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련 “‘공무원 생활 편하게 해줄테니 다시 비서로 와라’”

[뉴스케이프 박진선 기자]

22일 오전 서울 한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에서 김재련(가운데) 법무법인 온 세상 대표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진선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 측이 4년 동안 피해 사실을 호소했으나 서울시 인사담당자 등이 이를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성추행을 당한 증거를 내놓으라는 일각의 요구에는 수사기관에 자료를 제출했다며 현장에선 제시하지 않았다.

A씨 측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와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는 22일 서울의 모처에서 박 시장 성추행 2차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변호사는 강제추행 고발사건과 관련해 “현재 고발인 조사가 진행 중이고, 피해자도 진술 조사를 했다”며 “우리 법에서 ‘방조’라고 함은 직간접의 모든 행위를 말한다. 방조는 유형적 물리적 뿐만 아니라 정범에게 범행 결의를 강화하려고 하는 무형적, 정신적 행위도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발인 조사 진행 중이고 피해자도 진술조사를 했다. 피해자가 성고충을 인사 담당자에게 언급했다”며 “직장 동료에게 불편한 내용의 텔레그램 문자를 직접 보여줬고, 속옷 사진도 보여주며 고충을 호소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그러나 피해자에게 돌아온 대답은 ‘남은 30년 공무원 생활 편하게 하도록 해줄테니 다시 비서로 와라’, ‘몰라서 그랬겠지’, ‘예뻐서 그랬겠지’, 인사이동 관련해선 ‘시장에게 허락 받아라’ 등의 성고충 인사고충 등을 얘기했음에도 전보조치 노력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며 피해자가 계속 근무하도록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피해자가 계속적으로 추행의 피해에 노출되도록 한 건 추행 방조 혐의도 인정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증거를 보여달라’는 일각의 요구에 대해서는 “이미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추가 확보 자료로 수사기관에 제출될 예정이다”라며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피해를 말하면 그것으로, 구체적 내역을 말하지 않으면 또 그것으로 피해자를 공격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피해자에 대한 책임전가이자 2차 피해자 될 수 있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A씨의 심경을 담은 글도 공개됐다. A씨는 "(성추행) 문제를 인식하는 데 오래 걸렸고, 문제를 제기하기까지는 더욱 오랜 시간이 걸린 사건이다"며 "피해자로서 보호받고 싶었다. 수사 과정에서, 또 법정에서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어떠한 편견도 없이 적법하고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사건) 과정이 밝혀지기를 바란다"며 "본질이 아닌 문제에 대해 논점을 흐리지 않고 진실에 집중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증거 제출 후 일주일 만에 돌려받은 휴대전화에는 '너는 혼자가 아니야. 내가 힘이 되어줄게'라는 메세지가 많았다"며 "수치스러움에 숨기고 싶고, 굳이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던 아픈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아직 낯설고 미숙하지만 오래 고민하고 선택한 길을 응원해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했다.

한편 앞서 서울시 공무원들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강제추행을 방임·묵인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서울시청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이 기각했다. 경찰이 방조 의혹을 살핌으로써 성추행 의혹의 진실을 일부 확인하겠단 의지를 드러냈으나 법원이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저작권자 © 뉴스케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