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영 부국장
전수영 부국장

[뉴스케이프 전수영 기자]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 총수가 지난 8일 한자리에 모였다. 바로 한국판 수소위원회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 창립총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현재의 '탄소사회'에서 '수소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뜻을 모으고 다양한 협력을 통해 수소의 대중화에 앞장설 것이라고 천명했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 환경은 날로 악화했고 이제는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하기도 힘들 만큼 지구의 환경은 그야말로 위기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탈(脫)탄소를 선언하며 지구 환경 보전의 선봉에 선 것은 경제강대국의 하나로 당연한 일이다. 더욱이 시장 규모가 추산하기도 힘든 만큼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수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점도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소사회로의 전환을 천명한 기업들의 면면은 그야말로 대단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해당 분야의 리더급에 속하는 기업들이 많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 가운데 일부를 제외하고는 국내에서 탄소 배출량이 많은 기업이다. 그동안 탄소를 많이 배출한 기업들이 이제는 탄소 배출을 지양하고 나아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수소를 연료나 원료로 사용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스스로의 원죄를 갚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신들이 만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것으로 그 목표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확고한 의지와 다르게 현주소를 살펴봐야 하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수소사회로의 전환에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기술력이다. 현재 대한민국 산업계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혼소수소 기술이나 수소연료전지 분야에서는 대한민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최상위에 있음은 맞다. 그럼에도 몇 가지 핵심기술에서는 다른 나라에 약간 뒤처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액화수소를 저장하기 위한 탱크의 원료가 되는 탄소섬유 기술력은 충분하다는 평가지만 이 탄소섬유가 고압축된 수소를 담기에는 기술력이 조금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액화수소보다는 고압축 수소가 필요한 곳이 있음에도 이 분야에서는 해외 기업보다 뒤처져 있다. 이와 함께 핵심 부품의 국산화율도 아직 높지 않다. 수소사회로의 빠른 전환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초반에 해외 기업들과 많이 협력해야 하고 이로 인해 국부가 해외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 자칫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중소·중견기업들이 소외될 수도 있다.

수소사회로의 전환은 글로벌 산업계의 생태계가 상전벽해 하는 산업혁명과 비견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일이 될 것이다. 모든 일에는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듯 수소사회로의 전환 과정에서 많은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경쟁과 협력은 필수적이다. 특히 '우리가 먼저 선언했다'는 허울 좋은 공명심은 버려야 한다. 앞서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전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했다는 명예를 얻기 위해 한밤중에 개통식을 했던 촌극을 벌였지만 서비스가 제대로 되지 않아 망신만 샀던 것을 반면교사해 선언보다는 실질적인 행동과 지속성이 더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언이 기업의 이익만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전 세계의 발전 그리고 황폐화돼 가는 지구를 되살리기 위한 천명임을 잊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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