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로 '전두환 공덕비' 철거 촉구

[뉴스케이프 양상현 기자] [뉴스케이프=양상현 기자] 전두환공덕비철거를 요구하는 포천시민행동은 13일 경기 포천시에서 '전두환 공덕비' 철거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갖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호국로 '전두환 공덕비' 철거 촉구 기자회견 모습 [사진=양상현 기자]

전두환공덕비 철거 포천시민 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 130여 명은 이날 오후 포천시 국도 43호선 축석고개 입구에 있는 호국로 기념비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1997년 대법원은 전두환에 대해 12·12 군사반란 및 5·17 내란,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진입의 수괴로 판시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며 "지금 당장 전두환 공덕비를 절거하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보존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기계적 중립의 뒤에 숨은 일부 몰지각한 간부공무원들을 규탄하며, 지금 당장 전두환 공덕비를 철거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이날 오후 2시께 전두환 공덕비에 공덕비에 붉은 페인트 풍선을 던지고, '사죄하라'고 쓰는 등의 퍼포먼스를 벌인 이들은 포천시청으로 이동해 회견을 이어갔다.

전두환 공덕비에 공덕비에 붉은 페인트 풍선을 던지고, '사죄하라'고 쓰는 등의 퍼포먼스를 벌이는 모습 [사진=포천시민행동]

포천시민행동은 포천시 축석고개 호국로에 위치한 전두환 공덕비에 페인트를 뿌리고 라커로 '사죄하라'는 글을 적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출동한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이들은 시청 앞에서 "포천 시장은 시정조정위원회를 소집해 전두환 공덕비 철거를 안건으로 상정하고, 이전 예산이 아닌 철거 예산을 편성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호국로 '전두환 공덕비' 철거 촉구 기자회견 모습 [사진=양상현 기자]

이 비석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친필로 '호국로(護國路)'가 한자로 새겨져 있다. 이전에는 비석 하단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공덕을 기리는 내용의 현판이 붙어 있어 '전두환 공덕비'라 불렸는데 현재 이 현판은 제거된 상태로, 포천시청에서 보관 중이다.

포천 호국로서 지난 5월18일 열린 전두환 글씨 비석 철거요구 기자회견 모습 [사진=양상현 기자] 

지난 5월18일 경기북부 지역정당·사회단체와 경기 5·18기념사업회는 전두환 공덕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바위는 호국로 표지석이 아닌 전두환 공덕비"라고 규정하고 "상반기 중 포천시가 행정력을 동원해 철거하지 않으면 시민들이 직접 나서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이들은 "포천시는 '이설 예산'이 아니라, '철거 예산'을 수립하여 시의회에 제출하고, 시의회의 일부 몰지각한 공직자들은 '공무원의 정치중립'을 주장하기 전에, 자신들의 역사관과 도덕성부터 돌아볼 것을 촉구한다"라고 주장했다.이들은 또  "전두환은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았고, 우리는 아직 학살자를 용서하지 않았다"라며 "최초 발포 명령자가 누구인지, 실종자들이 암매장 당한 곳은 어디인지, 미국은 어디까지 개입했는지, 아직까지 진상 규명은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는데, 전두환과 그 잔당들은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고, 적반하장격으로 5.18 유공자들의 명단을 공개하라고 하면서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려고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전두환 공덕비는 단순한 바위 덩어리에 불과한 표지석이 아니라, 아직까지 현실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군사독재 잔존세력들의 상징과도 같다"고 했다.   

호국로 '전두환 공덕비' 철거 촉구 기자회견 모습 [사진=양상현 기자]

당초 축석초교 입구에 있던 기념비가 43번 국도 확장과정에서 이곳으로 옮겨져 주민들의 눈에 띄게 되며 매년 5월 18일 철거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등 철거 요구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박윤국 포천시장은 이들과 면담에서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시의회와 협의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 "철거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는 단계적으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하고 예산도 필요한 문제"라고도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당초 2차선에 불과했던 43번 국도를 축석에서 만세교까지 4차선으로 넓힌 것을 전두환 대통령의 지시로 행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호국로'라는 도로 명칭을 이 도로의 옛 이름인 '경흥대로'로 복원하는 방안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덕비 동판에는 “전두환 대통령 각하의 분부로”로 시행하였고, “'호국로'라 명명하시고 글씨를 써 주셨으므로 이 뜻을 후세에 길이 전한다"라고 적혀 있다며, 이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떨어져 나간 이 동판은 시민단체가 가져갈 경우, 절도죄가 성립하므로, 지금은 포천시청에서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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