치적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방어적 비관주의(Defensive pessimism)는 1980년대에 심리학자 낸시 캔터(Nancy Cantor)가 확인한 인지적 전략이다.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어떤 사람들은 어떤 상황의 최악의 결과를 예상하고, 최악의 상황을 피하며, 그 사람이 부정적인 결과를 처리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계획과 준비에 불안을 이용한다.

방어적 비관주의는 효과적인 인지 전략으로 간주 된다 ; 이 전략을 사용하는 불안감을 가진 사람들은 불안감 없는 사람들만큼 불안감 유발적인 일을 잘 수행하며,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 불안감이 없는 사람들보다 준비를 더 잘한다. 

그것은 또한 역사와 증거가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인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민족주의 담론(nationalist discourse)에서부터 전면적인 파시즘, 기후변화, 또는 전염병 유행에 이르는 모든 것이 함께 미끄러운 비탈길과 같은 커브 컷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이 전략은 비판적 인종 이론가 데릭 벨(Derrick Bell)이 요구한 불가능해 보이는 과제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 “행동의 무의미함과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반드시 취해야 한다는, 깜빡이지 않는 확신에 대한 인식이다”

즉각적이고 과감한 조치의 비용은 많이 들지는 몰라도, 뒤늦은 조치의 비용은 (과감한 조치보다)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아마 우리는 개별적으로 괜찮을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그러나 상황이 계속 악화되어 감에 따라, 그 괜찮을 것이라는 감정이 우리의 두려움을 달래주고 일시적으로 우리의 불안을 완화시켜줄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방어적 비관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는 항상 불안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배우면서, 방어적 비관주의로 이 상황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때 우리 모두가 가장 취약한 사람들처럼 조심한다면, 아마도, 우리가 지나치게 준비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을 때 진정한 안도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과도하다 할 정도의 대응 조치가 전염병 대유행 시기에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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