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와 자력갱생, 그리고 인도적 차원의 물자 반입 개방 문제로 모순 직면

[뉴스케이프 하태균 기자]

코로나19에 대항해 폐쇄하는 동시에 인도적, 의료적 지원을 위해 개방해야 하는 모순에 직면해 있다(사진=유튜브 캡처)- 북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최근 홍수 피해자들을 위해 개인 곡물 저장고를 풀어 나눠주라고 했다. 

- 북한은 8월 초 현재 이번 홍수로 3만9296정보의 농경지가 피해를 입고, 살림집 1만6680여세대, 공공건물 630여동이 파괴, 침수됐다고 피해 규모를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 매우 이례적으로 김정은 위원장 자신의 저장고를 헐어 사용하기로 한 것은 걱정스러운 점을 시사할 수도 있다. 

- 한 전직 미국 중앙정보국(CIA) 한국지부장은 인사이더에게 “북한이 지금 겪고 있는 경제적 스트레스의 완벽한 폭풍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15일(현지시각) 김정은이 자신의 곡물창고를 헐어, 수해 피해자들에게 나누어주라고 한 것은 ‘뭔가 걱정스러움의 상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간의 심한 장마에 의한 심각한 홍수로 북한 김정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속에 고립된 북한에 심각한 상황을 예고할 수도 있는 비정상적인 대응에 돌입했다. 북한은 이번 홍수로 3만9296정보의 농경지가 피해를 입고, 살림집 1만6680여 세대, 공공건물 630여동이 파괴, 침수됐다고 피해 규모를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장마철에 내리는 비는 전형적으로 북한의 부족한 기반 시설 때문에 북한을 황폐화시켜왔었다. 

1990년대에는 농경지의 약 15%가 홍수로 파괴되었고,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200만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었으며, 북한은 이 기간 동안 약 225,000명이 사망했다는 추정 보도도 있었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전했다. 

이달 초 김정은은 최근 홍수로 피해를 입은 마을을 둘러봤다. 그의 전국 방문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북한 관영매체들이 선전물을 퍼트릴 수 있는 만큼 현 상황에 대한 그의 지시는 해외의 북한 관측통들의 관심을 끌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특별 식량 비축물에서 나온 곡물을 최근 홍수로 인한 이재민들에게 분배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김정은 정권은 또 한국과 중국에서 비슷한 홍수로 수십 명이 사망했지만, 김정은이 방문한 곳에는 아무도 홍수로 사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의 말을 인용 “피해자들의 생활 안정을 위해 침구류, 생활필수품, 의약품 등 필수품을 조속히 공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곡식을 받은 주민들은 자신의 불행을 자신의 가장 큰 고통으로 여기며 이를 완화하기 위해 아무것도 아끼지 않는 자비로운 어버이께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고 주장했다.

태영호 한국 미래통합당 의원(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은 이날 헤리티지재단 싱크탱크 주최로 열린 패널에서 “김정은의 곡물 비축량이 전쟁 시에만 쓸 수 있는 특별 비축 곡물을 비축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 생각엔... 이는 북한의 현재 식량 상황이 정말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며,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북한은 정말 어려운 상태에 처해 있다”며 지적하고, “북한에 긴급지원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중국에 김정은이 일종의 SOS 신호를 보내고 싶어 한다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 

태 의원은 이어 “북한이 중국의 지원에 의존할 필요가 있다면, 미국에 대한 도발을 억제해야만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올해 하반기에는 김정은이 중국의 긴급한 도움이 필요하면, 미국에 대한 큰 군사적 도발을 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전했다. 

북한은 코로나바이러스를 통제하고 있으며, 7월 말 단 1건 감염자와 관련을 말하면서도 구체적인 감염 확진자 발생 건수는 밝히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는 개성으로 간 탈북자는 코로나19 양성반응을 보인 적이 없다고 밝혔으나, 북한은 개성으로 온 탈북자와 코로나19가 관련이 있다며 개성시를 완전 봉쇄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얼마 후 북한 당국은 외부의 지원을 거절한다면서 개성 봉쇄 해제조치를 했다. 

한 전문가에 따르면, 북한의 무역 관계와 중국과의 근접성을 감안할 때, 북한의 낙관적 평가는 사실 다소 어둡다고 말했다.

신문은 브루스 클링너(Bruce Klingner) 전 미 중앙정보국(CIA) 한국지부장은 인사이더에게 “북한이 지금 겪고 있는 경제적 스트레스의 완벽한 폭풍을 반영한다면서 ”북한은 이미 세상으로부터 고립되어 고통을 받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클링너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북한의 가혹한 조치는 경제적 생명줄을 해쳤다. 최근 홍수로 인해 북한의 투쟁은 더욱 악화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북한으로 현금이 흘러들어가게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러시아의 현금 차단, 중국과의 국가차원에서의 밀반입 활동의 중단 등 북한은 홍수와 더불어 3중고를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도 올해까지 지속해야 할 가을 수확에 농작물이 일부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외원조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정은은 지난 13일 정치국 회의에서 “전 세계적인 악성 바이러스 확산”을 언급하며 “홍수 피해에 대한 어떠한 외부 원조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접경지역에서 더 엄격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클링너는 “그들이 해야 할 일과 앞으로 할 일은 매우 다른 두 가지”라면서 “모든 나라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하고, “코로나19에 대항해 폐쇄하는 동시에 인도적, 의료적 지원을 위해 개방해야 하는 모순에 직면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그러니까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김정은 정권은 이 두 가지 상반된 목표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에 대해 깊게 고심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뉴스케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