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케이프 하태균 기자]

포스트 코로나(Post-Corona)시대의 국제사회의 끈끈한 연대의식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강 미국 내에서의 인권상황과 약자, 소수를 대하는 극보수 성향의 바이블 벨트(Bible Belt)와 ‘백인우월주의(white supremacy)’는 스스로는 망치(Hammers)로 생각하고, 자신들을 제외한 부분은 ‘못(nails)'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안타까운 현실이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 : 위키피디아)‘세상에서 가장 많은 폭격을 받은 땅’이라면 매우 생소한 말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전쟁을 많이 한 땅인가? 아니면 외국으로부터 가장 많은 침략을 당한 땅일까? 

아니다. 이 이야기는 미국 이야기이다. 핵실험에 관한 이야기이다. 지금까지 900건 이상의 행실험이 이루어진 미국의 땅 네바다 주에 사는 ‘쇼쇼니 부족’의 이야기가 다시 한 번 절규로 들린다.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은 여전히 핵실험의 결과를 감수하면서 지금도 살고 있다며, 호소하고 있다. 

쇼쇼니(Shoshone) 부족은 북아메리카의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부족 연합체로서 북아메리카 남부에 위치한 느슨한 부족연합의 명칭이다. 쇼쇼니 부족은 미국 네바다 주 핵 실험장을 비롯, 아이다호, 유타, 캘리포니아 주 등 최소 2400만 에이커(약 300억 평)에 이르는 땅을 빼앗겼다며 미국 정부에 반환을 요구하고, 또 미 정부의 답이 없자 유엔(UN)에 중재를 요청하기도 한 원주민 부족이다. 이들은 언론에서 이미 잊혀진 땅, 잊혀져가는 원주민들이다. 

쇼쇼니 부족 인디언들의 웨스트 밴드의 주요 멤버인 이안 자바르테(Ian Zabarte)는 8월 29일 자 알자지라의 ‘오피니언’란에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폭격을 받은 땅으로부터의 메시지‘라는 제목의 글에서 미국의 핵실험과 그에 따른 고통스러운 현지 쇼쇼니 부족의 삶을 널리 호소하고 있다.

이안 자바르테는 맨 먼저 “(핵실험 등이) 비밀리에 이루어졌을 때, 무엇이 당신을 죽이는지 결코 알지 못한다”로부터 글을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가족 이야기부터 늘어놓았다. “삼촌이 목구멍을 갉아먹는 끔찍한 암에 시달리고, 할아버지는 방사선 노출로 인한 것으로 알려진 자가면역질환(auto-immune disease)으로 죽는 것을 지켜봤다. 사망원인은 심장마비를 일으켰다고 하지만, 피부가 벗겨지면서 심장에 많은 스트레스를 가했다”

그는 이어 “많은 사촌들이 죽었다. 지난해 50살 정도 된 사촌동생이 가슴에 제세동기를 꽂았다. 이제 갓난아기인 그의 딸도 심장병을 앓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사촌 중 한 명이 나에게 그의 엄마가 암에 걸렸다고 말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 그는 자기도 그것을 같은 질환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몇 달 전, 이곳의 한 장로가 희귀한 형태의 뇌 암으로 사망했다. 모든 가족이 영향을 받는다. 우리는 심신 지체, 백혈병, 소아 백혈병, 모든 종류의 암을 보아왔다”고 소개했다. 

* 미 육군 공업단지

이안 자바르테는 “지구상에서 가장 폭격을 많이 받은 땅인 쇼쇼니 부족 국가의 서부 악단(웨스트 밴드)의 주임”이라고 소개하면서, “쇼쇼니 국가”라는 말을 사용했다. 자기 땅을 잃었다며 반환 소송을 제기한 입장의 인디언 원주민 쇼쇼니 입장에서는 ‘나라’라는 말을 사용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안 자바르테는 “우리나라는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 서쪽으로부터 아이다호 스네이크 강(Snake River)까지 약 4만 평방마일(약 2,560만 에이커)에 위치해 있으며, 대분지의 폭은 350마일(563km)이다. 쇼쇼니 직계 후손은 약 2만5000~3만 명이지만, 미국은 블러드 퀀텀(blood quantum : 조상의 비율, 즉 미국 원주민 혈통이 차지하고 있는 정도)을 기준으로 그 수를 훨씬 낮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쇼쇼니 부족은 적어도 ‘만년 동안’ 그 땅에서 살아왔다”고 주장한다. 

미국과 쇼쇼니 관계는 1863년에 체결된 루비밸리조약(Treaty of Ruby Valley)에 근거한다. 이 조약에서 쇼쇼니는 그 땅을 계속 소유했지만, 20년간 매년 5천 달러씩 소와 그 밖의 상품으로 지불하는 대가로 미국이 그 땅에 군사기지를 세울 수 있고, 미국의 우편과 전신회사가 통신회사와 우체국을 설립, 계속 운영할 수 있고, 철도가 그 땅을 통과할 수 있으며, 미국의 통신사가 이를 통과시킬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 또 그 땅에서 미국이 광물을 채굴하기로 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직전에, 쇼쇼니에는 이제 미군 공업단지(군-산 복합단지)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 핵 낙진

1951년 루비밸리 조약을 위반하며 미국은 쇼쇼니 영토에 네바다 검증 근거지(나중에 네바다 핵실험 현장으로 알려지고, 현재 네바다 국가안보 현장-Nevada National Security Site-으로 알려지게 됨)를 설립하고, 쇼쇼니 원주민들의 동의나 사전 알림 없이 핵무기 실험을 시작했다. 쇼쇼니는 미국의 핵무기 개발을 돕기 위해 페이퍼클립 작전(Operation Paperclip : 종이집게 작전)의 일환으로 나치 과학자들이 미국으로 반입한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고 있다.

페이퍼클립 작전은 주로 미 육군 CIC의 특수 요원이 수행하는 JIOA(Joint Intelligence Objectives Agency)의 비밀 프로그램으로, 미국의 로켓 연구가인 베르너 폰 브라운(Wernher von Braun)과 그의 V-2 로켓팀과 같은 1,600 명 이상의 독일 과학자, 엔지니어 및 기술자가 참여 했으며, 주로 1945년에서 1959년 사이에 미국 정부 고용을 위해 독일에서 미국으로 옮겨졌고, 많은 사람들이 독일 나치당 의 전 직원이었고 일부는 전직 지도자였다는 설이 난무하다. 공식적으로 밝혀지진 않고 있다. 

1951년 1월 27일 1차 핵실험이 쇼쇼니 땅에서 일어났는데, 그때 현장 상공으로 날아온 비행기에서 1킬로톤짜리 폭탄이 떨어졌다. 그 후 40년 동안 그곳은 미국 핵무기의 최고의 실험 장소가 됐다. 약 928건의 핵실험이 쇼쇼니 지역에서 일어났다. 대기권에서는 100건, 지하에서는 800건 이상의 핵실험이 있었다.

1945년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에 13킬로톤의 원자폭탄을 투하했을 때, 1핵폭발이 일어났다. 미국 네바다 법학 저널 2009년 연구에 따르면, 1951년과 1992년 사이에 핵 실험장에서 행해진 실험은 620 킬로톤에 달하는 핵 낙진(nuclear fallout)을 유발했다. 미국은 1992년까지 거의 3주에 한 번씩 쇼쇼니 땅(미국 네바다 핵 실험장)에서 대량살상무기(WMD)를 실험했다.

* 바람부는 대로 

이 핵 실험의 여파는 넓은 지역을 포함했지만, 이곳 쇼쇼니 부족들은 오염된 야생동물을 소비하고, 오염된 우유를 마시고, 오염된 땅에서 살았기 때문에, 가장 많이 노출된 것은 그 지역에서 바람을 타고 사는 북미 원주민 공동체였다. 

북미 원주민 성인의 경우, 노출 위험은 다른 미국인에 비해 15배~30배까지 증가하고, 2세까지 자궁 속에 있는 아기들의 경우 50배까지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핵 낙진이 땅에 내려왔을 때, 그것은 쇼쇼니 영토의 수천 평방 마일에 걸쳐 이런 거대한 동식물군을 죽였다. 

쇼쇼니 사람들이 먹고사는 식량과 난방을 위해 사용하는 소나무가 낙진에 노출되었고, 식량과 의약품에 사용하는 식물들도 핵 낙진에 노출되었으며, 식용으로 사용하는 동물들 역시 노출되었다. 물론 사람들도 노출에서 예외가 아니다. 

이안 자바르테는 “그 결과, 우리 민족-부족이 죽는 것을 지켜보았다. 우리 국토의 가장 강력한 수비수들, 우리 국민의 수비수들 중 몇 명이 그냥 저 세상으로 가버렸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우리의 땅과 민족을 보호해야 한다. 우리의 정체성은 땅이다. 우리의 정체성은 수백만 년, 수천만 년, 수억 년 동안 흘러나와 땅 속에서 나오는 순수한 자연 그대로의 물이다. 우리는 그 순수한 물을 약으로 본다. 사람들은 치유하기 위해 그 순수한 물이 필요하다”고 절규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우리가 발견한 것은 미국이 핵 산업을 위해, 광산업과 이윤을 위해 재산을 파괴하는 것을 중개하고 있다”는 것이며, “우리는 핵무기 실험이든 석탄재든 석유 시추든 방사능 낙진이든 더 이상의 위험을 전혀 견딜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 못과 망치 

“쇼쇼니 부족은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기 시작하고 있다”고 이안 자바르테는 말하고 있다. 50여 년 동안 쇼쇼니 족은 이 침묵의 살인자(silent killer)에 시달려 왔고, 미국 정부의 비밀 유지 문화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카자흐스탄, 일본, 심지어 체르노빌과 같은 핵 재앙이나 핵실험이 있었던 세계의 다른 모든 지역에서는, 비록 그 수치가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되더라도, 노출된 사람들을 감시하기 위한 건강 등록국이 존재한다. 그러나 미국에는 그런 곳이 없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위한 그런 것을 가지고 있지 않다. 쇼쇼니 원주민들에 대한 그런 종류의 테스트가 필요하지만 미국 정부는 그러한 조직도 또 그렇게 해주지도 않고 있다. 

쇼쇼니 인디언 원주민들은 건강 등록이 필요하고, 철저한 낙진 결과에 대한 감시가 필요하다. 지금까지와 같은 건강 불균형(health disparities)이 밝혀지기를 기다릴 수 없다. 이안 자바르테는 “우리는 우리의 기본적인 건강 요구를 이해하기 위해 미국과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1990년대에 기밀 해제된 문서들을 가까스로 입수했다”면서, “하지만 거의 200만 페이지나 되는 방한 분량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어떤 자금도 가지고 있지 않고, 그 일을 완수하기 위한 미국의 지원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이 계속되는 건강 위기를 겪으면서 스스로 이것을 해야만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또 “물론 지금도 그곳에서는 여전히 군사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는 계속 견디고, 방사선이 땅 위에 있고, 우리의 식물, 우리의 동물, 그리고 우리 민족의 내부에 있다는 것을 이해하며 살아가고 있다”면서 “쇼쇼니 사람들을 죽이는 것은 우리가 서명한 조약의 일부가 아니었다. 우리 민족은 결코 우리 자신의 파멸을 초래하는 일에 관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의 관습은 나눔이지만, 미국이 가진 모든 것이 망치이고, 우리 모두는 못이다. 미군이 쇼쇼니를 폭탄으로 망치질 해왔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는 11월 3일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 즉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운동이 미국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러자 결속을 다짐한 듯, 아니면 흑인을 비웃는 듯 “백인의 목숨도 소중하다(White Lives Matter)"는 맞불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극도로 인종차별로, 이념적으로 양분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주장하는 현 정부의 노선이 미국 내부적으로는 인종차별로 분열되고, 대외적으로는 보호주의라는 명분으로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로 들어서면서, 기존의 세계 보편적 가치인 천부인권(天賦人權, Natural Rights of Men)은 사라지고, 소수와 약자는 공동체에서 벗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Post-Corona)시대의 국제사회의 끈끈한 연대의식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강 미국 내에서의 인권상황과 약자, 소수를 대하는 극보수 성향의 바이블 벨트(Bible Belt)와 ‘백인우월주의(white supremacy)’는 스스로는 망치(Hammers)로 생각하고, 자신들을 제외한 부분은 ‘못(nails)'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안타까운 현실이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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