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불법 침입”...통지문에 구체적인 정황 없어 ‘두리뭉실’ 해명

[뉴스케이프 강우영 기자]

26일 오전 6시 30분경 피격 공무원이 탑승했던 무궁화 10호가 연평도 해상에 정박해 있다. 해당 선박은 이날 오전 8시께 목포항으로 출발했다. (사진=김한주 기자)

[뉴스케이프=강우영 기자] 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후 북한군에 피격·사망한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 A씨(47)가 월북했다는 우리 정부 발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A씨가 북한 해역까지 간 배경에 월북 의사가 있다고 주장한 반면 북측은 어제(25일) 남한 측에 보낸 통지문에는 A씨가 불법침입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남북 공동으로 이 사건을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북한은 어제(25일) 남한에 보낸 통지문에서 A씨가 불법침입해 신분확인을 요구했으나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않고 이상 행동을 해 발포·사살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통지문에서 “우리 군인들은 정장의 결심 밑에 해상 경계 근무 규정이 승인한 준칙에 따라 10여 발의 총탄으로 불법침입자를 향해 사격했으며 이 때 거리는 40~50m 였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격 후 아무런 움직임도 소리도 없어 10여미터까지 접근해 확인수색했으나 정체 불명의 침입자는 부유물 위에 없었으며 많은 양의 혈흔이 확인됐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의 이같은 해명에는 몇 가지 의문점이 있다. 우리 군은 A씨가 월북한 것으로 보고 있는 반면 북측은 A씨를 왜 불법침입으로 보았는지 하는 점이다. 정부는 북한 통신신호를 감청한 첩보를 통해 A씨가 월북한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우리 군 주장대로라면 A씨는 북한군과 조우했을 때 월북 의사를 밝혔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북한은 A씨가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않았다면서 그를 불법침입으로 규정했다. 양측 주장이 배치되는 대목으로 A씨와 북측이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밝혀야 하는 대목이다. 

북한은 또 “우리측 군인들이 단속 명령에 계속 함구만 하고 불응하기에 두 발의 공포탄을 쏘자 놀라 엎드리면서 정체불명의 대상이 도주할 듯한 상황이 조성됐다고 한다”며 “일부 군인들의 진술에 의하면 엎드리면서 무엇인가 몸에 뒤집어 쓰려는 듯한 행동을 한 것을 보았다고도 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해상에 단독으로 표류하던 민간인을 근접한 거리에서 사살한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A씨가 표류하던 중 북측 단속정에 발견됐고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A씨가 북한 군인에게 물리력을 사용했거나 강하게 저항했다는 내용은 통지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A씨가 북한 측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했는지에 대한 조사도 필요해 보인다. 

여기에 북한 단속정의 지휘 책임자가 발포 명령을 내렸다는 것도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초급간부에 불과한 단속정 정장이 남북관계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민간인 발포 명령을 내린다는 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한편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지난 25일 저녁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북측에서 온 통지문에서 밝힌 사건 경과와 우리측 첩보 판단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계속 조사해서 사실관계를 규명해 나가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청와대는 "북측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필요하다면 북측과의 공동조사도 요청하기로 했다"며 “이와 같은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서해에서의 감시 및 경계태세를 더욱 강화하는 조치를 시급히 취해 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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