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기독교 세력의 지지를 쥐어짜다

[뉴스케이프 하태균 기자]

지난 번 선거에서 힐러리 클리턴 전 국무장관(민주당 후보)의 여론조사 결과가 트럼프 보다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스윙스테이트(Swing state, 경합주)와 보수기독교계, 팜 벨트(Farm Belt : 농장지대), 그리고 러스트 벨트(Rust Belt : 공장지대)의 지지로 거뜬히 당선된 저력이 있어 11월 3일까지 5개월 정도 많은 시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반전을 꾀할지 두고 볼 일이다. 지금 신의 기적이 없을 것이며, 미국 정치에 신이 편들지 않을지 여부는 지켜보면 알 일이다. (사진 : 미국 NBC TV 화면 캡처)“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여론조사에서 미끄러지면서 승리를 위해서는 신의 개입이 필요할 것이다.”

카타르 소재 알자지라의 수석 정치 분석가인 마르완 비샤라(Marwan Bishara)은 10일 알 자지라의 ‘오피니언’란에 “전능하신 트럼프, 기적이 필요하시다(Trump Almighty needs a miracle)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 같이 말했다. 

미국이 폭동을 일으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미국인들이 그의 두 가지 규칙을 알기를 원한다.

(규칙 1) : 도널드 트럼프는 언제나 승리자다. 

(규칙 2) : 도널드 트럼프가 (무슨 일에서) 패하고 있을 때 규칙 1번을 다시 참조하라.

그래서 점점 더 많은 수의 공화당원들과 보수주의자들이 그를 버리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전직 장군들과 정부 관리들이 대중의 신뢰를 잃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고 있듯이, 이럴 때에는 규칙 1을 다시 언급하라.

경제가 침체되고 실업률이 역사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오르고, 미국인들은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기록적인 숫자로 사망하는데, 모두 그의 감시 아래에서 ‘마찬가지 혹은 상기와 같음 (Ditto)이다.

인종차별과 경찰의 만행에 대한 역사적인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대통령직을 뒤흔들고 있다. 

마르완 비샤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애처로운 패배자, 폭력배, 선동가, 가짜뉴스메이커들“을 이길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고 싶다면서 ”그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경제, 미국이 가졌던 것 중 최고를 건설한 것처럼, 그는 다시 그것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결국 지난 1월 마이애미 외곽의 거대한 교회(megachurch)에서 자신의 정치적 지지자들에게 “신은 우리 편(God is on our side)”라고 말한 적이 있다. 비샤라는 결국 그는 “두 번째 오는 사람(Second Coming)”의 화신으로 그는 ‘선택받은 사람’이라면서, 그가 앞으로 올 사람이 아니라 어쩌면 지금 당장 선택받은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갸우뚱거렸다. 

* 트럼프의 경건함과 애국심 (?) 

신의 이름을 헛되이 사용하는 것은 특히 부정직하고 자기도취적인(narcissistic) 것일 수도 있지만, 트럼프는 그것과는 거리가 먼 종교를 이용해 자신의 견해와 정책을 진전시킨 첫 번째 지도자가 아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교회 이용,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힌두교 이용,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시아파 이용,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유대교 이용도 냉소적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종교에 대한 미국의 오랜 정치적 착취의 역사를 주로 다루는데, 이는 미국이 더욱 뚜렷하게 ‘신아래 국가(nation under God)', 즉 ’기독교 국가(Christian nation)‘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더욱 심화됐다.

더 친절한 사회에 대한 트럼프의 비전을 발전시키기 위해 성경을 처음으로 눈에 띄게 사용한 사람은 민주당원이었다. 프랭클린 델라노 루즈벨트 대통령은 자신의 진보적인 정책을 옹호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연설에서 성경 구절을 낭송했는데, 특히 대공황 이후 1930년대의 뉴딜정책은 특히 그러했다.

공화당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도 1950년대에 그랬지만, 보수적인 의제를 진전시키기 위해, 특히 냉전 기간 동안 ‘신을 믿지 않는 소련’에 대항하는 미국인들의 통합을 특히 강조했다.

아이젠하워는 1953년 제1회 국가조찬기도회(National Prayer Breakfast)를 주재했고, 1954년에는 국가의 충성에 ’하느님 아래(Under God)'를 추가하는 것을 열렬히 지지했다. 곧이어 우표와 동전, 화폐 등에 ‘우리가 믿는 하느님 안에서(In God We Trust)’가 등장해 공식 국가 좌우명(national motto)이 됐다.

이후 민주당과 공화당은 루즈벨트와 아이젠하워의 전철을 밟았다. 어떤 이들은 힘없고 취약한 사람들을 돕는 복지국가의 ‘사회적 복음서(social gospel)’를, 어떤 이들은 개인 주권과 작은 정부, 자유 기업의 ‘자유 복음서(freedom gospel)’를 설파했다.

말할 필요도 없이 트럼프는 아이젠하워에 대한 개인적 감탄을 오랫동안 표명해 왔지만, 주로 '나, 나, 나, 나(I, me and myself)'라는 복음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후기 진영에 속한다고 마르완 비샤라는 주장한다. 

* 불경스러운 결혼

2016년 보수 기독교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간음자, 모독자, 세 번 결혼했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그를 끌어안았다. 그들은 심지어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기독교인 테드 크루즈(Ted Cruz)보다 그를 선택했다. “신이 더 나쁜 사람들을 이용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편의적인 결혼이었다. 

보수 성향의 기독교인들은 트럼프를 필요악, 비열한 사업가, 승리를 위해서라면 자신들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승자'로 봤다. 그리고 백인 보수 기독교인들은 전능하신 트럼프를 획득하는 박을 첬다. 

보수적인 판사를 임명하는 것부터 세금을 깎아주는 일, 낙태 반대를 지지하는 등 사회적으로 보수적인 정책을 지지하는 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이란을 악마로 만드는 일까지 트럼프는 기독교 자유주의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정말 많은 일을 해왔고 하고 있다. 

트럼프는 그들을 필수불가결한 동맹으로 보았다. 그들이 없으면 이길 수 없었고, 그들과 함께라면 실패할 수 없었다. 이 모든 것은 그가 대유행의 잘못된 관리와 인종차별과 경찰의 만행에 대한 시위운동의 잘못 대처가 역효과를 냈던 최근까지도 꽤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기불능과 무능을 은폐하기 위해 군사배치를 요구하면서 시위를 우려해 백악관 벙커에 비겁하게 은신처를 찾았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국민의 분노는 더욱 거세졌다.

트럼프는 강하고 경건한 지도자처럼 나타나 자신의 기독교 근거지에 호소하기 위해 백악관에서 인근 세인트존스 교회(St John's church)까지 걸어갔다.

그는 성경을 한 장씩 휘두르며 교회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했고, 행정부 관리들을 꼬드겨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 스테이지에 오른 사진 작전은 하느님의 이름을 헛되이 사용한 위선적인 행동처럼 보였다고 비샤라는 비꼬았다. 

“내가 복음주의자들, 즉 종교 자체를 위해 해온 일을 한 대통령은 없다”고 자랑했던 그 남자트럼프는 “이제 그의 기독교적 근거지에 보답하고, 기독교계 미국인들이 결속하여 지지해 줄 것을 요구하는 성경을 든 트럼프 모습”을 연출했다. 

* 트럼프, 쿨(ccol)하지도 않고, 기독교도 아니다. 지지를 쥐어짜다 

답은 빠르고 분명하며 놀랍게도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보수적인 복음주의 지도자들 중 한 명으로부터 나왔다.

언론계 거물이자 텔레비전 전도사인 팻 로버트슨(Pat Robertson)은 시위대의 곤경에 연민으로 대응하지 않고 군을 투입하겠다고 위협해 거칠게 대응한 트럼프를 질책했다. 그는 “대통령님, 그냥 그렇게 하지 마세요. 그것은 멋지지 않습니다”하고 말했다.

교회를 찾아가 행한 곡예는 분명히 역효과를 냈다. 보수 복음주의 유권자들의 패배에 대한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던 트럼프는 이제 대통령직을 살리려는 필사적인 시도로 더 많은 지지를 쥐어짜고 있다.

그의 견고한 기반이 깨지기 시작했다는 첫 징후는 지난해 12월에 나타났는데, 그 때 영향력 있는 복음주의 잡지 ‘기독교투데이(Christianity Today)’의 한 사설은 트럼프가 공직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5월까지 백인 복음주의자들 사이에서 그의 지지율은 3월 77%에서 62%로 떨어졌다. 백인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서는 27포인트라는 훨씬 더 큰 하락이 기록됐다. 일반 인구의 감소보다 더 많다.

분명 나라의 분위기가 바뀌면서 트럼프에 대한 지지가 권모술수에 매우 능한 마키아벨리주의자(Machiavellian)의 안내를 받아온 복음주의자들의 분위기, 그리고 논쟁의 여지가 없을 만큼 비기독교인 원칙에서는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최근 몇 달 동안 복음주의자들과 보수주의 기독교인들은 점점 더 인기가 없는 트럼프를 무의미한 수단으로 볼지도 모른다. 심지어 그들의 추종자들 사이에서 약간의 손실을 입힐 수도 있는 책임도 있다. 그럴 경우, 트럼프의 승리를 위해서는 한두 가지 이상의 규칙이 필요한데 그것 중 하나가 “신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르완 비샤라는 조지 미첼(George Mitchell) 전 상원 원내총무의 기억에 남는 말을 인용 “트럼프는 정기적으로 그렇게 해달라고 요청받지만, 신은 미국 정치에 편을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난 번 선거에서 힐러리 클리턴 전 국무장관(민주당 후보)의 여론조사 결과가 트럼프 보다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스윙스테이트(Swing state, 경합주)와 보수기독교계, 팜 벨트(Farm Belt : 농장지대), 그리고 러스트 벨트(Rust Belt : 공장지대)의 지지로 거뜬히 당선된 저력이 있어 11월 3일까지 5개월 정도 많은 시간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반전을 꾀할지 두고 볼 일이다. 지금 신의 기적이 없을 것이며, 미국 정치에 신이 편들지 않을지 여부는 지켜보면 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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