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케이프 하태균 기자]

이미지 캡션“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은 국가의 수많은 과제들을 해결하는데 있어, 비전과 창의성이 부족함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교 국제관계학과 앤서니 판케(Anthony Phhnke)는 조교수는 알 자지라의 ‘오피니언’에 7일(현지시간) 기고한 글에서 위와 같이 주장했다. 

과거에는 보기 어려웠던 장면들이 지금은 마치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당 충성파들이 서로 막말을 주고받는 것은 이제는 미국 정치 담론의 너무나 흔한 특징이 됐다.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Ruth Bader Ginsburg) 대법관의 죽음과 에이미 코니 배럿(Amy Coney Barrett)의 연방대법원의 대법관 지명에 대한 후속 논쟁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어떻게 합의하지 않는지를 매우 잘 보여준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직접 맞선 언행조차 좌파 사람들을 자극, 백악관이 ‘(코로나19) 상황을 끔찍하게 대처했다"고 지적하고 비판하는 반면 우파 진영은 ’(역시 우리의) 대통령‘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극단적인 당파 분열이 일어나는 이 시기에도, 미국에는 초당적인 한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리더십의 심각한 결여(A profound lack of leadership)’이다.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비전을 가진 카리스마적인 리더들이 주도하는 창의적인 정책 제안은 현재 그 어느 때보다도 미국이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이 같은 미국의 ‘심각한 리더십 부재’의 시기에 만약 누군가 나설 때가 있다면, 그때가 바로 지금이다. 팍스 아메리카를 상기시크는 미국을 둘러보면, 지금은 미국이 안고 있는 수많은 리더십 위기들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미국의 위기 목록에서 인종적 불평등(racial injustice)과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에서부터 누더기로 변해 있는 건강관리시스템, 그리고 국가 경제에 충격을 준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19 대유행성 전염병까지 상위 목록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위에서 열거한 목록은 미국만의 문제나 과제들이 아니다.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는 과제들일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세계를 지배하는 초강대국이기 때문에 더욱 주목을 끌 수밖에 없다. 당연히 미국에서는 문제들 가운데 몇 가지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어느 정도 있긴 있었다.

예를 들어, 지난 5월 미니애폴리스 백인 경찰의 손에 살해된 조지 플로이드에 이어, 두 가지 정책이 나왔는데, 하나는 공화당으로부터, 다른 하나는 민주당으로부터 경찰개혁에 대처하는 것이었다.

이 제안들은 어떻게 되었는가? 정책 제안 이외에 아무것도 아닌 게 됐다. 공화당의 제안은 하원 표결을 위해 제출된 적이 없는 반면, 경찰개혁에 대한 민주당의 비전은 상원에서 공화당의 어떤 지지도 얻지 못했다. 속된 말로 ‘하나마나한 정책 제안’에 불과한 것이 돼버렸다. 상원이나 하원의 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민주, 공화 의원들이 결과를 예측하지 못 했을 리 없다. 

또 다른 사례가 있다. 위스콘신에서 무장하지 않은 흑인 남성 제이콥 블레이크를 쏜 또 다른 경찰이 시위를 촉발했다. 대배심이 브레오나 테일러를 살해한 뒤 남자친구의 집에 들어가 그들이 누구며 왜 그곳에 있는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채 총격을 가한 켄터키주 루이빌의 경찰관들을 기소하지 않은 데 이어 대규모 시위도 벌어졌다.

기후변화를 둘러싸고도 위와 비슷한 어느 것 하나 해결해내지 못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와 에드워드 마키는 2019년에 그린 뉴딜(Green New Deal)을 시작했는데, 그 그린 뉴딜은 좌파진영에서 뜨거운 열기를 보였지만 한 순간에 식어버렸다. 물론 그 짧은 순간의 그린 뉴딜은 구체적인 정책 제안이나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우선순위로서 다뤄질 듯했지만, 이 역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하 마디로 되는 게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은 해도 너무할 정도로 무능한 대처를 해왔다. 독감보다도 못한 것이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미국의 최고지도자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은 미국의 리더십 부재의 대표성을 말해주고 있다. 

일부 대응이 있다고 해도, 사실상 미국 정부의 대응에서 긍정적인 것은 거의 찾을 수 없다. 시험용 식이요법을 개발하는 데 있어 끊임없는 문제에서부터 마스크 사용에 대한 반대까지 포함해서 그 어느 대책 하나 이른바 ‘그럴듯한 것 하나 없다’는 지적이 많다. 

기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대유행과 맞서는 국가적 전략을 짜기보다는 대유행을 무시하는 쪽을 택했다.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 즉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적어도 미국의 가장 긴급한 문제들 중 몇 가지를 실질적으로 다룰 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인가? “이 질문에 틀림없이 잘 해 낼거야”라고 답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누구도 모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는 바이든이 버니 샌더스 후보와 연합한 나머지 후보들에게 적지 않은 감사로 승리하면서 사실상 후보 지명까지 됐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지지는 일종의 비전이나 일련의 혁신적인 정책 제안보다는 트럼프가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사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데 기인한다. 반사이익에 의한 지지율 상승이다. 카리스마도, 지적 비전도, 카랑카랑한 목소리도 없는 트럼프 대통령보다도 많은 나이에 나약하게만 보이는 야당 후보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노리는 그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정부의 무능한 코로나 정책은 그의 지지율을 깎아먹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 깎아진 지지율 일부가 바이든 쪽으로 갔을 뿐이지, 바이든이 그 지지율을 능동적으로 만들거나 가져간 것이 아니다. 

과거의 미국 역사에서 지금의 상황을 들여다 볼 수 있다. 

가장 분명한 것은 프랭클린 델라노 루즈벨트(FDR : Franklin Delano Roosevelt) 행정부가 1930년대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에 의해 제기되었던 도전들에 어떻게 직면했는가가 시사해준다. 

FDR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실업이 격화되자 정당들은 300달러 또는 600달러를 잠재적 수혜자들에게 나눠줄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당시 일련의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루즈벨트 정부는 완전히 새로운 정책 영역인 ‘사회보장’을 만들기로 했다.

반면, FDR 행정부는 또한 대초원을 휩쓸고 수백만 명을 집에서 몰아낸 더스트볼 참사(Dust Bowl disaster)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목격된, 그 시대의 농장과 환경 위기에 맞설 수 있는 희망 목록을 작성하지 못했다.

‘더스트볼’참사란 거대한 모래폭풍이 미국 중서부를 휩쓴 결과로 20만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한 것을 말한다. 이들 이재민 가운데 다수는 캘리포니아나 기타 대도시로 이동, 서민층을 형성해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 사람들은 이들 이주민들을 두고 그들이 원래 어디에서 왔건 무조건 ”오키(Oki)“라고 불렀는데, ”오클라호마 출신 뜨내기들“이란 뜻이다. 나아가 해당지역 거주민들 중에 상당수가 ‘호흡기 질환’을 가지게 됐고, 또 모래폭풍 자체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도 많았다. 

당시 집권 100일 만에 루즈벨트 정부는 ‘농업조정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특정 작물에 대한 도매가격을 정하는 한편, 가족을 위한 식량 지원 및 보존 프로그램 조건을 규정했고, 루스벨트는 정기적으로 대중 앞에서 그의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1933년부터 1944년까지 수십 차례 라디오를 사용하여 “노변정담(fireside chats)”에서 미국 국민과 직접 대화했고, 이는 정책을 설명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방향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것이다. 

노변정담에서 루스벨트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금융조치, 불경기 및 실업 대책, 뉴딜정책, 세계대전 전황, 유럽의 파시즘 등 다양한 현안에 관해 미국 국민들 대다수가 이해하기 쉽도록 간단명료한 화법으로 이야기했고, 루스벨트 스스로를 “나(I)”로, 국민들을 “당신(you)”으로 지칭함으로써, 듣는 사람이 마치 대통령과 직접 마주앉아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느낄 수 있게 하는 등 구체적인 사례와 비유를 적절히 섞어 가며, 최대한 친근감 있는 단어를 선택하는 부드러우면서도 쉬운 리더십을 발휘했었다. 

이제 민주당은 트럼프에게 안면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고 비난하고, 공화당은 민주당이 범죄에 대해 부드럽다고 외친다. 전문가들과 당파 충성파들에 의한 욕설과 무분별한 행동은 권력 구축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는 인상을 미국 국민들에 풍기고, 미국을 보다 나은 세계로 나아가게 할 정책을 만드는 데에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일들만 나열되고 있다. 

문제는 비전 있는 미래를 향해 정치인들이 과감하고 창의적인 정책을 제안하고 이를 끝까지 관철시킬 인물이 필요한데, 문제는 미국이 이것을 실현시킬 지도자들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미국 이외의 다른 많은 국가의 지도자들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팍스 아메리카나의 미국을 보는 세계의 시선은 리더십 부재 현실을 똑똑하게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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