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일 이견 탓 형식 변경, 오늘 회의와 무관"…경찰청장 독도방문 충돌?
동맹 규합하려던 美 '난처'…기시다 내각 첫 한일차관 만남, 관계개선 난항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사진=AFP 연합뉴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사진=AFP 연합뉴스)

[뉴스케이프 온라인뉴스팀] 한국과 미국, 일본의 외교 당국 2인자들이 1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공동으로 진행하려던 기자회견이 돌연 무산되고 미국측 대표만 홀로 회견하는 일이 발생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전통적 동맹인 한국과 일본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지만 정작 회의를 주재한 미국에서 한일 양국이 급랭한 관계 속에 불미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셈이 됐다.

18일 외신,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이날 오전 워싱턴DC 국무부에서 '제9차 외교차관협의회'를 한 후 오후 2시 공동 회견을 할 예정이었다.

이날 협의는 3국의 외교 차관이 지난 7월 이후 넉 달 만에 한자리에 다시 모여 머리를 맞대고 북핵을 비롯한 각종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국무부는 이미 하루 전에 협의회 직후 세 차관이 함께 공동 회견을 한다고 사전 공지했다.

지난 7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8차 협의회 후에도 이들 세 차관이 공동 회견을 했기에 당연한 절차로 여겨졌다.

이에 따라 한미일 3국의 기자들도 풀 취재단을 구성해 회견장에 참석했다. 하지만 기자회견을 1시간 40분가량 앞두고 주미 한국대사관 측에서 공동 회견 대신 셔먼 부장관 혼자 회견을 진행할 수 있다는 말이 흘러 나왔다.

이윽고 회견 시간인 오후 2시가 됐고, 실제로 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건 셔먼 부장관 혼자였다.

셔먼 부장관은 "한동안 그랬듯이 일본과 한국 사이에 계속 해결돼야 할 일부 양자 간 이견이 있었다"며 "이 이견 중 하나가 오늘 회견 형식의 변화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또 "이 이견은 오늘 회의와는 관련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일 간에 어떤 이견이 불거져 모처럼 마련된 공동 회견까지 무산됐는지 정확한 이유는 즉시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번 일은 한일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비롯해 과거사 및 독도 문제 등을 놓고 어느 때보다 관계가 냉각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여겨진다.

김창룡 경찰청장의 최근 독도 방문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돈다. 한미일 협의에서 일본 측이 이 문제를 거론했고 이는 3자 협의와는 무관한 것이라며 최 차관이 항의하며 회견 불참으로까지 이어진 게 아니냐는 것이다.

김 청장의 독도 방문 직후 일본은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은 물론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까지 나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날을 세웠었다.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은 2009년 이후 12년 만이었다.

셔먼 부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한국, 일본과 아주 건설적인 3자 협의를 하고 종전선언과 관련한 협의에도 매우 만족한다고 밝혔지만 공동 회견 무산에 따라 빛이 바랬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틀 전 바이든 정부 들어 첫 미중 정상회담을 마치고 대표적인 동맹인 한국과 일본의 고위급을 모아 규합하려던 미국 입장에서는 일면 난처한 상황이 됐다.

이날 회담이 지난달 4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 취임 이후 첫 한미일 차관급 만남이라는 점에서 냉각된 한일 관계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서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등 한미일 3국 북핵대표가 지난달 19일 미국에서 만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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