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서사를 고집해 온 예인방 대표 정극, 2015년 ‘엄마의 강’에 이어 두 번째 작품상

[뉴스케이프 김상기 기자] (사)전문예술극단 예인방(이사장 김진호)의 연극 ‘못생긴 당신’이 2020년 한국연극협회의 제13회 대한민국연극대상 베스트작품상을 받았다. 지난 2015년 ‘엄마의 강’의 작품상 수상에 이어 두 번째 쾌거다.

제13회 대한민국연극대상 베스트작품상을 수상한 예인방의 연극 ‘못생긴 당신’ 스틸컷

‘못생긴 당신’은 돈밖에 모르는 생선장수 아내 '덕자'와 난봉꾼에 바람둥이인 남편 '오철'의 전투 같은 삶을 그리며 가정회복이라는 소중한 메시지를 던져준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전남지역 순회공연을 넘어 서울 올림픽공원 K아트홀 무대에 올라 한국연극을 선도하는 예인방의 위상을 각인시켰는가 하면, 가정의 달과 추석을 맞아 광주MBC가 전막을 녹화 방영하면서 지역 내 문화메세나 운동을 촉발하는 계기가 된 작품으로 꼽힌다.

지난 1981년 문을 열어 내년으로 40돌을 맞는 예인방에게 이번 수상은 새로운 40년을 기약하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출을 맡은 송수영 씨는 "상흔이 판치고 창작극을 찾아보기 힘든 우리 연극계의 상황에서 흔들림 없이 가족 서사를 고집해온 예인방의 대표적인 정극(正劇)으로 사랑이라는 인간 본연의 DNA를 객석에 각인시키고자 하는 기획의도를 선명하게 보여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극 중 말기 암 환자의 삶을 살아가는 '덕자'역으로 열연한 임은희(나주연극협회장) 씨도 대한민국연극대상 '자랑스러운 연극인상'을 수상하며 겹경사를 맞았다. 임 씨는 전남연극제 연기대상과 연기상을 16회 이상 수상한 이력을 극을 통해 유감없이 발휘했다. 강렬한 내면연기를 통해 '익숙하기 때문에 잊고 살아가는' 세태에 날카로운 경종을 울렸다는 게 수상 이유다. 특히 임 씨의 경우 지난 2014년 남편 김진호 씨가 같은 상을 받아 부부 수상이라는 영광스러운 기록도 함께 거머쥐게 됐다. 

예인방은 그간 350여 회의 공연을 통해 정량적 평가는 물론 정성적 평가를 통해 전국적인 인지도를 확보해왔다. 10여 년 전부터 가족이야기를 끊임없이 천착하며 향토적 서정이라는 지역의 경계는 고수하되, 지역을 넘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어낸다는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더불어 가족사를 사회적 서사로 연결하는 알고리즘을 생산하거나 가족 해체로 인한 현대인의 근원적 고독에 주목하는 작업도 서두르고 있다. TV 드라마 ‘용의 눈물’ 등을 통해 '국민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고 김재형 씨의 연출로 지난 2010년 초연부터 화제를 불러온 창작극 ‘김치’를 스테디셀러로 만들려는 시도가 대표적이다. 

2013년 5월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공연에서 6회 연속 만석이라는 진기록을 세운 바 있는 ‘김치’는 올해 송년공연에서는 광주MBC가 전막을 녹화하여 내년 특집방송으로 방영하게 된다. 이어 내년 상반기 중 연극과 영화를 접목한 '영화 연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로의 변신을 앞두고 있다. '매일 죽어서 다시 살아나는 일회성(一回性)'을 특질로 하는 연극의 요소에 복제예술을 특질로 하는 영화적 스킬을 가미해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버전의 ‘김치’를 선보일 예정이다.

연극인이자 제작자로서 TV드라마 '주몽', '옥중화' 등에 이어 현재 케이블 tvN 드라마 '철인왕후'에 출연 중인 김진호 이사장은 "대한민국연극대상을 받은 ‘못생긴 당신’이나 ‘엄마의 강’은 세태와 은밀하게 타협하거나 적당히 눙치며 세월만 보내지 않았다는 예인방의 흔적이다. 앞으로도 쉬지 않고 더 치열하게 연구하고 노력하는 극단의 모습을 보여드릴 각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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